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끝자락도 함께…신간 '오늘도 간호사입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이 전하는 삶과 죽음의 순간들

  "○○○님 어제는 많이 못 주무셨다고 하셨죠? 제가 오늘 밤에 잘 주무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자리를 정리해 드리고 곧 불도 꺼 드릴게요. 만약 잠이 안 오면 수면제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할게요."

 야간 근무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국서라 간호사는 인공호흡기와 연결된 관을 통해 새빨간 피를 토해내는 폐암 환자에게 힘찬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날 밤 두 사람은 길고 긴 사투를 벌여야 했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는 연신 위험하다는 알람을 울려댔고 국 간호사의 지극한 간호에도 환자는 침대 시트를 흠뻑 적실 만큼 땀을 흘렸다.

 결국 의사는 환자에게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칠 대로 지친 환자는 '수면제', '안락사', '편하게 죽고 싶어요'라는 글을 힘겹게 적어 간호사에게 전했다.

 국 간호사는 '그래도 가족은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환자를 다독였다. 땀과 피로 얼룩진 환자복도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마침내 가족들이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환자는 가족들이 보지 못하도록 '안락사'라고 쓰인 종이를 버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마지막 면회를 하고는 편안한 얼굴로 긴 잠자리에 들었다.

 국 간호사는 "간호사는 보름달이 차오르듯 환자에게 희망과 밝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생의 끝자락에서 가슴 뭉클한 그믐 또한 함께 감내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부가 펴낸 신간 '오늘도 간호사입니다'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와 간호사들이 나눈 정(情)이 빼곡히 담겨있다.

 박영아 간호사는 새벽 3시 반, '묻지마 범죄'로 경동맥이 손상돼 너무 일찍 세상을 등진 17세 소녀의 머리를 감기고 정성스레 말렸다.

 긴 머리가 흥건한 피에 뒤엉킨 채 굳어버린 처참한 모습으로 소녀를 가족에게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 간호사는 그것이 '지금 해야 할 간호, 아니 하고 싶은 간호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반복되는 죽음, 힘든 업무 강도, 환자와 보호자가 때때로 쏟아내는 상처 되는 말들은 간호사들을 무디게 하기도 한다.

 아무도 우리의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자책으로 힘들어할 때도 있다.

 그래도 환자와 보호자의 삶에 변화를 만들었던 순간에 대한 기억, 환자들이 건넨 감사 편지는 자신을 추스르게 한다고 간호사들은 말했다.

 기관절개술을 앞둔 루게릭병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녹음해 두는 게 어떠냐고 권하고, 1인 중환자실에 혼자 남겨진 또래 환자가 무섭지 않게 손을 꼭 잡아주는 일은 간호사들이 진심으로 환자의 아픔에 공감했기에 가능했다.

 김명숙 간호부원장은 "간호는 단지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만이 아니라 아픔을 살피고 마음을 헤아리며 환자가 자기 삶을 끝까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며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사람을 돌보는 이들의 진심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군자출판사. 227쪽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15곳 이달말 같은기간 간호사 신규채용면접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15곳이 이달 말 같은 기간에 신규 간호사 채용 면접을 진행한다. 대한간호협회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3곳을 대상으로 9월 넷째 주 '동기간 면접제' 참여 여부를 조사했더니 15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참여 병원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이다. 동기간 면접제는 여러 병원이 간호사 최종면접을 동일한 기간에 동일한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간호사들의 대기 문제나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그간 일부 대형병원은 간호사들의 갑작스러운 사직에 따른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간호사를 일시에 채용한 후 필요시에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대기 순번제 방식을 운영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합격 후 최장 1년까지 '대기 간호사' 상태로 지내면서 대기 기간에 대한 불안감이나 채용 후 임상 부적응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 중소병원들의 경우 간호사가 대형병원으로 갑자기 이직하면서 인력난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미 서울 시내 대형병원 5곳은 2019년부터 자체 협약에 따라 동기간 면접제를 시행해왔는데 정부는 이를 확대해 2024년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KIST, 뇌 전극 수명 3배↑…나노 코팅 기술 개발
뇌 신호를 잡는 전극의 수명을 3배 늘리는 나노 코팅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최근 뇌융합연구단 성혜정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서울대 박성준 교수팀과 공동으로 뇌에 삽입하는 전극 수명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린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치매,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 연구를 위해서는 뇌 속 신경세포가 주고받는 전기 신호를 오래 관찰하는 게 필수다. 하지만 기존 전극은 삽입 후에 한 달이 지나면 염증과 흉터로 신호가 흐려져 장기 연구와 치료 목적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딱딱한 실리콘 재료 대신 유연한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를 활용해 잘 휘어지는 전극을 개발했다. 여기에 연구팀은 이 전극 표면에 물과 만나면 부풀어 올라 단백질과 세포가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100나노미터(1㎚, 10억분의 1m) 두께 특수 코팅을 추가해 오염을 방지했다. 폴리카보네이트 기반 전극은 약물 전달도 가능하고, 코팅이 뇌척수액과 만나 부풀어 오르면 단백질과 면역세포 부착을 막아 염증과 흉터가 생기는 것을 막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생쥐 실험에서 새 전극은 기존 전극보다 염증 반응을 60% 이상 줄이고 신경세포 생존율은 85%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