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을 받았는데 병원은 치료제가 부족해 처방해줘도 소용없을 거라면서 감기약 처방전만 주더라고요. 이래도 되는 건가요?"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민모(56)씨는 최근 고령의 어머니가 코로나19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도 처방도 받지 못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씨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면 모르지만 어머니는 80세가 훌쩍 넘었다"며 "당뇨증에 합병증까지 있어 코로나19로 언제 어떻게 잘못될지 모르는데 의료 파업으로 응급실 입원도 어렵다고 하니 속이 탄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어머니가 자가진단 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동네 내과에 가 3만원을 주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약이 없다고 했다"며 "약도 없는데 검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보건소에 전화해봤는데 이 지역에는 치료제가 없다고 한다", "코로나 진단을 받았는데 약이 없어 감기약만 한가득 타 왔다"는 글도 여럿 있었다.
기자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 약국 10곳을 둘러본 결과 코로나19 치료제가 있다고 답한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각 지자체 보건소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공급약국' 리스트가 올라와 있지만, 이 중에서도 재고를 보유한 곳은 극히 드물었다.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에는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미국 MSD의 라게브리오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만 기존 복용약과 팍스로비드를 함께 먹을 수 없는 경우에는 라게브리오를 처방받기도 한다.
종로구 보건소에서 공지한 약국 25곳 중 두 약을 모두 보유한 약국은 8곳에 불과했다.
10곳은 한 종류만 가지고 있었고, 6곳은 어느 약도 없었다. 1곳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치구마다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은평구의 경우 보건소에서 공지한 약국 리스트에는 40곳이 있었지만 두 종류의 약을 모두 보유한 곳은 단 한 곳이었다.
23곳에는 재고가 없었으며 16곳에는 한 가지 종류 약만 남아 있었다.
이마저도 "1개밖에 남아 있지 않으니 빨리 오셔야 한다"는 곳이 대다수였다.
문제는 민씨 어머니와 같은 고위험군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폐렴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인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지만 면역력이 약한 분들은 바이러스가 복제하며 모든 장기에 침투해 폐렴, 패혈증 등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코로나19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초기 처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치료제와 감기약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항바이러스제인 코로나19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차단하지만 감기약은 기침·콧물·가래 등 관련 증상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천 교수는 "12세 이상 기저질환자나 60세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는 감기약만으로 치료할 수 없다"며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감염내과) 교수도 "고위험군의 경우 코로나19를 가볍게 앓더라도 이후에 신경계 혹은 혈관계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감기약만으로는 증상 조절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급격한 코로나19 재확산세에 치료제 공급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약을 찾으러 오는 손님이 늘어 계속 신청은 하고 있는데 지지난 주부터 약이 들어오질 않는다"며 "처방전이 있어도 약을 줄 수 없으니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예산을 확보하고 (치료제를) 공급한다고 했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공급된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아직 약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