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 달 만에 품귀…비만약 마운자로 '대란'

대형 병원·약국 공급 쏠림…일반 약국선 구하기 힘들어
살빼기용 오남용 우려…전문가 "급여 편입 관리 시급"

 "최근에야 겨우 2.5㎎만 공급받았어요. 5㎎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9일 서울 한 대학병원 인근 약국에서 만난 약사 A씨는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의 비만 주사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출시 4주일이 지났지만 공급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했다.

 실제 이 대학병원 인근 약국 10여곳에 문의해 보니 저용량이나마 마운자로를 공급받은 약국은 A씨 약국 단 한 곳밖에 없었다.

 마운자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애초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치료제가 다이어트 목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마운자로 출시 3년만에 한국 판매…공급 부족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지난달 14일 국내에 출시돼 같은달 20일부터 한국릴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유통업체들을 통해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공급 4주일이 지났지만 대부분 약국에서는 마운자로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국내 마운자로 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유통업체들이 대형 병원·약국 위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가 마운자로 출시에 맞춰 비만약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가격을 용량에 따라 최고 42% 인하해 시중 판매가격이 20만원대 중반까지 낮아졌지만 시중가 33만원 수준인 마운자로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

 릴리의 임상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고용량까지 투약할 경우 체중 감소율이 평균 20.2%로 13.7% 수준인 위고비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마운자로가 중국과 인도 등 수요가 많은 곳에 우선 공급되면서 한국에는 공급량이 많지 않다"며 "공급받은 마운자로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처방이 많이 이뤄질 수 있는 대형 병원이나 대형 약국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운자로는 2022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일본, 유럽국 등 48개국에 출시됐지만 한국에서는 3년 이상 지난 올해 8월 중순에야 저용량 제품인 2.5㎎과 5㎎ 출시가 이뤄졌다.

 고용량 제품인 7.5㎎과 10㎎은 공급 부족 등 여파로 10월 중순쯤에나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 오남용은 부작용만 키운다…"마운자로, 미용 용도 아냐"

 의료계는 새로운 제품 출시 등 비만치료제 발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비만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 발생률을 낮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다만 미용 목적으로 마운자로,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받는 게 문제라고 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주사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비만에 해당하는 환자가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오심, 구토, 설사, 변비 등 위장관계 이상 반응과 발진, 통증, 부기 등 주사 부위 반응이 흔하게 나타난다. 과민반응, 저혈당증, 급성췌장염, 담석증, 체액감소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저체중 혹은 정상 체중인 사람이 이를 투여하면 동일한 용량의 약물이라고 해도 체중 대비 혈중 약물 농도가 높아져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앞서 대한비만학회는 위고비 출시 직후 성명을 내고 "비만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용 시 치료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여성을 중심으로 지나친 날씬함에 대한 욕구가 높은 상황"이라며 "마운자로 등은 반드시 의사의 올바른 처방을 받고 투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삭센다를 투여하다가 내성 등 문제로 올해 초부터는 경구용 식욕 억제제를 먹고 있다는 33세 직장인 A씨는 "여성은 체중과 외모에 대한 압박을 남성에 비해 더 많이 받는다"며 "겉으로 심각한 비만이 아니어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비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만치료제, 급여 체계 편입으로 관리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미용 목적의 비만치료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고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으려면 키, 몸무게 및 BMI를 기재해야 하지만 이를 허위로 입력한다고 해도 의료진이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조영규 지샘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비만치료제 처방 시 피검사 결과 등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BMI를 거짓으로 기재하면 문제없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너무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이 됐고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처방을 거절당할 경우 비만 치료제를 쉽게 내어주는 '성지'를 검색해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오남용 문제는 위고비 등 처방 대상이 청소년으로 확대되면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한국 노보 노디스크 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위고비의 12세 이상 청소년 투여 적응증 허가를 신청했다.

 조 과장은 "여자 청소년의 경우 체중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청소년 처방이 가능해지면 과연 정말 필요한 아이만 비만치료제 처방을 받겠느냐"고 우려했다.

 온라인상에서 비만치료제와 관련한 과장된 정보를 지속 노출하는 것도 오남용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를 급여 체계에 편입해 제도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현재 비급여 시장에 있다"며 "보험 급여 시장에 편입돼 판매되면 당국 입장에서도 감독이 수월해져 오남용을 막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만치료제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 과장은 "위고비, 마운자로 등 체중 감량 효과가 빠른 약을 쓰면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 등 제지방도 같이 빠진다"며 "일정 기간이 지나 주사제를 끊게 되면 체지방만 도로 쪄 건강이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비만치료제를 투여하더라도 근력운동이나 식이조절을 병행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비만치료제 '붐'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배 교수는 "앞서 삭센다도 한때 열풍이 불다가 서서히 잠잠해졌다"며 마운자로, 위고비에 대해서도 "효능뿐 아니라 한계 또한 알려지면 열풍도 점차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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