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유방암과 당뇨병은 공통점이 전혀 없는 별개의 병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모를 뿐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연구 결과는 적지 않게 나왔다. 두 질병은 모두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에서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미국에서 유방암은 두 번째로 많이 진단되는 악성 종양이다. 미국 여성은 8명 중 1명꼴로 침윤성 유방암에 걸린다. 미국에선 당뇨병 발병률도 매우 높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고, 건강한 사람도 5명 중 2명꼴은 이 병에 걸릴 거로 예측된다. 또 당뇨병을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린 위험이 많게는 27%가량 높은 거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의 주요 특징인 '인슐린 내성'(Insulin resistance)이 유방암 발병과 낮은 생존율의 주범으로 꼽힌다. 주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인슐린 내성(또는 '인슐린 저항')은 인슐린의 기능 저하로 혈액 내 포도당 균형이 깨지는 걸 말한다. 인슐린 내성이 생기면 췌장 베타세포에 과부하가 걸려 인슐린 생성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반대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장기 생존할 경우 2년 뒤부터 당뇨병 위험이 커지는 거로 보고됐다. 이런 여성이 10
보통 스트레스는 정신적ㆍ신체적 자극을 받았을 때 이에 대항해 변화를 일으키려는 정신적 압박을 말한다. 외부에 '스트레스 요인'이 생기면 긴장, 각성, 흥분, 불안 같은 생리 반응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외부 압박을 원상으로 되돌리려는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다. 만 2년을 넘긴 코로나 팬데믹에도 스트레스는 나쁜 영향을 미쳤을 거로 짐작된다.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거나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 반응이 뚜렷이 약해진다는 게 요지다. 연구팀은 이번에 뇌의 특정 영역이 세포의 면역 반응을 통제하는 메커니즘도 처음 밝혀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30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스트레스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면역 반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낸 것이다.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이 메커니즘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 발견은 신종 코로나바이
당뇨병은 혈중 포도당 농도가 너무 높아 여러 가지 질환과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당뇨병엔 1형과 2형 두 가지가 있는데 1형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 선천성 질환이다. 2형의 경우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슐린의 기능이 점차 떨어진다. 1형 당뇨병이 선천적 질환인데도 가족력은 2형이 더 높다. 40대 이후에 많이 발병하는 2형 당뇨병의 원인으론 과체중과 비만이 우선 꼽힌다. 2형 당뇨병이 오면 뇌의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도 어느 정도 축적돼 있다. 물론 나이가 중년에 접어들면 뇌의 노화로 인지 기능도 약해진다. 그런데 2형 당뇨병이 있으면 뇌의 노화가 약 26% 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형 당뇨병이 있으면 그렇지 않아도 떨어지는 뇌의 인지 기능이 더 빨리 나빠진다는 뜻이다. 또 2형 당뇨병이 확진되기 전에도 뇌 조직은 많이 손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뉴욕 소재 스토니브룩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과학 저널 '이라이프'(eLife)에 논문으로 실렸다. 뇌의 노화는 보통 중년에 시작된다. 그래서 중년에 접어든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뇌의
인간의 뇌는 기억을 하나씩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 서로 연관된 기억을 한데 묶어 저장하는 게 뇌의 일반적인 기억 방식이다. 중요한 기억을 떠올리면 시간상으로 연결된 다른 기억들이 꼬리를 물고 상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뇌는 관련 기억을 연결하는 기능을 점차 상실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이 뇌의 '기억 연결'(memory linking)에 관여하는 핵심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중년에 해당하는 생쥐 모델에 실험해, 이 메커니즘이 손상됐을 때 복원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차단제가 이런 효능을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중년 이후의 기억력을 강화하고 치매 증상에 조기 대처하는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거로 기대된다. UCLA 의대의 알시누 실바 신경생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인간 세포의 표면엔 많은 수용체가 있다. 어떤 분자가 세포에 들어가려면 자기에게 맞는 수용체와 먼저 결합해야 한다. 세포를 방(房)이라고 하면 표면 수용체는 문을 여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후유증, 일명 '롱 코비드'(long COVID)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롱 코비드는 코로나19 치료 환자에게 나타나는 여러 유형의 장기 후유증을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롱 코비드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데 백신이 롱 코비드를 예방하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 접종자가 롱 코비드에 걸릴 위험은 미접종자보다 약 15% 낮았다. 백신을 맞았을 때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약 34% 주는 것과 비교하면 백신의 롱 코비드 억제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가벼운 증상의 돌파 감염도 심장, 폐, 뇌 등 주요 기관에 다양한 후유증을 일으켰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제 백신이 코로나19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백신을 다 맞은 사람도 언제든지 돌파 감염될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보훈국(U.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아테롬성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은 동맥 내피에 죽상경화반(atherosclerotic plaques)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면서 탄력을 잃는 혈관질환이다. 그래서 아테롬성 동맥경화를 죽상경화증(粥狀硬化症)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죽상경화반(粥狀硬化斑)은 혈액의 지방, 콜레스테롤, 칼슘 등이 뒤섞여 덩어리로 변한 것이다. 이런 플라크가 동맥 내피에 축적되면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이 장기나 조직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플라크가 쌓인 상태에서 내피세포가 증식하면 단단한 막이 죽종을 둘러싼다. 이 막이 파열되면서 생기는 게 혈전(피떡)이다. T세포는 아테롬성 동맥경화증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T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면 이 유형의 동맥경화가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실제로 어떤 유형의 T세포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동맥 염증을 일으키는지를,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겉보기에 '조절 T세포'(Terg)와 비슷한 특정 T세포 그룹이 '아포지질단백질 B'(약칭 '아포 B')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포 B는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 'L
사람들은 보통 병원의 위생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대개는 병원에 가서 나쁜 병원체에 감염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병원 내 감염은 보건 의료계의 심각한 위협이 된 지 오래다. 미국에선 한해 약 170만 명이 병원에서 감염되고 이 가운데 약 10만 명이 감염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는다. 여기에 들어가는 직접 비용만 300억 달러에 달할 거로 추정된다. 병원 내 감염의 주범은 의료 기기다. 실제로 약 3분의 2가 의료 기기 감염이다. 예를 들면 카테터(catheterㆍ소변 등을 뽑아내는 삽입 도관), 스텐트(stentㆍ혈관을 넓히는 내관), 인공 심장 판막(heart valve), 심박 조율기(pacemaker) 등이 모두 해당한다. 이런 기기를 몸 안에 넣으면 그 표면이 해로운 바이오 필름(biofilm), 즉 미생물 막(세균막)으로 뒤덮인다. 이런 세균막은 물이 닿는 표면이면 어디나 생길 수 있다. 구강 내 치아 플라크(치태)도 일종의 세균막이다. 문제는 끈끈한 바이오 필름이 세균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바이오 필름의 보호를 받으며 공생하는 세균은 항생제, 세정제, 강산성 용액 등에 잘 죽지 않아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
보통 심혈관계에 위험 요인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50대 중반 이후엔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등의 혈관 위험 요인 가운데 어떤 게 있는지에 따라 치매 위험이 크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먼저 55세 전후엔 당뇨병과 고혈압이 향후 10년 내 치매에 걸릴 위험을 높였다. 또 65세 땐 심장 질환이, 70세 땐 당뇨병과 뇌졸중이 그랬다. 80세 땐 당뇨병과 뇌졸중 병력을 가진 사람이 치매에 더 많이 걸렸다. 스웨덴 우메오 대학(Umea University)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신경학회 저널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대학 과학자들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프레이밍햄 연구소가 진행한 '심혈관 코호트(같은 특성을 가진 집단) 장기 연구'(Framingham Heart Study)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가 시작될 때 55세 전후의 주민 4천899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80세가 될 때까지 치매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은 사람은 48.7%인 2천386명이었다. 연구팀은 65세부터 치매가 생겼는지 추적했다. 55세 때 당뇨병인 사람은 10년 안에 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에겐 '브레인 포그'(Brain fog), 두통, 불면증 등의 신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브레인 포그' 증후군은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잘 안 되고 멍한 상태가 지속하는 걸 말한다. 이런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 후유증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서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사실 1918년 인플루엔자(독감) 팬데믹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다수의 파킨슨병 환자가 보고됐다. 이처럼 바이러스 감염으로 중뇌 기저핵(basal ganglia)의 도파민 분비 세포가 소멸하는 질환을 '포스트 뇌 파킨슨병'(post-encephalic parkinsonism)이라고 한다. 지금까진 몸 안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뇌 조직을 손상하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파킨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킨슨병과 유사한 패턴의 뇌 조직 퇴행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 토머스 제퍼슨 대학 과학자들이 수행했다. 논문은 '국제 파킨슨병 운동 장애 협회'가 발행하는 임상 신경학 저널 '운동 장애'(Mov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