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FDA 허가 받은 국산 신약 늘어

렉라자·케이캡정·펙수클루, 블록버스터 목표 해외 진출 박차
38호 어나프라, 펜타닐발 문제 해소 기대…다수 신약은 낮은 약가 탓 실적 둔화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에 이어 작년 유한양행의 폐암치료 신약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허가를 받는 등 높은 미국 당국의 문턱을 넘는 국산 신약이 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기업이 개발한 '국산신약'은 총 38개다.

 1999년 7월 SK케미칼[285130]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 주'가 국산신약 1호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 정'이 제37호,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 주'가 제38호 국산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이중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비급여 제외) 처방 시장 1위를 기록한 국산신약은 30호인 HK이노엔의 P-CAB 계열 역류성 식도염치료제 '케이캡 정'(성분명 테고프라잔)으로 1천96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대웅제약의 P-CAB 제제인 '펙수클루'(펙수프라잔)가 787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P-CAB 계열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보이는 것은 기존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 치료제와 달리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해도 될 뿐 아니라 약효가 더 빠르고 오래 지속돼 밤에도 위산 분비가 조절되는 장점 덕분이다.

 케이캡과 펙수클루는 국내에 그치지 않고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를 목표로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캡은 2015년 중국 제약사 뤄신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다.

 이어 멕시코 제약사 카르놋과 중남미 17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몽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국, 캐나다 등 총 46개 국가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특히 케이캡은 3조3천억원 규모의 미국 시장에서 임상시험 3상을 완료한 후 품목허가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또한, 제형 다양화와 적응증(대상 질환) 확대 등 전략도 동시에 추진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적극 힘쓰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문의약품 처방액 성장 1위를 기록하며 연간 처방량 800억원대를 넘보는 펙수클루 역시 한국을 포함한 30개국에 시장에 진입했거나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품목허가 신청국은 중국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국이다. 대웅제약은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14개국에 펙수클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 '첫 FDA 통과 항암제' 렉라자, 블록버스터 눈앞…"수출용 제네릭 지원 등 필요"

 지난해 8월에는 3세대 폐암 치료제이자 국산신약 31호로 허가받은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FDA 승인이라는 쾌거를 얻어냈다.

  2018년 11월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J&J·구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 수출한 이후 6년 만의 성과다.

 이번 승인으로 렉라자는 'FDA를 통과한 첫 국산 항암제'라는 기록을 썼다.

  렉라자는 방사선·화학요법인 1세대 항암제와 암세포만 표적 하는 2세대 항암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이면서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 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과 뛰어난 내약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렉라자의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해 렉라자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블록버스터 안착에 다가가고 있다.

  38호 국산신약인 어나프라 역시 국내를 넘어 미국 등 글로벌 진출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수술 후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등 중증 통증 환자에게는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성 진통제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중독성이 높아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상당히 큰 실정이다.   특히 중독성이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에 이르는 펜타닐로 인한 문제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펜타닐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는 최근 6년간 21만명에 달한다.

 비보존그룹은 어나프라가 통증 감소 효과도 뛰어나지만 통증 감소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하기 때문에 매출 증가는 물론 마약성진통제로 인한 사회적 문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어나프라에 이어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와 LG화학의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 큐로셀의 CAR-T 치료제 '림카토주' 등이 잇따라 국산신약의 명맥을 이을 전망이다.

 다만 국산신약 38개 중 상당수는 출시 초기의 실적 호조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이 연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처방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낮은 약가 책정 탓에 수익성이 없어 자진 취하하거나 생산실적이 없는 제품도 9개에 달한다.

 약가 인상과 함께 인센티브 제공, 자본 조달 지원 등 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높은 원가 대비 낮은 약가, 원료 공급의 어려움, 부진한 생산실적 등 이유로 국내 출시를 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국산신약이 많은 상황"이라며 "현재 내수 규모와 관련 정책, 제도를 고려할 때 국산신약이 국내시장에만 머무를 수 없는 만큼 'K-블록버스터 신약'을 통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은 필수"라고 밝혔다.

 이어 "수출 등을 고려해 우수한 품질의 제네릭(복제약)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 민간 차원의 투자를 넘어 국책은행 펀드 조성 등 대대적인 기금 마련을 통한 자본 조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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