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명예교수의 웰다잉…부고 뒤 빛난 '노블레스 오블리주'

 우리 사회가 '웰빙'(well-being)에 집중한 지 오래지만, 요즘은 '웰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이 더 주목받고 있다.

 잘 먹고 잘사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잘 떠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웰다잉이 단순히 고통 없는 죽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은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세상을 떠난 뒤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별세한 신영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명예교수의 마지막 선택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고인은 재산 대부분을 기부했을 뿐 아니라, 자기 몸마저 의대 교육용으로 내놓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 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삶의 마지막까지 실천했다.

 영락교회 신린관 장로의 넷째로 태어난 신 명예교수는 1961년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토양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시간주립대 연구원을 거쳐 1973년 귀국해 연세대 이과대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농업개발원 원장을 맡았다.

 연세대 농업개발원은 현 연세유업의 전신으로, 고인은 당시 낙후된 국내 낙농 현장에 우유 대중화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국내 토양 분류체계를 새롭게 확립하고 30여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는 등 토양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

 연세대와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평생을 살아온 연세대 인근 염리동 집과 부지를 학교 및 대한성서공회에 나눠 신탁 기부했다.

 처음 기부 의사를 밝혔던 2015년 당시만 해도 추정가치 70억원이던 부동산은 현재 200억원대에 달한다.

 여기에 사후 시신까지 연세대 의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했다. 시신 기증 서약에는 고인의 아내도 동참했다.

 해부학 실습에 쓰이는 시신은 '무명의 스승'으로 불리며, 의대생들에게 생명 존중과 의사로서의 첫 사명을 일깨운다. 고인의 선택이 새내기 의사들에게 전하는 '최후의 강의'가 된 셈이다.

 고인의 딸 신애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셨던 아버지께서는 어릴 적부터 (자식들에게) 늘 교육해주는 것 말고는 물려줄 게 없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그런 아버지의 평소 철학이 기부와 기증으로 이어졌고 가족들도 모두 이런 의사를 존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인은 생전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인들조차 부고장에 적힌 장지 '연세대학교'를 보고서야 시신 기증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연세대의 한 동료 교수는 "고인의 장지는 흙이 아닌 교육의 현장이었다. 그의 삶은 개인을 넘어 사회를 밝히는 등불로 다시 타올랐다"고 떠올렸다.

 연세대는 집을 기부한 뒤 마땅한 거처가 없어진 미망인에게 교내 고급 기숙사인 '에비슨하우스'를 제공하며 뜻을 기렸다.

 대학 관계자는 "고인의 삶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넘어 웰다잉의 참모습을 보여준 보기 드문 사례"라며 "고인과 유족의 고귀한 뜻을 오래도록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사회의 품격은 그 구성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또 어떻게 떠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인의 마지막 발자취는 단순한 부고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나는 어떻게 살고 떠날 것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져준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진정한 자유는 나눔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신 교수가 남긴 삶의 유산이 이 말처럼 우리 사회의 양심을 일깨우고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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