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꽤 오래 다니고 있는데 근래 들어 품절 품목이 확 늘어난 느낌입니다.", "코로나19 시국보다 심합니다."
최근 몇 달간 전국 약국을 중심으로 감기약, 항생제, 혈압약 등 주요 의약품의 품절 사태가 반복되면서 일선 약사들과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당정은 '대체조제' 활성화를 꾀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문제의 본질이 단순 수급이 아닌 의약품 유통구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의약품 도매 업체 4천곳 난립… 중복 재고 문제 '심각'
30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도매 업체 수는 작년 기준 3천999곳으로 2014년 1천966곳에서 10년새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작년 의약품 제조소 316곳에 비해서는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처럼 많은 도매업체가 난립하면서 품절약이 발생하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약국이나 환자들에게 의약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필요한 의약품이 어느 도매업체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실시간 재고 현황 관리나 배송 추적 같은 선진 유통 시스템 도입도 먼 얘기라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대부분 중소 도매업체라서 인적 역량을 강화할 여유나 시설 투자도 미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분명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품절 약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판매가 안 돼 도매 쪽에서 (제약사로) 반품이 들어오는 사례가 꽤 빈번하게 있는 걸로 안다"며 "어디서는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다른 쪽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이걸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끼워팔기·가짜 품절 등 편법행위…의약품 공급 막아
이 같은 불투명한 유통구조에 따른 편법 행위들도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게 '끼워팔기'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 품절약을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인기 있는 의약품을 강매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올해 5월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삭센다 수량이 부족해지자 한 유통업체에서 상대적으로 재고가 넉넉한 위고비를 끼워팔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통업체 인천약품 영업사원이 '추석 이후 특정 진해거담제 시럽이 품절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약국들에 보낸 뒤 주문이 급증하는 일이 발생했다. 여러 약국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해당 의약품은 이후 실제로 품절돼 소문이 진짜 품절을 부른 사례가 돼 버렸다.
인천약품은 이후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개인 일탈로 조사됐다고 발표했지만 약사회는 '가짜 품절 사태'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 정부·여당 대책 마련…"유통구조 혁신도 병행돼야"
당정은 대체조제 활성화 등을 의약품 품절 사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KPBMA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에 대해 국가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조 위원은 "의약품 공공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체 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 등을 통해 필수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기 진해거담제나 소염진통제 등 대체 조제로 공급부족 현상 해소가 어려운 의약품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의약품 유통구조 역시 해소돼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의약품 공급 부족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파악 노력도 요구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에 따르면 올해 바로팜 플랫폼에 등록된 의약품 도매업체에서 주문이 불가능한 72개 의약품 중 상반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수급 불안 품목은 10%인 7개에 그쳤고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급부족 신고한 품목은 2개에 불과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유통 구조 문제만 해결되더라도 의약품 공급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식품 등 다른 산업에 비해 의약품 유통이 가장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돼야 하지만 실상은 선진 유통 시스템 도입이 많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