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살 1위' 탈출 가능할까…"범부처 협력 잘 작동해야"

범부처·고위험군 집중·지자체 대응 역량 강화 등 '방향성'엔 공감
"목표치 지나치게 높아 현재로서는 불가능" 실효성 의문도 제기

  정부가 내놓은 국가자살예방전략은 '사회적 재난'으로까지 불리는 자살을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총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만년 1위인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춰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벗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재로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도 범부처 협력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만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작년 일평균 39.6명 자살…감축 위한 정책노력 안 통해

 정부는 지난 12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을 지난해 28.3명 수준에서 2029년 19.4명, 2034년 17.0명 이하로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가 이러한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심각한 자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에만 1만4천439명, 하루 평균 39.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률은 2003년 이후 OECD 회원국 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OECD 평균은 10.6명이고, 2위인 리투아니아도 17.1명으로 우리와 차이가 크다.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 속에 2023년 10대 자살률이 역대 최고치(7.9명)를 기록했고, 노인 자살률(40.6명)도 여전히 높다.

 취업·경제난, 고립 심화 등으로 청년과 중장년의 자살률도 상승 추세다.

 그간 정부는 1∼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포함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으며 자살률 감축을 시도했지만, 장기적으로 설정한 자살률 목표치엔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자살 건수는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그간의 자살대책이 과도한 경쟁, 실업 등 근본적인 자살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범부처가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위기요인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일반인 대비 자살 위험이 22배 높은 자살 유가족 등 고위험군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 "범부처 참여 환영" vs "불가능한 목표 재고해야"

 정부가 자살을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인 대응과 개입을 선언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범부처 차원의 대응과 자살 유가족 등 고위험군 관리, 지자체 대응 역량 강화, 인력 확충 등의 정책의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범부처가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환영한다"며 "새로 만들어지는 본부에서 자살예방정책 이행 점검과 성과 모니터링이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기 설정한 목표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보다 앞서 총리 직속으로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한 일본의 경우 자살률을 10명 가까이 줄이는 데 약 10년이 걸렸다.

 일본의 자살률은 1999년 25.5명이었다가 2021년에서야 15.6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단순히 노력하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한 수준의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는 "불과 4년 뒤인 2029년까지 자살률을 10명 줄이는 건 기적이 일어나야 가능한 수준"이라며 "목표치가 너무 높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사업을 강화한다는 내용 위주여서 관점을 전환하는 발상도 보이지 않는다"며 "획기적인 사회 정책으로의 전환은 상당히 미흡한 편"이라고 평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범부처 협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원영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살률 감소를 위해) 범부처 협력을 전략으로 채택한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사회정책적 개입이 적절히 이뤄진다면 새 정부의 목표는 근거 없는 약속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범부처 협력이 실제로 작동해야 하고, 성과지표 등 정책 효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만드는 등의 보완 작업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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