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판결 의사 연평균 38명"…의료계 주장과 차이

국책연구원 '사법 리스크' 첫 공식 통계…"정형·성형·내과 순"
"벌금형·집행유예가 대부분…과실 정도 따라 처벌 특례 적용하려면 기준 축적해야"

  의료사고 형사처벌 리스크에 관한 의료계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이뤄진 정부 연구용역에서 의료사고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유·무죄 판결을 받은 의사가 연평균 약 38명에 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의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현황 분석이 포함됐다.

 보사연 연구 세부 과제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연구의 내용은 앞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일부 공개된 바 있지만, 전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평균 38.4명의 의료인(건수로는 34.4건)이 의료 사고로 재판에 넘겨져 판결받은 셈이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 2022년 보고서에서 '2010∼2019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의사 수가 연평균 752명'이라고 분석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연구원은 의협 보고서의 경우 비의료인 전문직 종사자를 구분 없이 포함한 데다, 입건된 피의자 수를 재판에 넘겨진 인원으로 잘못 집계하는 큰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재판에 넘겨진 192명의 1심 선고 내용을 살펴보면 벌금형 67명(34.9%), 무죄 55명(28.6%), 금고형 집행유예 44명(22.9%), 금고형·징역형 각 8명(각 4.2%), 징역형 집행유예 4명(2.1%), 선고유예 4명(2.1%), 벌금형 집행유예 1명(0.5%), 공소기각 1명(0.5%) 등이었다.

 진료 과목은 정형외과(15.6%)와 성형외과(15.1%)가 가장 많았고, 이어 내과(10.9%), 신경외과·치과(각 6.3%), 산부인과(5.7%), 한방의료(5.2%), 응급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각 4.7%), 소아청소년과(3.6%), 외과(3.1%) 순이었다.

 필수의료 과목일수록 형사처벌 부담이 클 것이란 세간의 인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다.

 피고인이 근무한 병원 규모는 의원 46명, 병원 95명, 종합병원 8병, 상급종합병원 5명, 치과병원 6명, 요양병원 2명, 한의원 9명, 치과의원 3명 등이었다. 18명은 판결문에 병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아 분류에서 빠졌다.

 근무 형태별로는 봉직의(페이닥터) 104명, 개원의 74명, 미상 14명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는 신체적 손상 사례(60.4%)가 가장 많았고 이어 사망(38.5%), 기타(1.1%), 정신적 손상(0.0%) 등이었다.

 연구원은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성에 대해 "벌금형과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처분의 대다수를 차지했고 벌금은 500만원이 가장 빈번했다"며 "합의금이 지급된 경우는 18.8%에 불과했고 의료 감정서는 59.4%의 사례에서 증거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의 판례는 업무상 과실의 유무만을 판단할 뿐 과실의 정도에 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며 "과실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의 특례를 달리 적용하고자 한다면 법률이나 하위 법령을 서둘러 신설하기에 앞서 그간의 우리 법 현실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료과실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므로 중과실 유형을 나열하는 법률 규정을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과실 정도를 판단할 기준을 축적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실태를 파악하려는 정부 차원의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검찰의 수사·재판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판결문 분석만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종합적인 실태를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는 측면도 있다,

 일례로 약식 기소·명령 건수, 수사부터 판결까지의 기간 등은 분석되지 못했다.

 정부는 약식 기소 등을 포함하면 연간 의료사고 기소 건수가 최대 70건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함께 의료계에서는 기소뿐 아니라 경찰·검찰의 소환 조사, 수사·재판 장기화, 민사 손해배상 소송, 조정·중재 등도 사법 리스크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9∼2023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사고 조정·중재 접수 건수는 연평균 2천281건이었다.

같은 기간 민사 손해배상 1심 본안 사건 접수 건수는 연평균 851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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