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전 세계 응급 서비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영향의 규모를 평가하거나 이에 대처할 계획을 세운 국가는 거의 없다."
국제 응급의학 전문가들이 기후변화가 응급의료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전 세계가 보건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국가 차원의 인식 제고와 대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스페인 마르케스 데 발데실라 병원 루이스 가르시아 카스트릴로 교수팀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응급의학회(EUSEM) 특별 세션에서 전 세계 36개국 응급·재난 의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에 대한 기후변화 인식 및 대비 조사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자로 이날 '기후변화도 보건 비상사태' 특별 세션 공동 좌장을 맡은 스위스 엔테 오스페달리에로 칸토날레의 응급의학 책임자 로베르타 페트리노 박사는 "국가 및 국제적 차원에서 응급의료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 대한 정책 입안자, 의료서비스 제공자, 의료 전문가, 일반 대중의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현재와 미래 의료시스템 및 응급의료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0~9점 척도 중 평균 7점으로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21%만이 해당 지역이나 국가가 기후변화가 응급의료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가했다고 답했으며, 기후변화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했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이어 62%는 정부나 정책 입안자들이 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평가한 적이 없다고 답했고, 55%는 기후변화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큰 위험으로 공해, 홍수, 폭염을 꼽았고, 부차적 위험으로는 혹한, 산불, 말라리아 같은 매개체 감염병을 들었다.
고소득 국가 포커스 그룹은 폭염, 혹한, 산불 위험을 가장 우려했다. 예상되는 가장 큰 위험은 환자 수 증가였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교육과 전략적 계획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 포커스 그룹은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보건 서비스 중단을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꼽았다.
지역별로는 호주·뉴질랜드·서남 태평양 제도 등과 동유럽, 남아시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국가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호주, 중앙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매개체 감염병, 산불, 기상이변, 식량 부족 등 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클 것으로 우려됐다.
페트리노 박사는 "기후변화는 지역과 관계없이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 세계가 기후변화라는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고 의료서비스 역시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응급의학회는 각국이 기후변화가 응급의료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며 "학회는 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지원하고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