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대화하는 로봇,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될까

테슬라·유니트리까지…가격 경쟁 불붙은 휴머노이드
기업용 확산 빨라져도 가정용 도입엔 갈 길 멀어

 전 세계적인 고물가 속에서도 가격 하락세를 보이는 산업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다. 불과 수년 전 수억 원대에 머물던 휴머노이드 가격이 최근 수천만 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AI 알고리즘은 무료로 공개되고 부품은 자동화된 생산 설비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이젠 가전제품처럼 만들어진다"고 말할 정도로 로봇 생산의 일상화가 이미 눈앞에 다가왔다.

 ◇ 싸졌지만 갈 길 멀어… 현실과 기대의 간극

 그러나 인간과 유사한 외형과 동작을 가진 휴머노이드의 가격 하락이 곧 시장의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유용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휴머노이드에 대한 초기 투자 대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값은 싸졌지만 아직 쓸 곳이 없다'는 이중적인 현실 속에서 휴머노이드 산업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휴머노이드 가격 인하의 배경을 보면 단순히 대량 생산 효과를 넘어선다. AI 소프트웨어의 오픈소스화, 핵심 부품의 자체 개발, 생산 설비 자동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AI 로봇 기업 유니트리는 GPT 기반 대화 기능을 갖춘 인간형 로봇 'G1'을 1만6천 달러(약 2천2백만 원)에 선보이며 경쟁 제품 대비 최대 40%가량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니트리가 일부 부품을 자체 설계하고 공개된 AI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컴퓨터나 소프트웨어 사이의 연결)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비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테슬라의 '옵티머스' 2세대와 중국의 샤오미가 시연한 '사이버원'도 잇따라 공개됐지만, 아직 가격과 출시 일정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테슬라 또한 AI 알고리즘과 칩을 직접 설계해 원가 절감을 꾀하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2010년대 초 드론 시장이 대중화되던 시점과 유사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 "걷고 듣고 말하는 건 기본"… 기술 현주소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휴머노이드는 연구소나 대기업 체험 전시실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걷고, 균형을 잡고, 음성을 인식해 대화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대중에게도 공개되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2세대는 달걀을 깨지 않고 옮기는 정밀 제어 능력을 시연했고, 바닥에서 런지 자세를 취하거나 테이블 위 물건을 정리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다만 이러한 시연은 대부분 통제된 환경에서 이뤄졌으며 복잡한 현실 공간에서의 자율성과 내구성은 여전히 기술적 숙제로 남아 있다.

 유니트리의 G1은 사용자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응답하고 명령에 따라 공간을 인식해 이동하는 기능을 갖췄다.

 최근에는 시각과 언어를 함께 인식하는 멀티모달 기반 로봇도 등장하며 자율성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실제 가정, 사무실, 도로 등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아직 안정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서 바로 가정용 로봇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기술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사용성'이다.

 현재 휴머노이드의 주된 수요는 여전히 기업용에 머물고 있다. 물류창고, 공장 자동화, 호텔 안내, 건물 보안 등에서 맹활약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청소, 설거지, 음식 준비 등 일상 가사노동은 이미 로봇청소기나 주방기기가 대신하고 있어 값비싼 휴머노이드가 대체하는 건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배터리 지속 시간, 충전 편의성, 내구성, 유지보수 등 기술적 한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보다는 기업간거래(B2B), 특히 물류와 경비, 안내 분야에서 먼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아마존과 월마트는 휴머노이드를 시범 운영 중이며,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Digit)'은 물류센터에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병원과 호텔에서 안내 로봇이 도입되는 중이다.

 ◇ 휴머노이드도 스마트폰처럼 대중화 가능할까

 흥미롭게도 휴머노이드의 가격 하락이 산업 전체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도의 기술력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휴머노이드 산업은 초기 수익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가 모델로 진입 장벽을 낮춰도 이후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서비스 비용까지 감안하면 총소유비용(TCO)은 절대 낮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과열되면서 '싸게 팔지만 남는 게 없는' 구조가 굳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일부 스타트업은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거나, 대기업에 흡수되기도 했다.

휴머노이드의 일자리 대체 논란도 여전하다.

 반복적이고 위험한 업무를 휴머노이드가 대체하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물류·제조 현장의 단순직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그렇다면 휴머노이드도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 사이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보급형 휴머노이드'가 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특히 하드웨어보다는 플랫폼을 선점한 기업이 주도권을 쥘 것이란 전망이 많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로봇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고, 샤오미와 화웨이 등도 자체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탑재된 로봇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도 후발주자로서 부품 내재화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다.

 AI가 로봇의 '두뇌'가 되고 반도체가 '근육' 역할을 하며 오픈소스가 '교재'를 대신하는 시대에 휴머노이드는 더 이상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가격이 내려가는 이 시점이야말로 보급의 신호일 수도 있다.

 다만, 진정한 대중화는 단순한 가격 인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질적인 유용성과 안정성, 유지관리 체계, 사회적 수요 등 여러 과제가 해결돼야만 한다.

 산업 확산은 B2B 영역에서 먼저 일어나고, 의료·돌봄·교육 같은 삶의 질과 직결된 분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긴 여정의 첫 장이 지금 막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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