동물의 몸이 커지면 뇌도 커진다는 진화 통설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의 뇌와 몸 크기 분석 결과 몸이 매우 큰 동물은 뇌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간의 큰 뇌는 일반적 진화 추세를 벗어난 특이 현상으로 분석됐다.
영국 레딩대와 더럼대 연구팀은 9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서 포유동물 1천504종의 뇌와 몸 크기 사이의 관계를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몸보다 뇌가 상대적으로 크며, 큰 뇌는 지능과 사회성, 행동 복합성 등이 발전하는 토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간 뇌의 이런 진화 과정은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그 결과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뇌가 비례적으로 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와 신체 크기는 곡선 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동물의 몸집이 클수록 뇌가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 크기는 이 같은 포유류 전체의 전반적 뇌 크기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하는 동안 체질량 대비 뇌 질량 변화율이 다른 모든 포유류 종의 중앙값보다 23배나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의 뇌 크기 진화 속도가 다른 포유류보다 20배 이상 빨랐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에서는 또 영장류와 설치류, 육식동물의 경우 뇌 변화 속도가 다른 동물보다 빨랐으며, 통설과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대적 뇌 크기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모든 포유류 그룹은 뇌가 작아지거나 커지는 급격한 변화를 보였는데 박쥐는 처음 진화했을 때 뇌가 빠르게 작아진 후 매우 느린 변화율을 보였다며 이는 비행과 관련된 진화적 제약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레딩대 조애나 베이커 박사는 "이 연구에서는 한 가지 미스터리가 드러난다"며 "몸집이 매우 큰 동물의 경우 뇌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크기를 넘어서는 뇌는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런 뇌 크기 패턴은 조류에서도 볼 수 있는 만큼 동물에서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Ecology & Evolution, Chris Venditti et al., 'Co-evolutionary dynamics of mammalian brain and body size', https://doi.org/10.1038/s41559-024-024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