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티셔츠 '로카티', 대중 속으로…"저 군인 아니지 말입니다"

PX서 파는 기능성 티셔츠, 민간서 대유행
"입어본 옷 중 가장 편해"…청소년·여성도 입어
1만~2만원대…"태극기까지 있어 디자인 좋아"

  "군인뿐만 아니라 일본·미국 관광객도 로카티를 사갑니다. 시원한 데다 잠옷으로도 입기 편한 것이 알려진 건가 싶어요."

 지난 18일 용산구의 한 군장점. '로카티가 많이 팔리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군장점 주인은 "지난해에는 고등학생 학부모들이 많이 사 가기도 했다"며 "공군·해병대 등의 티셔츠보다도 검은색 육군 티셔츠가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로카티'의 대중화 시대다.

 로카티는 대한민국 육군을 뜻하는 영문 이니셜 ROKA(Republic Of Korea Army)와 티셔츠를 합성한 말이다.

 육군의 경우 ROKA, 공군의 경우 ROKAF(Republic Of Korea Air Force) 등 새겨진 글자가 군종별로 달라진다.

 왼쪽 팔뚝 부분에 태극기, 가슴팍에 군종별 약자, 등판에는 'KOREA ARMY'(육군), 'KOREA NAVY'(해군) 등의 글자를 새기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자가 일반적이지만, 해병대는 고유색인 붉은 바탕에 노란색으로 글씨를 새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래 현역 군인들이 개별적으로 군마트(PX) 등에서 구매해 입던 기능성 티셔츠였으나 군인에게 선물로 받은 물건을 민간에서도 착용하며 점차 퍼지기 시작했다.

 2010년 해세드코리아에서 제작해 PX에 납품한 것이 로카티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용산구 일대 군장점 세 곳에서는 모두 로카티를 판매하고 있었다.

 한켠에 코너를 마련해 옷들을 쌓아놓거나, 전면 유리창에 내놓는 등 로카티를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한 군장점은 한쪽 벽면 대부분을 로카티로 채웠다.

 재봉틀을 돌리며 오버로크 하는 작업자의 뒤에 놓인 선반에도 검은색 로카티가 쌓여 있었다.

 또 다른 군장점 역시 그리 넓지 않은 가게의 공간을 할애해 유리창뿐만 아니라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로카티를 잘 보이게 배치해놓았다.

 다만 이들 가게는 군대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게 혹시 법규 위반이 될까 염려하는듯 사진 촬영은 허락하지 않았다.

 같은 날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동역 지하쇼핑센터. 'I♥KOREA'가 적힌 티셔츠와 로카티가 함께 팔리고 있었다.

 외국인의 눈에는 태극기와 'KOREA'가 인쇄된 로카티가 한국 방문 기념품인 것이다.

 로카티는 해안가 등 올여름 휴가지에서도 흔히 눈에 띄었다.

 직장인 조모 씨는 21일 "최근 강릉으로 휴가를 갔는데 휴양지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코리아 아미'(KOREA ARMY)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녀 깜짝 놀랐다"며 "처음에는 군인 가족들인가 싶었는데, 요즘 엄청나게 유행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애국 마케팅도 아니고 한국 군대 옷이 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지 궁금했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20대인 우리 아들도 하나 선물 받아서 이미 입고 있었다"며 웃었다.

 대학생 이모(20) 씨는 "옷이 너무 편해서 운동할 때 주로 입는다"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구입한 친구들도 많다"고 밝혔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주변 군필자들이 자주 입는 데다 추가로 구입하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며 "중학생들이 입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한 쇼핑몰에서 다양한 로카티를 판매하는 모습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기능성 의류이면서도 값이 싼 데다 성능이 훌륭하다는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유튜브 이용자 'adh***'은 "로카티 한 장에 2만원도 안 한다"며 "검정 바탕에 흰 글씨 조합이 무난한 데다 태극기까지 있어 디자인이 좋다"고 적었다.

 'viv***'는 "옷 자체가 재질이 부드럽다"며 "오래 입으면 몸에 맞게 변형돼서 더 좋다"고 썼다.

 또 "태어나서 입어본 옷 중에 로카티가 가장 편하다. 재질도 좋아서 군대에서 매일 입고 세탁했는데도 아직도 멀쩡하다"(스레드 이용자 'maru***'), "저렴하고 편한 운동복으로 이만한 게 없다"(유튜브 이용자 'po***'), "통풍이 잘돼서 전역하고도 여름에 종종 입는다"(유튜브 이용자 'jun***') 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여성도, 중고등학생도 입는다.

 스레드 이용자 'rkd***'는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사다 줬는데 바람도 잘 통하고 신축성이 좋은 데다 잘 마르기까지 한다. 미필자나 여자가 입으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잠옷으로 입는다"고 썼다.

 또 '난나***'는 "고등학교 3학년인데 체육대회 반티가 로카티였다"고 적었다.

 군용품 전문 쇼핑몰 등지에서는 싸게는 약 1만원 정도에 로카티 한 장을 구매할 수 있다. 비싸도 2만원대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PX에서 구매 시에는 1만5천원 선이다.

 긴팔 후리스·후드집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에도 1만5천원~4만원 사이를 유지한다. 단체로 주문할 수 있는 반티의 경우 더 저렴해 1인당 6천~7천원대에서 구매할 수 있다. 흔히 알려진 검은색 로카티뿐만 아니라 흰색·국방색 등의 색상과 다양한 무늬를 넣은 경우도 있다.

 다만 로카티라고 다 같은 로카티는 아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쿨론' 소재를 사용해 시원하고 흡수건조가 빠르도록 제작하지만, 저렴한 제품의 경우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유튜브 이용자 'qst***'는 "로카티가 웬만한 기능성 의류보다 가성비가 좋다"면서도 "정품을 흉내 내 반값에 파는 것이 많아 잘 보고 구입해야 돈이 아깝지 않다"고 썼다.

 '도***'는 "군대에서 입는 옷 중 가장 무난해서 입는 것일 뿐"이라며 "은근히 두꺼워 여름에는 덥고 편의성으로 따지면 좋은 의류는 넘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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