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상처, 학폭] ③외국도 대책 고민…터질 때마다 강경책(끝)

미국·유럽·일본 등서 학폭 피해자 죽음에 충격
미국서 가해학생 죽인 피해자 '정당방위 무죄' 판결도
부모 처벌, 학폭 위험자 출석 중지 등 '무관용' 대책

 학교폭력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교육당국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이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에 모이는 현대 교육 시스템에서 학폭을 완전히 뿌리뽑기란 매우 어렵다.

 학생 99명의 희생을 무릅쓰고 1명의 문제 학생을 교화할 것인지, 1명의 문제 학생을 버리고 99명의 무고한 학생을 구할 것인지를 놓고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속한 분리 조치가 우선이라는 데는 각국 교육당국이 대체로 동의한다. 무관용 원칙에 따라 부모도 책임지게 하거나 지역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방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 학폭이 죽음으로…세계 곳곳 충격

 프랑스에서도 2021년 10월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14세 학생이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피해자는 학교에서 동성애자라고 고백한 뒤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또다른 14세 학생이 파리 센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결과 같은 학교 학생 2명에게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한 끝에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폭이 죽음으로 이어지자 프랑스 의회는 지난해 2월 형법에 '학내 괴롭힘' 죄를 신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최대 징역 3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일본에서도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었던 열차에 뛰어들어 숨졌다. 피해자가 담임 교사에게 학폭 피해를 수차례 알렸지만 학교측은 가해자 분리는커녕 수수방관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 가해자·피해자 분리 '세계 공통' 기본 조치

 학폭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는 일치한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처럼 양측이 즉각 분리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장기간 2차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피해자가 신속하게 분리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며 "가해자에 대한 증오와 분노, 트라우마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같은 공간에 있는 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독일 브레멘은 '학교법'을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한다.

 이곳의 교육당국이 가해자의 교내 출입이 다른 학생의 안전을 상당히 침해한다고 판단하면 가해자는 시내 모든 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 피해자의 안전을 더는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될 때까지다. 해당 학교뿐 아니라 지역 사회 어디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일본은 학폭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출석정지제도를 근거로 가해 우려가 있는 학생을 분리한다.

 일본 학교기본법에 규정된 이 제도는 초·중등학교에서 행동이 불량하거나 다른 학생의 학업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되면 시·도 교육위원회가 출석정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받을 권리를 과하게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피해 회복이 어려운 학폭의 특성상 사전 분리로 피해를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우세하다.

 반면 우리 교육 당국이 최근 마련한 분리 제도는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요청하면 비로소 학교장이 검토 후 긴급 조치로 가해자의 출석을 정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청에 학교가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재량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미국 일부 주에선 가해자 부모도 처벌 대상

 

 세계 여러 나라는 가해 학생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 미국에서는 2012년 플로리다주  칼리어카운티 법원의 '정당방위' 판결이 이후 사법당국 판단의 기준이 됐다.

 법원은 "학폭 피해자는 가해자에 의해 자신이 죽을 수 있거나 커다란 육체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며 가해자를 흉기로 찔러 죽인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가해자의 사망이 피해자 아닌 학교와 교육당국 책임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학교 측이 가해자를 제때 분리하지 않아 결국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판결 이후 미국 각주에서는 학폭 가해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이 확립되는 분위기다. 부모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지우는 주도 생겼다.

 뉴욕주 노스토너원더시는 2017년 자녀가 학교에서 다른 학생을 괴롭히면 부모에게 최고 15일 구금이나 벌금 250달러(약 33만원)로 처벌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위스콘신주 래피즈시 의회도 2019년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벌금과 수수료를 합해 최대 313달러(약 41만원)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1년 15세 학생이 학폭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괴롭힘 방지법'도 주목할 만하다.

 이 법은 상습적 학폭 가해자를 학교장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퇴학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측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피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교사는 교사자격증도 박탈될 수 있다.

 ◇ '톱다운' 아닌 현장 중심 대책

 학교 현장과 지역 사회 중심인 각국의 학교폭력 대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학교폭력예방법은 학폭 예방과 대책 수립의 주체를 '교육부 장관'으로 규정한다. 이 같은 '톱다운'(상명하달) 방식 탓에 실제 교육 현장에 적합한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에선 학폭 대책의 구심점을 학교에 두고 지역사회가 협업하도록 유도한다.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학교 차원의 학폭 예방조정위원회(BPCC)에 지역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지역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 학교와 지역 사회가 자연스럽게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심리학자이자 학폭 문제 권위자인 단 올베우스가 고안한 이 프로그램은 개인·학급·학교·지역사회 단위에서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올베우스 연구팀이 2만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프로그램을 도입한 500여개 초·중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전년보다 35∼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의 '기초교육법'도 눈에 띈다. 당국은 1999년에 제정한 법을 2003년 개정해 학폭 대책을 세울 때 개별 학교에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했다. 학교장은 자체적으로 학폭 예방계획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교칙도 필요에 따라 재량껏 제·개정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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