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의대생들 복귀, 고육지책이라지만…특혜 논란·갈등 불가피

전국의대, 학칙 바꿔 2학기 복귀 허용…교육부 "정상화방안 얼개"
"강경 의대생에 또 백기투항" 반발 여론…보직교수 사퇴에, 국민청원까지

  8천명에 달하는 '유급 의대생'들이 올 2학기 수업에 당장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1년 넘게 파행한 의대 교육을 정상화하고 의료 인력 수급의 차질을 막기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강경파 의대생들에게 과도한 특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고민 끝에 이미 1학기 수업에 참여한 복귀생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학교 현장에서 빚어질 학생들 간 갈등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유급 의대생들, 2학기 복귀 가닥…교육부, 대학案 수용할 듯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지난 17일 영상회의를 통해 장기 수업 거부로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들에게 유급 처분은 그대로 하되 올 2학기 수업부터 복귀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급 조치는 원칙대로 하면서도 해당 학생들이 당장 2학기부터 수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협의해 '학년제'를 '학기제'로 학칙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다수 의대는 1년 단위로 학사 과정이 운영돼 지금 학칙대로면 유급 확정 시 2학기 복귀가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내년 1학기 24·25·26학번이 예과 1학년 과정에 겹치는 이른바 '트리플링'을 막고, 본과생들의 정상적 진급 등을 통해 의료인 배출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의총협은 본과 4학년이 오는 9월 치러질 국시(의사면허시험) 응시 자격에 필요한 실습 요건을 채우지 못한 만큼 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안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의대 학장들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역시 비슷한 내용의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KAMC 이사회가 앞서 의결한 의대 학사 정상화 관련 주요 원칙 가운데는 '2025학년도 1학기 성적사정(유급)은 원칙적으로 완료하고 새 학기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4학년 학생의 경우 졸업 및 국시 추가 응시 기회는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단 교육 당국은 의대 총장·학장 단체들이 추가 논의를 거쳐 공통된 안을 가져오면 지체 없이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일 "이르면 이번 주말 정부와 대학이 생각하는 교육 정상화 방안의 얼개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의대생 복귀 방안을 주문한 만큼 교육부가 대학 측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유급 대상인 8천명 의대생에게 원칙대로 '2학기 복귀 불가' 처분을 내릴 경우 의대 교육은 더 파행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의대 관계자는 "학칙 변경이 곧,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학사 유연화란 프레임에 갇힐 필요가 없다"며 "2학기 복귀 허용 외에는 의대 교육을 본궤도에 올릴 만한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 "무늬만 유급, 또 굴복하나" 반발…'복귀 반대' 국민청원도

 유급 의대생들의 2학기 수업 복귀 가능성에 의대 안팎에선 반발의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주요 보직 교수들은 지난 16일 기존 복귀생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보직 사직서를 학교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학칙까지 바꿔가며 유급 대상자들을 학교에 복귀시키는 것은, '수업거부 투쟁'을 접고 이미 1학기에 복귀한 학생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국립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의대 교수들의 '보직 사퇴' 기류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관계자는 "사실상 유급이 확정된 학생들에게 2학기 수업을 열어준다면 정부와 대학은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언제까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에게 끌려다닐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의대 관계자는 "강경투쟁 의대생들이 코너로 몰렸다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개선장군이 돼 학교로 돌아오는 모양새"라며 "앞서 복귀했다가 집단 따돌림 등을 당한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했다.

의대생·전공의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국민청원

 유급생들의 대거 복귀를 둘러싼 반발 여론은 대학 밖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란에는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그날은 의총협이 '유급 의대생 2학기 복귀'를 추진키로 한 날이다.

 청원자는 청원 이유로 "의대생 및 전공의에 대해 복학·복귀 등 특례 조치를 논의하거나 이미 허용하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극단적 집단행동으로 교육받기를 중단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복귀를 허용한다면, 유사한 방식의 반발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는 의료 정책의 일관성과 공공성을 크게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의대 총장들이 추진하는 교육 정상화 방안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주장들이 빗발쳤다.

 또한 '교육 및 수련 정상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동의 여부를 답해달라는 내용의 설문지도 올라왔다.

 작성자는 "의총협은 본과 4학년의 코스모스 졸업을 제안하고 있으나 이는 의대교육과 전공의 수련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며 본과 3·4학년의 졸업 분리나 전공의 정원(TO) 이원화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생·전공의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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