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9세 '젊은 암' 폭증 왜?…청소년기가 예방 골든타임

비만·흡연 등 위험요인, 생애 초반에 이미 결정돼 성인기까지 지속
체중 감량보다 체중 증가 막는 게 더 중요…"학교 체육 재설계해야"

 암은 더 이상 중년 이후의 질환이 아니다.

 최근 들어 50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조기발병암'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암 예방의 출발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암 예방의 초점을 성인기 관리에서 소아·청소년기, 나아가 생애 초기로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암예방학회와 국립암센터가 최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공동 개최한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주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생애주기 기반 암 예방 전략'이었다.

 ◇ 암의 절반은 예방 가능…문제는 위험행동 시작 시점

 국립암센터 박보현 암예방사업부장은 "전체 암의 30∼50%는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흡연, 음주, 비만, 신체활동 부족, 식습관 등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 요인이 성인기 이후가 아니라 이미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다는 점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형성된 생활 습관은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트래킹'(tracking) 특성을 보여, 이후 암 발생 위험을 좌우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실제로 1990년부터 2019년까지 14∼49세 젊은 연령층의 암 발생이 약 79% 증가했다는 세계질병부담(GBD)의 연구 분석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생애 단계별 암 예방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암 예방 정책이 주로 성인을 중심으로 한 보편적 권고에 머물러 있어 생애 단계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박 부장의 지적이다.

 박 부장은 "국가 암관리 정책은 생애주기적 관점을 반영해, 치료 중심의 접근을 넘어 예방 중심의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국립암센터 주도로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암 예방 가이드라인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제공]

 ◇ 전자담배·가향담배…청소년기 암 노리는 새로운 위험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신종 담배를 꼽는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는 "일반담배 흡연율은 감소하는 반면, 전자담배와 가열담배 등 신종담배 사용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소년 흡연자의 상당수가 여러 담배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중복사용' 형태를 보이고, 달콤한 향을 입힌 가향담배가 흡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더 큰 문제는 덜 해롭다는 시각이다.

 전자담배에서도 포름알데히드, 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면역 기능 저해와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런 인식이 결국 청소년을 니코틴 중독으로 이끌고, 향후 일반 담배 흡연으로 이어지는 '관문 효과'까지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이는 청소년의 성장 저해, 중독, 호흡기 등 신체질환, 정신건강 악화는 물론 잠재적인 암 발생 및 조기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 다.

[국립암센터 제공]

 ◇ "비만은 13개 암의 위험요인"…운동은 암 예방을 위한 '처방'

 생활습관 변화 역시 암 발생 구조를 바꾸고 있다.

 명지병원 비뇨의학과 권휘안 교수는 "비만과 신체활동 부족은 젊은 연령층 암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며 "비만은 이미 국제암연구소에서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간암, 췌장암 등 13개 암종의 위험요인으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만성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불균형을 통해 발암 환경을 조성하는 '대사적 질환'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김유리 교수는 "젊은 층에서 대장암 등 일부 암이 빠르게 증가하는 배경에는 서구화된 식생활, 아침 결식, 비만, 장내 미생물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청소년기는 암 예방의 생물학적 골든타임인 만큼 이제 암 예방의 패러다임을 '찾는 것'에서 '막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신체활동은 암 예방 효과를 갖는 '독립적인 처방'으로 평가된다.

 염증을 낮추고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며 유전자(DNA) 복구를 촉진하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완벽한 체중 감량보다 오히려 체중 증가를 막는 것과 일상 속 지속 가능한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아·청소년기에는 학교 체육을 평가 중심에서 습관 형성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핀란드의 '움직이는 학교'(Schools on the Move)처럼 학교 일과에 신체활동을 내장시키는 환경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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