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0.1% 이하의 극미량 돌연변이(모자이시즘·Mosaicism) 신경세포로도 뇌 질환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브레인'(Brain)'에 지난달 25일 자에 실렸다.
뇌를 비롯한 신체 모든 기관은 세포 분열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몇 개의 신경세포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야 뇌신경 회로에 문제가 생기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팀은 뇌세포에 어느 정도의 모자이시즘이 누적돼야 뇌 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아 난치성 뇌전증을 유발한 동물 모델과 뇌전증 환자 뇌 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수행했다.
난치성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만 특이하게 발현하는 체성 모자이시즘(생식 유전변이와 달리 수정 후 발생하는 체세포 유전변이)에 의해 일어난다.
연구팀이 실험용 쥐의 뇌 조직에 뇌전증 유발 체성 모자이시즘을 최소 수백, 최대 수만 개의 세포에 유발한 결과 8천∼9천 개 수준의 돌연변이 신경세포가 생길 때부터 실험용 쥐가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난치성 뇌전증 환자 뇌 조직을 대상으로 대용량 유전정보 증폭 시퀀싱(유전자를 증폭시킨 뒤 DNA의 염기서열 순서를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변이 모자이시즘 비율이 최소 0.07%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
소아 난치성 뇌전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국소 피질이형성증'(대뇌 피질에 국소적으로 신경세포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 진단법 향상과 다양한 난치성 뇌 질환의 미세 돌연변이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교원 창업 기업인 소바젠은 이번 연구 성과를 이용해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체성 모자이시 즘 변이를 정밀 표적하는 RNA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의사 과학자이자 논문 제1 저자인 김진태 박사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의 정밀한 유전적 진단을 통해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