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나이는 100세인데 신체 면역력은 수십 년 젊은 고령자가 종종 학계에 보고된다. 물론 나이보다 면역 기능이 많이 약한 반대 사례도 있다. 주로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면역 노화(immunosenescence)'라고 한다. 독일 본 대학 연구진이 면역 노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CRELD1으로 명명된 이 유전자는 원래 배아기의 심장 발달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런데 이 유전자가 암세포 증식과 병원체 감염 등을 막는 T세포의 방어 능력을 좌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CRELD1 유전자는 과학자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배아기 심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에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까맣게 몰랐다. 이 유전자는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활성 상태를 유지했고, 인체의 모든 세포에서 규칙적으로 생성됐다. 본 대학 연구팀은 이 비밀을 풀기 위해 3건의 관련 연구 결과로부터 대상자 4천500여 명의
국내 연구진이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찾아냈다. 한국연구재단은 경희대 심인섭 교수·충남대 김철희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인지·발달 장애와 관련된 새로운 원인 유전자 'GNG8'과 뇌 신경회로를 찾아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앞서 선행 연구에서 뇌 고삐핵(간뇌 시상 상부 부위의 신경 신호 전달을 돕는 부분)에서 '삼돌이'(samdori)라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으면 자폐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삼돌이의 상세 기전을 알아내기 위해 뇌 고삐핵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던 중 인지 장애와 관련된 GNG8 유전자를 발굴했다. 뇌 고삐핵은 정서, 혐오, 수면 등 감정 조절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인지 기능과의 관련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이 GNG8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인간·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해당 부위 DNA를 절단,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로 생쥐에서 이 유전자를 제거하자 인지 장애가 나타났다. 수동 회피 반응과 미로 찾기 검사에서 장기 기억과 공간 학습에 어려움을 보였다. 이 같은 인지 기능 저하는 뇌 고삐핵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생성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얼마나 항체가 오래 가느냐 하는 것이다. 특정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체의 존재는 면역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이 잠정적 방어 항체를 유지하는지에 대해선 여러 선행 연구의 설명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보스턴 소재 '브리검 앤드 위민스 호스피털' 연구진이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중증도가 '약함'과 '중간'에 해당하는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5명 중 1명꼴은 감염 후 수개월 간 항바이러스 항체를 생성한다는 게 요지다. 증상이 가벼운 나머지 환자는 대부분 회복 후에 항체 수치가 대폭 떨어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관련 논문은 3일(현지시간) 저널 '셀(Cell)'에 실렸다. 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렇게 항체를 유지한 회복 환자(sustainers)는 증상이 나타난 기간도 짧았다. 이는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더 빨리 회복한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고 더 오래 가는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해지면 혈전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이처럼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갑자기 혈전이 늘어나는 데 자기항체(autoimmune antibody)가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기항체가 혈액을 타고 몸 안을 돌면서 환자 자신의 세포를 공격해 동맥과 정맥, 미세혈관 등에 혈전이 생기게 한다는 것이다. 혈전은 뇌졸중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미세혈관에 혈전이 생기면 폐로 들어가는 혈류를 제한해 산소 교환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미국 미시간 의대 심혈관 센터의 제이슨 나이트 부교수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최근 저널 '사이어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했다. 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자기항체가 혈전을 만드는 건 원래 자가면역 질환인 '휴즈 증후군(antiphospholipid syndrome)'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졌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를 맡은 나이트 교수는 박사는 류머티즘 전문 의사로서 휴즈 증후군을 일으키는 자기항체를 연구해 왔다. 그런데 이 대학
팬데믹(대유행) 초기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환자는 주로 호흡계 질환을 앓는 거로 알려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심혈관계, 내분비계 등에도 증상이 나타났고 최근엔 중추 신경계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중추 신경계와 관련해 적게 잡으면 30%, 많게는 80%의 환자가 현기증, 두통, 구토증, 집중력 저하 등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조직에 침투한다는 의학적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뇌에 들어가려면 이른바 혈뇌장벽(BBB)을 통과해야 한다. 혈뇌장벽은 뇌와 혈액을 분리하는 혈관 장벽으로 고도의 선택적 투과성을 갖고 있다. 혈액으로 운반되는 병원체나 잠재적 위험물질로부터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를 보호하는 게 바로 혈뇌장벽이다. 이렇게 중요한 혈뇌장벽을 구성하는 게 뇌의 신경 혈관 내피세포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이 혈관 내피세포의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혈뇌장벽의 차단 구조를 느슨하게 만들어 뇌 신경망을 교란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미국 템플대 의대의 세르비오 라미레스 병리학 교수 연구
인간의 면역계가 각종 병원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비교적 소상히 밝혀져 있다. 그런데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등도 항원으로 작용해 고통스러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이런 항원의 알레르기 유발 과정을,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이 밝혀냈다. 우리 몸이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항원을 감지하면 'P 물질'(Substance P)로 불리는 신경 펩타이드가 피부의 감각 뉴런(신경세포)에서 분비된다는 게 핵심이다. P 물질은 통각(아픔의 감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 물질인데 알레르기 면역 반응에도 관여한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셀 프레스(Cell Press)가 발간하는 의학 저널 '면역'(Immunity)에 논문으로 실렸다. 3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면역 반응 연구의 초점은 수상돌기 세포와 T세포에 맞춰졌다. 과학자들은 병원체든, 다른 항원이든 면역 반응엔 이들 세포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꽃가루 등의 항원 노출이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과정은 잘 알지 못했다. 생쥐 모델에 실험한
인간의 장에는 수백 종의 박테리아가 있다. 장의 면역계는 이런 미생물종 간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위험한 외부 침입자도 막아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장의 면역계가 작용 범위가 넓은 비특이성(non-specific) 항체를 대량 생산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런 추정이 틀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의 면역계는 다목적 항체 외에 특정 미생물 총(무리)에만 작용하는 항체도 생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은 이런 요지의 논문을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 발견은 장차 장의 미생물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여러 질환의 치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거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인체 면역계의 B세포는 림프절의 배중심(胚中心·germinal center)에 들어가 특정 항체를 생성하는 방법을 배운다. '종자 중심'이라고도 하는 배중심은, 분화한 림프구가 둥글게 모여 있는 림프 조직의 한 영역을 말한다. 배중심 교육 과정을 통과한 B세포, 일명 '위너 클론'(winner clone)은 특정 병원체의 유
국내 연구진이 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과대학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암환자 유래 인공 미니 장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학습해 항암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같은 암을 앓더라도 항암제에 대한 반응은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환자별 약물 반응성을 예측하는 머신러닝 연구가 활발하지만, 정확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약물의 직접 표적이 되는 개별 단백질의 전사체 정보, 표적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생체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 데이터를 이용했다. 기존 머신러닝이 방대한 바이오마커를 학습해야 했다면, 연구팀은 양질의 학습데이터만 입력시켜 예측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또 동물모델이 아닌 환자 유래 미니 장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환자의 반응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방법으로 대장암 치료에 쓰이는 5-플루오로우라실, 방광암에 치료제인 시스플라틴 등에 대한 약물 반응이 실제 임상 결과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측됐다. 항암제에 반응할 환자를 선별하는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를 실현하고, 새로운 항암제 기전 규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연구 성과
새끼 돼지에 감염하면 치사율이 90%에 달하는 '돼지 급성 설사 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DS-CoV)'가 잠재적으로 인간에게 감염할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기도와 장에서 떼어낸 첫 세대 세포(primary cell)에 실험한 결과, 이 바이러스 입자가 효율적으로 복제됐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 힐 캠퍼스 의대의 랠프 바릭 전염병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박쥐에서 유래한 SADS-CoV는 2016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SADS-CoV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하위분류에서 서로 다르다. 베타(betacoronavirus) 계열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게 주로 호흡기 질환을, 알파(alphacoronavirus) 계열인 SADS-CoV는 돼지에게 위장 질환을 일으킨다. SADS-CoV는 같은 알파 계열인 인간 감기 바이러스 2종(HCoV-229E, HCoV-NL63)과도 확연히 구분된다. 연구팀은 여러 유형의 포유류 세포를 합성 SADS-CoV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