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와 연세대 의대 박준용 교수 연구팀은 한미약품 R&D센터,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사람의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을 모사한 동물 모델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은 대사증후군 위험인자 5가지(과체중 또는 복부비만·혈당 장애·고혈압·높은 중성지방·낮은 HDL 콜레스테롤)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지방간을 말한다.
지방간에서 시작해 지방간염, 간 섬유화(간의 일부가 굳는 현상), 간경화, 간암까지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발병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성인 인구의 5%가 지방간염을 앓고 있으며, 대사이상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은 20∼3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현재까지 제품화된 치료제는 없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승인을 받은 실험 신약 '레스메티롬'(Resmetirom)도 치료 환자의 70% 이상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인체의 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 적절한 동물 모델이 필요하다.
기존 동물 모델로는 당뇨와 비만이 간경화와 간암을 유발하는 기전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인슐린을 만들어 혈당을 낮추는 췌장 내 베타세포의 기능이 부족한 아시아인에서 당뇨와 비만을 동반한 대사이상지방간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베타세포를 파괴해 당뇨병을 유발한 실험 쥐에 고지방 식이를 유도, 당뇨와 비만을 동반한 대사이상지방간질환 동물 모델을 만들었다.
실험 쥐에게서는 1년에 걸쳐 지방간, 지방간염, 간 섬유화, 간암 질환이 점진적으로 나타났다.
간 유전체 분석 결과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대사이상지방간질환 환자의 간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암의 경우 대사이상지방간질환 환자에서 발생하는 간암과 조직학적·분자생물학적 유사성이 높았다.
연구팀이 실험 쥐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식욕 억제 호르몬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계열 비만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지방간, 간염과 간 섬유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간암 발생까지도 억제하는 모습을 확인, GLP-1 유사체의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김하일 교수는 "현재의 대사이상지방간질환 동물 모델은 당뇨,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마우스 모델을 신약 개발을 위한 전임상 모델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정병관 박사, 최원일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최원석 교수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 2일 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