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전자담배→합성니코틴…시대 따라 변하는 담배의 정의

연초의 잎→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담배사업법 개정 추진
2007년 국내 첫 출시된 전자담배, 2014년에야 법적 담배 포함돼

 지난달 합성니코틴도 담배로 규정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의 초반 문턱을 넘어섰다.

 담배의 기준을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와 전체 회의를 연이어 통과했다.

 법제화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 논의가 오랜 진통 끝에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결실을 본 만큼 개정안이 본회의에서의 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가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를 어떻게 분류하는지는 세금과 각종 부담금 문제가 걸려 있어 관련 제조자와 판매자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담배 소비자와도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법 제정 이후 37년간 담배의 정의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살펴봤다.

 ◇ 2014년 1월 전자담배도 처음으로 담배 포함

 담배의 정의가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2014년이었다.

 이 전까지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피우거나 빨거나 씹거나 또는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됐다.

 그러나 2014년 1월 법 개정 후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바뀌었다.

 형식적으로는 '증기로 흡입하거나'라는 문구가 단순히 추가된 것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종 전자담배가 공식적으로 담배에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통상 '담배'라고 하면 담뱃잎(연초의 잎)을 썰어 얇은 종이로 가늘고 길게 말아 놓은 '궐련'을 말한다.

 전자담배는 이와 형태가 다르다. 니코틴을 제공하는 재료 부분과 이 재료를 기체로 만들어 흡입할 수 있는 전자장치로 구성됐다.

 이 재료 부분이 니코틴 용액이면 '액상형 전자담배'로, 연초 또는 연초 고형물이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류된다.

 2007년 국내에 처음 시판된 전자담배는 액상형이었지만, 2017년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출시된 이후 궐련형이 전자담배의 대세가 됐다.

 전자담배를 두고는 출시 이후부터 계속해서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봐야 하는지 '정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전자장치가 니코틴 용액을 가열해 생성한 증기를 사용자가 흡입하도록 한 제품이라 연초를 태워 그 연기를 들이마시는 통상의 담배와는 형태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이에 법제처는 2008년 11월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제처는 그 근거로 ▲ 니코틴 용액이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만들어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하고 있으며 ▲ 니코틴을 흡입한다고 할 때 '흡입'은 법상 정의 조항의 '빨다'(빨거나)와 같은 의미라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이후 실질적인 법적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 전자담배를 직접 가리키는 문구('증기로 흡입하거나')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 담배사업법상 담배엔 각종 규제·부담금 부과…우회 시도 계속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느냐의 여부는 신종 담배의 제조자와 판매자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다.

 담배를 규제하거나 담배에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들이 담배사업법상 담배 정의 조항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담배를 규제하는 법은 크게 담배사업법, 국민건강증진법, 청소년보호법이 있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판매 금지, 소매인 지정, 성분 표시, 오도(할 수 있는) 문구 제한(이상 담배사업법), 경고 그림 및 문구 표시, 광고 제한, 금연구역 지정(국민건강증진법), 청소년 대상 담배 판매 금지, 청소년 유해 표시 의무(청소년 보호법) 등이 주요 규제 내용이다.

 담배엔 또한 개별소비세(개별소비세법),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이상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부담금(국민건강증진법), 폐기물부담금(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규제와 각종 세금 등을 피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다.

 우선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로 분류된 2014년 1월 담배사업법 개정 이후엔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사용하는 신종 전자담배가 나왔다.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다는 정의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2016년 6월 기획재정부가 민원질의에 대한 회신을 통해 '연초의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연초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의 수입이 급증했다. 규제의 공백이 생긴 셈이다.

 이번엔 다른 법이 먼저 움직였다.

 지방세법과 개별소비세법은 2021년 1월 연초의 잎이 아닌 다른 부분을 원료로 사용하는 담배도 담배로 규정하는 별도 조항을 신설해 과세 대상으로 삼았다. 국민건강증진법도 같은 해 8월부터 해당 담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합성니코틴이 부상했다. 합성니코틴은 연초를 원료로 삼지 않고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든 니코틴이므로 어떤 법에서도 담배로 규정되지 않았다.

 결국 현행 담배사업법 기준으로 연초의 잎이 아닌 부분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아직 '담배'가 아니다.

 이번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담배의 기준을 '연초의 잎'에서 '연초'와 '니코틴'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이 두 유형의 액상형 전자담배를 법상 담배의 범주에 넣기 위해서다.

 [표] 담배 규제 관련 법(2025년 10월15일 기준)

 

담배 종류 담배사업법 지방세법 개별소비세법 국민건강증진법
궐련 담배 담배 담배 담배
전자담배 궐련형 담배 담배 담배 담배
액상형 연초 잎 추출 니코틴 담배 담배 담배 담배
연초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 아님 담배 담배 담배
합성 니코틴 아님 아님 아님 아님

 

 ◇ 2001·2004년에도 담배 정의 변경

 2014년 1월 이전에도 담배사업법의 정의 조항이 변경된 사례가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 민영화 계획에 따라 담배사업법이 2001년 4월 개정되면서 담배의 정의 조항이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즉, 이전에는 잎담배, 제조담배 등 담배 유형별로 별도 규정이 있었지만, 당시 법 개정으로 담배는 "연초의 잎을 주원료로 해 피우거나 씹거나 또는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라는 식으로 통합해 정의됐다.

 2004년 1월에도 담배의 정의가 변경됐다.

 기존 정의 조항 중 '연초의 잎을 주원료로'라는 부분이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로 변경됐다.

 이는 연초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제품을 '담배'로 규정하고 동시에 연초가 아예 들어가지 않은 신종 담배를 '담배대용품'이라고 정의해 담배대용품을 규제하기 위한 조처였다.

 당시 쑥담배 등 연초를 원료로 쓰지 않은 신종 담배가 출시됐는데 이들은 타르 등 유해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만 연초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담배사업법을 개정해 '담배대용품'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만들고 규제에 나섰다.

 '담배와 유사한 형태의 것으로서 연초의 잎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제조된 끽연용' 제품을 담배대용품으로 분류해 담배와 같이 규제받게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 정의에 포함된 2014년 1월 개정 때는 '저발화성담배'를 정의하는 조항도 새로 생겼다.

 저발화성담배는 궐련지 안쪽을 특수 물질로 코팅해 피우던 담배를 방치할 경우 산소 유입이 감소해 저절로 꺼지는 담배를 말한다.

 담뱃불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저발화성 성능 인증은 2015년 7월부터 모든 담배에 의무적으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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