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가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가운데 교정시설 내 고령 수형자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행 '노인'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교정시설도 '고령 수형자'의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일 법무부 교정통계 연보에 따르면 통념상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60세 이상 수형자는 2013년 2천350명에서 지난해에는 2.8배 수준인 6천504명으로 늘었다.
전체 수형자 중 60세 이상 비율도 같은 기간 7.3%에서 2.3배 수준인 17.1%로 높아졌다. 수형자 6명 중 1명은 60세 이상 노인인 셈이다.
또 형벌로 부과된 교도작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특화된 교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순용 대전지방교정청 분류센터 교감은 최근 '월간 교정'에 실린 '일본 고령 수형자 처우의 현상과 과제'라는 소논문에서 일본의 고령 수형자 현실과 국내 교정정책에의 시사점을 짚고 새로운 교정 정책을 제언했다.
교정 공무원들은 고령 수형자의 건강 관리, 의사소통 어려움 등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고 심리적·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고령자들이 교도소 내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박 교감은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의 경우 2022년 기준으로 수형자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22%에 달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고령 수형자 처우가 주요 현안으로 대두된 상태다.
이에 일본은 교정정책 차원을 넘어 형사사법 체계 대개조에 나섰다.
일본은 전통적인 형벌 체계인 징역형과 금고형을 '구금형'으로 일원화한 개정 형법을 내년 6월 시행할 예정이다.
징역은 노역이 수반되고 금고는 노역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
이는 기존 형벌 체계가 초고령사회의 고령 수형자 증가라는 시대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효과적인 재사회화와 재범 방지를 목표로 하는 구금형의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대응 조처라고 박 교감은 설명했다.
구금형은 수용자·수형자의 자질과 환경, 출소자 지원 확대, 피해자와 유족의 심정을 반영한 처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수형자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작업을 부과하거나 작업 개선지도·지식습득을 위한 교과지도를 집중적으로 또는 유연하게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우리 형사사법 체계는 같은 대륙법계인 일본의 틀과 유사점이 많아 일본의 변화가 국내 형벌 체계나 교정 정책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박 교감은 우리도 고령 수형자 증가에 대비해 ▲ 고령 수형자 정의의 재정립 ▲ 노인 전용 교도소 설립 ▲ 전문 교정공무원 양성 ▲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 수형자의 나이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다. 박 교감은 "고령 수형자의 정의를 재정립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연령 기준을 상향하거나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영그룹 회장인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10월 취임 일성으로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올리자고 제안해 사회적 논의를 불붙인 바 있다.
박 교감은 또 의료 처우 전문화와 효율적인 교정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노인 전용 교도소 설립이 요구된다면서 다만 교정시설의 요양시설화에 대한 우려 극복은 과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