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과실' 의사 기소 여파…"기소 부당"vs"무조건 면책은 안돼"

의료계 반발 계속…산과의사들 "불가항력 사고에 형사책임 물어선 안돼"
"주의 의무 등 과실 여부 따져봐야"·"피해자 울분 해소부터" 지적도

 대형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분만 과실로 신생아 뇌성마비를 초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지속하고 있다.

 의료계는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며, 이러한 기소가 산과 위기를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진료 행위에 과실이 있었다면 모든 형사 책임을 면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20개 대학병원 30∼40대 산과 교수 30명은 실명과 함께 공개한 '벼랑 끝에 선 젊은 산과 교수들의 성명서'에서 "분만 시 발생하는 사고는 불가항력적임을 인정하고, 형사 기소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촉구했다.

 성명에서 교수들은 "분만을 업으로 삼고 고위험 산모와 태아를 돌보는 우리의 일상적 업무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형사 기소 대상이 되는 현실에 깊은 충격과 절망을 느낀다"며 "불가항력적 사고까지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선의 진료 행위를 결과에 따라 함부로 재단해선 안 되며, 분만 인프라 붕괴 등 구조적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산모가 피해를 본 경우 국가 차원의 안전망과 충분한 보상 제도를 마련하고, 의사들이 산과를 떠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형사 기소가 산과 의사의 의료현장 이탈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1일 대한의사협회는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현장에 큰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고, 대한의학회도 "뇌성마비와 같이 그 원인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나쁜 결과를 의료진의 잘못으로 단정하는 건 의사들에게 분만장을 떠나라는 경고장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다한 의사가 처벌받아선 안 된다는 데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그럼에도 진료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에 관해선 법원의 판단을 구해볼 여지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교수)은 "분만이 의료사고의 가능성이 제일 크고,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의료행위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면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억울한 일이 생겨서는 안 되지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인지 등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며 "의사를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요구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단체에서는 의료사고 처리 과정에서 의사의 기소 여부 등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피해자 입장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강조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관계자는 "의료사고 피해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의료진에 대한 형사 특례가 아니라 피해자가 울분 해소가 먼저 핵심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소 건의 당사자인 산모는 분만 당시 같은 병원 다른 진료과 의사였으며, 교수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의료진이 태아 안녕에 관한 감시·관찰을 해태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를 잘못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원고 측에 6억5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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