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의 내압 조절 '비상 밸브', 슈퍼버그 잡는 표적 될까

미 록펠러대, 세균 세포막의 '단백질 채널' 작동 원리 규명
베타-사이클로덱스트린 노출 시 채널 열려…저널 '네이처' 논문

 거의 모든 박테리아는 내압이 커지면 자동으로 열리는 단백질 채널(protein channels)을 갖고 있다.

 내부 압력이 한계치까지 올라갔는데도 이 비상 밸브가 작동하지 않으면 박테리아는 세포막 파열로 죽을 수밖에 없다.

 이 채널을 수문처럼 조작하면 박테리아의 영양분도 빼낼 수 있으리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문제는 이 채널이 어떻게 열리고 닫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침내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이 박테리아의 단백질 채널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냈다.

 토마스 월츠 생화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박테리아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MscS 단백질에 주목했다.

 외부 자극이 없을 때 이 단백질은 평온하게 '닫힌 상태(closed state)'를 유지한다.

 박테리아 내에서 수액이 늘어나면 세포가 부풀면서 막에 압력이 가해진다.

 그렇게 해서 세포막이 얇아지면 막의 단백질이 돌출할 거라는 가설이 한때 제기됐다.

 이런 조건에서 박테리아는 단백질 채널을 열어 세포 내용물을 밖으로 쏟아내고, 세포막이 원래 두께로 돌아갈 만큼 내압이 떨어지면 다시 채널을 닫을 거로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가설은 5년 전에 월츠 교수팀에 의해 깨졌다.

 당시 연구팀은 주문 제작한 인공 세포 막 패치에 MscS 단백질을 심어 시험했는데, 외부 요인이 개입하지 않는 한 세포막이 얇아지는 걸로는 단백질 채널이 열리지 않는다는 걸 입증했다.

 '나노 디스크(nanodiscs)'로 불리는 이 패치는 원래 세포막과 같은 환경에서 초저온 전자현미경으로 단백질 활동을 관찰하게 디자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당질 분자인 '베타-사이클로덱스트린(β-cyclodextrin)'으로 세포막 지질을 제거해 세포막에 강한 긴장을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랬더니 단백질 채널이 영구적으로 닫히는 이른바 '탈감각(desensitization)'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결과를 검증한 뒤 MscS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 모델을 완성했다.

 
항생제 내성 폐렴간균

 세포 내에서 수액이 증가하면 구석구석의 지질이 한데 모여 세포막 전반의 긴장을 낮췄다.

 그런데 제반 상황이 나쁠 땐 MscS와 직접 연관된 지질마저 응하지 않을 정도로 지질이 잘 결집하지 않았다.

 지질이 단백질 채널을 완전히 닫힌 상태로 유지하지 않으면 이 채널은 언제든 열릴 여지가 있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결론은,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베타-사이클로덱스트린에 노출하면 단백질 채널이 열렸다가 다시 닫힌다는 것이다.

 베타-사이클로덱스트린을 쓰면 박테리아 세포막의 채널 개폐를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발견은, 다른 과학자가 연구 중인 수십 종의 '기계수용(mechanosensitive)' 단백질 채널 가설을 테스트하는 데도 이론적 토대가 될 거로 보인다.

 실제로 인체 내에선 이런 단백질 채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청각, 촉각, 혈압 조절 등이 그런 예다.

 당장 큰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박테리아 세포막의 단백질 채널을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강력한 항생제에도 잘 죽지 않는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다제내성균은 세계 공중 보건의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슈퍼버그'로 더 많이 알려진 다제내성균은 치명적인 병원 내 감염의 주범으로 꼽히며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MscS 단백질과 박테리아 단백질 채널(MscL)을 '매우 흥미로운 약물 표적'으로 보고 있다.

 월츠 교수는 "거의 모든 종의 박테리아가 이런 단백질을 갖고 있고, 관련 단백질 채널도 널리 퍼져 있다"라면서 "MscS 또는 MscL을 표적으로 삼으면 적용 범위가 매우 넓은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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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이라고 규정했다고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한국 사회 실정에 맞는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문화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WHO는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ICD-11에 이를 반영했다. 이에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실을지 여부를 논의해왔다. 박 교수는 "질병코드 등재는 단순한 통계 작업이 아니라, 국가가 정책적으로 재정을 소모해 예방해야 할 질병을 규정하는 것이기에 민주적 정당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 의사에 반해 행정부처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국제기구 기준을 따르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HO 분류를 '기준으로' 국내 질병코드를 작성하도록 규정한 현행 통계법과 관련해 "해당 문구를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게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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