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기상청장 "'유례없는' 올해 장마, 기후변화만이 설명"

"우리나라 기후변화 더 심해…이번 장마 때 그 결과 나타나"
"내년 여름 전 초단기 예보에 AI 적용…호우 재난문자 전국 확대 노력"

 장동언 신임 기상청장은 올해 장마에 대해 '유난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시간당 강수량 100㎜ 이상인 호우가 8차례나 나타나는 등 과거 상상할 수 없던 현상이 이어진 것은 기후변화로밖엔 설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장 청장은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24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공식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초단기 예보에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을 적용하고, 올해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 운영된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보다 정확하고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예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장 청장과의 일문일답.

 -- 기상청장으로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와 정책 방향은.

 ▲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 안전은 기후위기 시대 화두이자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기상청 존재 이유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면 우선 정확한 예보를 생산해야 하고, 예보에 사용되는 표현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사용돼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 기상청 역할이 커지는 만큼 기후 예측 정확도도 높이겠다.

 아울러 기상청 모든 정책이 과학지식과 기술에 기반하므로 기술 역량을 강화하겠다. 기술인력이 조직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는데 기상청에선 기술인력이 자긍심을 느끼도록 지원하고 투자할 계획이다.

  -- 기상청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못지않다고 하지만 예보가 국민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일 때도 있다.

 ▲ 기상청 예보 신뢰도를 보면 2022년까지 3년간 하락하다가 지난해 조금 반등했다. 올해 상반기는 조금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뢰도가 75% '박스권'에서 답보인 것은 사실이다. (예보가)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고도 볼 수 있다.

 큰 틀에서는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것 외에 신뢰도를 높일 방법은 없겠지만, 소통을 통해서도 부수적으로 신뢰도를 높이겠다. 변동성 등 날씨의 특성을 국민이 이해해준다면 더 좋겠다. 이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홍보할 생각이다.

 -- '강수정확도'나 '강수맞힘률', '임계성공지수' 등 기상청이 예보 정확도를 판단하는 지표도 답보상태다.

 ▲ 최근 기상청은 비가 얼마나 강하게 쏟아질 것이냐, 어느 지역에 집중될 것이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예보한다. 강수 여부를 얼마나 맞췄는지 보여주는 지표만 가지고 기상청 예보 기술이 향상되고 있는 점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존 지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준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기상청이 '시간당 강수량이 최대 70㎜ 이상'이라거나 '한 번에 150∼200㎜ 이상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식으로 '센' 예보를 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 지난 17일 경기 파주에 하루 385.7㎜ 비가 내렸다. 군산 어청도엔 1시간에 146㎜ 비가 쏟아진 바 있다.

 예보가 과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극단적인 비가 내리는 지점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예보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사례도 있는 만큼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을 수 없다.

 -- 자주 바뀌는 '동네단기예보'나 '초단기예보'가 예보 신뢰도를 감소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 정확도는 다소 떨어져도 시공간적으로 세분된 예보를 국민이 원한다. 과거에는 시간대를 오전과 오후로만 나눠 예보했다면 지금은 1시간 단위로도 가능하다. 동네 단위의 예보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국민 생활에 편리하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기상청 레이더 영상 자료를 학습한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을 개발해 시험 중인데 결과가 굉장히 긍정적이다. 이를 초단기 예보에 활용하면 획기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년 여름철 전에 AI 모델을 적용한다면 초단기 예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장마철 시간당 강수량 100㎜ 이상의 호우가 8차례나 발생했다. 원인을 분석해본다면. 

 ▲ 올해 장마는 강수 강도 등의 면에서는 유난했다. 시간당 강수량 100㎜ 이상 호우가 8차례나 나타났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런 극한 기상현상은 기후변화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 현재 기후변화 추세는 어떠한가.

 ▲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까지 12개월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넘게 높았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기온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한반도 기온을 보면 최근 30년(1991∼2020년)을 과거 30년(1981∼2010년)하고 비교하면 1.6도 상승했는데 최근 10년과 과거 30년 사이 상승 폭은 1.8도에 달한다. 지난 100년 전 지구 온도는 1.3도 정도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2도나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가 더 심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가 이번 장마와 같이 나타난 것이다.

 -- 기후변화로 장마의 양상이 달라진 만큼 용어를 재정의하자는 주장도 있다.

 ▲ 장마가 끝날 시점인데 사실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의 종료'가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다. 과거에는 장마가 종료되면 상당 기간 폭염이 이어졌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 자료를 보면 8월에 비가 늘어나고 또 다른 강수 피크(정점)가 나타났다.

 다만, 장마라는 용어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하반기에도 한국기상학회와 장마포럼을 열어 논의를 이어가 이견을 좁히려고 한다. 어쨌든 국민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하겠다.

 -- 올해 수도권·전남·경북에서 정식 운영한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어떻게 평가하나.

 ▲ '지난 8일 경북 안동에서 밤중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옆집 시각장애인 분을 피신시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글이 기상청 게시판에 올라온 것을 보고 울컥할 정도로 감동했다. 야간에 쏟아지는 폭우에 특히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수도권에서만 시범 운영한 작년에는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총 6건이 발송됐는데 이달 17∼18일에만 71건이 나갔다.

 --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은.

 ▲ 내년 여름철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최대한 빨리 확대하도록 하겠다.

  -- 기상청에 근무하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도입에 앞장선 바 있다.

 ▲ 2011년부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을 시작해 2022년 현업에 도입했다. 굉장히 혁신적인 일이었고 외국 전문가들도 높게 평가한다. 현재 모델은 전 지구를 가로와 세로가 12㎞인 격자로 나눠 예측하는데 연내 가로와 세로 8㎞로 격자를 줄여 해상도를 높인 모델을 현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시 조직인 수치모델 개발사업단을 한국수치예보기술원이라는 출연 연구기관 형태 상시조직으로 전환하고, 2026년까지 후속 개발사업을 진행해 격자를 가로와 세로 1㎞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 지난달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을 계기로 단층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부안은 하반기 연구용 지진계를 설치해 세부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2027년부터 5년 단위로 충청, 호남, 제주 순으로 지하 단층을 조사할 계획이었는데 3개 지역을 한묶음으로 조사하면서 원래 계획보다 5년 앞당긴 2036년에 조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특히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지역은 2027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내년과 후년에 사전 조사부터 하려고 한다.

 -- 국민께 부탁하고 싶은 말은.

 ▲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예보를 생산하겠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옷차림도,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분의 건강도, 캠핑장 주말 매출도 기상청 입장에서 모두 중요하다.

 다만, 재난에 피해를 보거나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주민과 재난에 대응해야 하는 기관을 좀 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발생할 가능성이 비등한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를 택해 예보할 때 아무래도 안전부터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들을 국민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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