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가 도박이라고?…"법률상 아니지만 사행성 요소 있어"

지역교육청 '도박중독 추방의 날' 맞아 "사행성 경고" 가정통신문 보내
현재 전체이용가 게임물…경품 인형 가격 1만원 넘으면 안 돼
중독 전문기관·전문가들 "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 경고

  "인형 뽑기가 도박이라고요?"

 17일은 '도박중독 추방의 날'이다.

 일부 교육청들은 이날을 앞두고 최근 인형 뽑기의 사행성을 경고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가정통신문은 인형뽑기 기계가 겉보기에는 단순한 오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학부모들에게 청소년 도박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도박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은 영화 '타짜' 속 인물들이나 카지노, 담배 연기가 자욱한 불법 도박장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인형 뽑기와 도박을 연결 짓기는 쉽지 않다.

 인형뽑기도 도박에 해당할까.

 결론적으로 현행법상 인형뽑기는 전 연령이 이용가능한 게임물이고 경품 종류와 한도액에서도 대체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적당한 수준으로 즐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인형뽑기 게임은 '전체 이용가'…인형 가격은 1만원 넘으면 안 돼

 현재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인형뽑기 게임기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적용을 받는 오락시설이다.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기기 형태로서 선정성, 사행성, 폭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상태다.

 다만 경품의 종류는 완구류, 문구류, 문화상품류, 스포츠용품류, 생활용품류 등으로 제한된다.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상품을 경품으로 줄 수 없다는 의미다.

 경품 가격 역시 1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그 이상일 경우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경품 한도액은 5천원이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에도 경품 가격 한도는 그대로여서 소위 '짝퉁' 캐릭터 상품이 유통되고, 일부는 제품에서 환경호르몬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등 안전 문제가 대두되자 2020년 말 1만원으로 한도가 상향됐다.

 관련 법상의 이런 규정을 종합하면 일반적으로 흔히 보이는 작은 인형이 들어있는 뽑기 기계는 문제가 안 된다는 의미다.

 ◇ 법 규정 위반 시 단속…"법 위반했다고 도박이라는 의미는 아냐"

 만약 경품 가격이 1만원을 초과하거나 과거 일부 관광지에서 등장해 논란이 됐던 바닷가재(랍스터) 같은 생명체를 경품으로 내건다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

 경품은 게임물의 경품 지급 장치를 통해서만 제공해야 하며 영업소 관계자 등이 제공해서도 안 된다.

 이런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게임 난이도를 조정하는 등 기기를 개조하거나 변조해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품 기준 위반 등을 포함한 부정행위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경찰청 등이 단속한다.

 다만 경품 종류나 가격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고 해도 이는 법 위반에 해당할 뿐 인형 뽑기가 곧 도박에 해당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 담당 관계자는 "관련 조항을 어기면 벌칙이 있고 벌칙 자체가 매우 센 편"이라면서 "그러나 벌칙을 어겼다고 곧바로 도박이라거나 사행성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도 비슷한 견해를 밝히며 "애초에 (인형 뽑기 같은) 크레인 게임은 등급 분류 심의에서 이용자의 실력이 반영되고 이에 따라 경품을 받는 것으로 인정돼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행성 요소 배제 못해…우연성·중독 유발 가능성 등 있어

 인형뽑기 자체를 도박으로 규정할 수는 없더라도 사행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중독 전문 기관 및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문체부 산하 도박 예방 및 치유·상담·교육·홍보 기관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도박중독 추방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각 학교 도박 예방 담당 교사 등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일부 인형뽑기 기계의 사행성 요소와 확률 조작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여러 차례 실패하도록 한 뒤 일정 횟수에 맞춰 '강한 힘'이 설정되도록 하는 등 성공 확률을 조작한 기계가 일부 있다는 것이다.

 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인형 뽑기 기계의 도박성 및 사행성 여부에 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법률상으로는 도박이나 사행행위로 분류되지 않으나 인형뽑기 자체가 우연성, 보상의 불확실성, 중독유발 가능성 등 사행성 요소가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기기 개·변조 등 조작이 없다고 해도 우연성 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형 뽑기를 사행성 요인이 있다고 보는 쪽은 무작위성(집게 힘 조절, 랜덤 성공), 확률 조작(특정 횟수마다 성공), 간헐적 보상(때때로만 성공해 반복 유도), 손실 추격(실패 후 재도전 유도), 기술 착각(요령이 있다는 착각 유도), 금전 보상(인형 재판매 가능성) 등을 주된 이유로 지목한다.

 주변에서는 실제 인형 뽑기에 빠져 한 번에 몇만 원씩 쓴다는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김모 씨는 "아이와 재미 삼아 뽑기방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2만~3만원을 쓸 때도 있다"면서 "쓴 돈이 뽑으려는 인형값을 넘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만 더 하면 뽑을 수 있을 것 같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매장 안에 보면 나만큼 쓰는 사람이 흔하고, 몇십만원씩 쓰는 것은 아니어서 사행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인형뽑기가 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2017년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서 '인형 뽑기가 도박일까'라는 제목의 정책 뉴스를 통해 인형 뽑기가 위험한 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용자 스스로 적당히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정책 뉴스에 따르면 법원도 ▲ 확률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때 ▲ 게임을 통해 얻은 경품을 돈으로 바꿀 수 있을 때 ▲ 시간당 이용 금액이 1만원을 넘었을 때 등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도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에는 인형 뽑기 뿐만 아니라 재미 삼아 하는 화투 게임 등도 해당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인형 뽑기 게임의 중독성을 경고하고 있다.

 '청소년의 도박 중독의 쟁점과 과제-인형 뽑기 게임의 사행성 논란을 중심으로' 논문(2017)을 쓴 신현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인형 뽑기를 재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위험성을 모르고 그냥 두면 중독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특히 어린이는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어린이에 대해서는 규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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