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근무의사 블랙리스트' 등장…피해의사 대인기피증도

"감사한 의사", "민족 대명절 힘써주시는 분들" 비꼬며 올려…응급실 파견 군의관 명단도
현장의사들 '휴대전화·이성친구·학폭 피해 여부' 등 자세한 신상정보 담겨
2월부터 '복귀 전공의' 등 잇단 블랙리스트…복지부 "범죄행위, 엄단할 것"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뺑뺑이 사망'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블랙리스트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운영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며 비꼬는 글까지 달렸다.

 정부는 이러한 블랙리스트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 '감사한 의사' 명단서 응급실 의사, 파견 군의관 실명 공개

'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제목의 이 사이트는 운영자가 제보를 통해 확보한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모은 뒤 매주 업데이트하는데,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이 최근 새로 올라왔다.

 명단에는 '000 선생님 감사합니다.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 식으로 근무 의사의 실명이 적혀 있다.

 또 "복지부 피셜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응급의료는 정상가동 중' 이를 가능하게 큰 도움주신 일급 520만원 근로자분들의 진료정보입니다", "인근 지역 구급대 및 응급상황에 처한 국민들에게 큰 도움 되리라 생각합니다" 등의 표현도 함께 적혀 있다.

 명단에는 비슷한 형식으로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응급실에 파견돼 근무 중인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최근 정부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포함된 군의관 15명을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보냈으나, 당사자들이 응급실 진료에 대한 부담 등을 호소하면서 모두 응급실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파견된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공보의)들의 명단이 파견을 지원하거나, 연장을 희망한 사례를 중심으로 자세히 적혀 있다.

 명단에는 "당직 서며 응급실 정상화 위해 노력 중", "x번 연장", "8명 중 7명이 병원에서 '쓸모없다'라고 판단돼 대체자 없이 지자체로 복귀한 와중에 유일하게 병원에서 쓸모를 인정받아 1개월 더 연장한, 정말 감사한 선생님입니다" 등의 표현이 달렸다.

 ◇ 피해 의사, 대인 기피증까지…정부 "경찰에 수사의뢰해 엄단"

 복지부는 이 사이트에 응급실 근무 의사, 파견 군의관·공보의 등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실을 경찰에 통보하고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사이트가 진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사기와 근로의욕을 꺾고 있다"며 "이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이미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던 사이트인데, 업데이트된 부분에 문제될 것(응급실 근무의사 신상공개 등)이 있어서 경찰에 전달했다"며 "의료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시는 의사들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하여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군의관은 이런 사건(신상공개)으로 말미암아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당 군의관은 서울 지역 병원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으로, 한 의사 커뮤니티에 자신의 신상과 관련한 글이 올라오자 병원 측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이탈한 후 정부가 이들의 복귀를 촉구할 때마다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리스트가 의사들의 인터넷 카페,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전공의뿐 아니라 복귀를 독려하는 의대 교수, 전공의들의 자리를 메워주는 전임의 등으로 넓어지고 있으며, 공개되는 사이트도 일반인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과감해지고 있다.

 이번에 블랙리스트를 담은 '감사한 의사' 사이트도 일반인도 주소를 알면 열람할 수 있는 오픈된 아카이브다.

 ◇ 상세한 신상정보까지 공개돼…현장서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 잇따라

 블랙리스트에 오른 의사들에 대해서는 명단 외에도 "불륜이 의심된다". "탈모가 왔다", "통통하고 정돈되지 않은 머리", "모자란 행동",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 "래디컬 패미니스트", "싸이코 성향" 등의 악의적인 표현이 달렸다.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거나 좋아하는 프로야구팀, 사귀는 이성, 학부 대학, 아버지 이름, 고등학교 때 학교폭력을 당한 상황, 언제 신혼여행을 가고 출산휴가를 갔는지 등 자세한 개인정보가 담긴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신상공개로 인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 복귀에 부담을 느끼거나 동료 의사집단에서 '왕따'를 당할까 두려워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사이트는 의료계에 악의적인 글을 썼다면서 일부 기자들에 대해 이름, 기사 제목, 취재 활동 등도 함께 공개하고 있다.

 한편 '응급실 근무의사 블랙리스트'가 등장한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응급실 의사 부족 등으로 인한 '뺑뺑이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부산의 공사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70대 근로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사망했고, 5일 광주에서는 교정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이 직선거리로 100m가량인 대학병원 응급실 대신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중태에 빠졌다.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달 4일에는 만 2세 여아가 열경련으로 쓰러져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이송 거부를 당한 뒤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 아이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치명률 최대 75% 니파바이러스…"해당국 방문시 철저 주의"
질병관리청은 인도 등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지역 방문자는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명률이 40∼75%로 높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위험한 질병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9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주된 감염 경로는 과일박쥐, 돼지 등 감염병 동물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환자의 체액과 밀접히 접촉할 때는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고 현기증, 졸음, 의식 저하 등 신경계 증상도 나타난다. 이후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 동물 접촉 주의 ▲ 생 대추야자수액 섭취 금지 ▲ 아픈 사람과 접촉 피하기 ▲ 손 씻기 ▲ 오염된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을 예방 수칙으로 제시했다. 질병청은 발생 동향과 위험 평가를 반영해 지난해 9월부터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국가로 출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입국 시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건강 상태를 검역관에게 알려야 하고, 일선 의료기관은 관련 의심 증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인간의 수명은 타고난다?…"유전적 요인 영향 최대 55%"
사고나 감염병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의 영향을 제거할 경우 유전적 요인이 사람의 자연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5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 우리 알론 교수팀은 3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수학적 모델과 인간 사망률 시뮬레이션, 대규모 쌍둥이 코호트 자료 등을 활용해 유전 등 내인성 사인과 사고 등 외인성 사인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수명 결정에서 약 50~55%를 차 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외부 원인에 의한 사망을 적절히 보정하고 나면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기여는 약 55%까지 급격히 증가한다며 유전적 요인의 영향에 관한 기존 연구 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규명하는 것은 노화 연구의 핵심 질문이지만 장수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수명과 관련된 일부 유전자가 확인되기는 했지만, 질병이나 생활환경 같은 외부 환경 요인은 개인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가리거나 혼동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