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치유되려면 필요한 세포가 주변 섬유 조직의 '간극 공간'(interstitial space)을 통해 이동해야 한다. 원발 암에서 이탈한 암세포 무리도 이런 미세 공간을 거쳐 다른 기관으로 전이한다. 인체 내 조직의 이런 미세한 틈은 보통 세포핵보다 작다. 따라서 세포가 이를 통과하려면 핵의 형태가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세포핵이 탄력적인 고무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섬유 조직 사이의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려면 고무공과 같은 탄력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관념이 오류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핵의 기계적 행동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고무공보다는 액체 방울(liquid drop)에 가까웠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TAMU)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제 간 오픈 엑세스 저널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엔 미국 플로리다대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세포핵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세포의 기능과 행동을 지배하는 유전체를 안
원래 항체는 감염을 퇴치하기 위해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쓰는 항체 치료제처럼 실험실 등에서 만들 수도 있다. 항체는 미리 정해진 방법으로 바이러스와 결합한다. 열쇠가 딱 맞아야 자물쇠가 열리는 것과 비슷하다. 오미크론처럼 돌연변이가 많이 생긴 코로나 변이체에 항체 치료제를 쓰면 효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료제를 개발할 때 표적으로 삼았던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겨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열쇠는 그대로 있더라도 자물쇠 구멍의 내부 구조가 달라지면 열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약 신종 코로나 입자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돌연변이로부터 자유로운 보존 부위를 찾아낸다면 코로나 팬데믹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의 '아킬레스건'과 여기에 맞는 '마스터키'(master key)를 찾아냈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코로나의 약점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어떤 항원결정기(epitope)였다. 항원결정기는 항원의 특정한 부분을 말한다. 면역계의 항체, T세포, B세포 등은 항원결정기를 보고 항원을 식별한다. 오미크론 하
장(腸)에 사는 세균은 종종 장의 벽(gut barrier)을 넘어서 다른 기관을 침범하기도 한다. 이런 장 세균이 면역계를 자극하면 해당 기관에 심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염증 질환에서 이런 현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장의 미생물 총에서 어떤 세균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밝혀내고자 했다. 이런 세균을 정확히 확인해 제거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시더스-시나이(Cedars-Sinai) 메디컬 센터 과학자들이 획기적인 항체 반응 검사법을 개발했다. 혈액의 면역 단백질을 이용해 염증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큰 장 세균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경로를 통해 생길 수 있는 염증 질환은 비만, 간 질환, 염증성 장 질환, 암, 일부 신경 질환 등이 있다. 이반 부이코비츠-츠비인(Ivan Vujkovic-Cvijin) 생의학 조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7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오래전부터 장 세균은 면역 과민 반응으로 어떤 질환이 생길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거로 추정됐다. 주목할 부분은, 이런
원발 암에서 떨어져 혈액의 흐름을 타고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는 암세포를 '순환 종양 세포'(CTCs)라고 한다. CTCs는 암을 퍼뜨리는 전이암의 씨앗 같은 존재다. 과거엔 CTCs를 추적해 분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혈액 내의 CTCs가 워낙 드문데다 분리 과정에서 파괴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마침내 미국 조지아 공대 과학자들이 CTCs를 탐지해 안전하게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전이하고,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이 기술은 암 치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간단한 혈액 검사로 전이암을 찾아낸 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아 공대(약칭 조지아텍) 전기 컴퓨터 공학 대학의 파티흐 사리오글루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1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원발 암에서 떨어진 암세포는 클러스터(clusterㆍ군집)를 형성해야 다른 기관에 전이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
"세상 사람들 다 암에 걸려도 나는 걸리면 안 되는 사람이란 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걸리는 걸 보면 운명인가 보다" "점점 하루가 길어지는 게 가장 힘들다. 그만하면 안 될까. 아침에 눈 뜨는 게 괴롭다" "이렇게 갈 수 있다고 느끼니까, 집사람에게 잘못한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아파보니, 감사할 일 투성이다. 왜 그동안 더 감사하지 못했을까. 모두 다 감사하다" "이제 겁나는 것은 없는데. 제일 마지막 순간에, 그때가 좀 걱정이다. 갈 때는 조금은 편하게 갔으면 좋겠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이 편지에 쓴 글이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중 부동의 1위 질환이다. 보건복지부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에 달한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암에 걸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암 경험자가 늘면서 돌봄이 필요한 말기 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말기에 다다른 암 환자들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죽음에 대한 암 환자의 생각과 태도를 이해하는 게 돌봄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
국내 질병 사망 1위는 암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심혈관 질환이 압도적인 1위다. 국내에서도 평균 수명이 늘고 생활 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심혈관 질환 환자가 상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은 대략 심근경색, 협심증, 동맥경화, 고혈압, 부정맥, 선천성 심장병 등 6가지다. 과학자들은 심혈관 질환을 일종의 노화 질환으로 본다. 보통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는 노화와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면 왜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는 걸까. 그 직접적 원인이 심장 근육 세포(cardiomyocyte)의 돌연변이 축적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돌연변이가 늘어난 심근 세포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능력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1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첨단 생물정보학 기술과 분석 기법을 동원해 56점의 심근 세포 샘플을 놓고 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했다. 세포를 제공한 환자의 사망 시점 나이는 유아기부터 82세까지였
어떤 암 종양을 둘러싼 생태계를 종양 미세환경이라고 한다. 암 종양과 주변 미세환경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이것은 당연히 종양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이다. 콜라겐은 체내 단백질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종양 미세환경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콜라겐이 종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인체 내 콜라겐이 암의 발달과 전이에 직접 관여한다는 게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에 확인된 건 흔하지 않은 부류에 속하는 12형 콜라겐이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이 콜라겐 수위가 올라가면 유방암의 전이를 촉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형의 콜라겐은 또 종양의 세포외 기질이 형성될 때 핵심 역할을 했다. 호주의 가반 의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지금까지 인간의 몸 안에서 발견된 콜라겐은 모두 28종이다. 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1형ㆍ2형ㆍ3형ㆍ5형ㆍ10형 등 5개 정도다. 1∼3형이 대략 90%라고 보면 된다.
아테롬성 동맥경화(atherosclerosis)는 동맥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혈전 등이 생겨 혈관 내강이 좁아지는 병이다. 아테롬성 동맥경화가 오면 지질과 섬유성 막 등으로 구성된 죽상경화반(atherosclerotic plaque)이 혈관 내막에 형성된다. 죽상경화반은 혈관 내강을 막을 뿐 아니라 물리적 자극으로 파열돼 혈전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죽상경화반이 중간막을 약하게 만들면 동맥류(aneurysm)가 생길 수도 있다. 동맥경화 가운데 가장 흔한 유형인 아테롬성 동맥경화는 임상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뇌와 심혈관계 등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동맥경화가 뇌에 생기면 뇌졸중, 심장에 생기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위험이 커진다. 보통 DNMT3A와 TET2 유전자는 혈관 성장의 조절을 돕는다. 그런데 이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아테롬성 동맥경화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두 유전자는 '미토콘드리아 염증 경로'(mitochondrial inflammatory pathway)에 관여하는 전사 인자의 발현을 직접 제어했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런 조절 능력을 상실해 심한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를 유발했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암 종양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낮은 온도에서 활성화하는 갈색 지방이 열을 내는 데 더 많은 포도당(glucose)을 쓰기 때문이다. 이렇게 갈색 지방이 포도당을 선점하면 암 종양은 포도당 부족으로 성장이 둔화했다. 치열한 포도당 확보 경쟁에서 암 종양이 갈색 지방에 지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런 '저온 치료'(cold therapy) 효과가 암 환자에게도 실제로 나타난다는 걸 확인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의 이하이 차오(Yihai Cao) 미생물학과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3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는 '저온 요법'이 암에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중국 출신의 이하이 차오 교수는 "저온에서 갈색 지방 조직이 활성화하면 포도당을 놓고 암 종양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라면서 "(포도당 부족으로) 종양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각각 대장, 유방, 췌장 등에 암이 생긴 생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그룹별로 춥거나 따뜻한 공간에 놓고, 종양의 성장 속도와 생쥐의 생존율을 비교했다.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