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이스피싱] ① 누구든 당할 수 있다…연간 피해 5천억

가족 이름 뜨도록 발신번호 조작…금융거래 정보 등 DB 사전 입수
'어눌한 말투'는 옛말…고전 수법에 신종 수법 결합 지능화·고도화

<편집자 주> =2006년 국세청 사칭 전화를 받은 피해자가 돈을 송금한 국내 1호 보이스피싱 사건 이후 현재까지 피싱 범죄는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우리말에 서툰 조선족이 어눌한 말투로 사기를 치는 수법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해 원격조작 하거나 발신번호를 바꿔 금융·수사기관인 것처럼 접근하는 등 신기술을 동원한 수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범죄 수법이 고도화·지능화하면서 피해 규모는 지난해 기준 5천억원을 넘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경제적 살인'이라고 불리는 보이스피싱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근절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 기사 3편을 송고한다.[연합]

 

  #1. 지난 15일 경기도에 사는 A씨는 휴대전화에 '사랑하는 우리딸'이라는 저장 이름이 뜨자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이 전화가 악몽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화기 너머로는 여성의 비명과 함께 "전화 이리 내"라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면서 "딸을 찾고 싶으면 2천만원을 가지고 나와라"라고 했다.

 손발이 벌벌 떨렸던 A씨는 급히 돈을 찾아 상대방이 지정한 장소로 갔고, 현금 1천만원과 수표 1천만원을 미리 나와 있던 사람에게 건넸다.

 그러나 그는 "수표는 받지 않겠다"고 했고, 가까운 은행으로 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현장에 나와 있던 수금책은 눈치를 채고, 먼저 받은 현금 1천만원만 챙겨 달아난 뒤였다.

 A씨가 뒤늦게 휴대전화의 최근 통화 목록을 눌러봤을 때 '사랑하는 우리딸'에게 걸려 온 전화는 없고, '006'으로 시작하는 국제전화 번호만이 있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신종 수법 개요도

 A씨를 속인 보이스피싱 조직은 휴대전화 화면에 실제 가족의 전화번호가 뜨도록 기기를 조작해 돈을 편취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 번호 뒷부분 몇 자리가 일치하면 국제전화 등 다른 번호라도 평소 저장해 놓은 대상자로 화면에 나타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 조직은 사전에 입수한 A씨의 개인정보를 통해 A씨의 인적 사항과 A씨 딸의 전화번호 등을 파악한 뒤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 17일 회사원 B씨는 '○○투자 주식리딩방 손실보상팀'이라는 곳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우리 회사 주식리딩방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보상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며 "다만 현금 보상은 어렵고, 코인으로 지급해주겠다"고 했다.

 앞서 B씨는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투자 주식리딩방 유료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일이 있었다.

 B씨는 상대방이 보내준 링크를 통해 코인 사이트로 들어가 회원으로 가입했고, 곧 10억원 상당의 XMT(엑스마일리지토큰)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손실금 이상의 보상을 받게 됐다고 생각한 B씨는 "약간의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상대방의 말에 그가 요구하는 대로 신분증과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겨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리딩방 손실 보상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에 불과했다.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은 B씨가 리딩방에서 활동한 내역 등 개인정보를 미리 확보,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사실을 알고 접근했다.

 그리고는 B씨에게 받은 개인정보로 대출을 해 총 4천500만원을 입금받는 수법으로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건은 납치범 행세 및 기관사칭이라는 전통적인 수법부터 전화번호 조작이나 개인정보 사전 탈취 등의 수법이 총동원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이다.

 조선족이 어눌한 말투로 검사인 척 전화를 거는 수법은 요즘 거의 없다.

 피해자의 신원은 물론이고, 가족관계, 최근 대출 이력까지 각종 정보를 탈취한 사기범들이 다양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가지고 금융감독원, 검찰청, 은행 등 각 기관이나 업체, 단체 관계자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접근한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수법이 고도화·지능화하면서 피해 규모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국세청 직원을 사칭한 전화로 돈을 가로챈 우리나라 최초의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한 2006년 한해에 1천488건의 보이스피싱 범죄로 106억원의 피해가 났다.

 이에 관계 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법을 홍보하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를 피싱사이트로 유인하는 파밍, 문자메시지 등으로 악성 링크를 클릭하도록 하는 스미싱, 악성 애플리케이션으로 기기를 감염시키는 메모리 해킹,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꾸는 번호 변작 등 신종 수법을 동원하며 범행을 지속했다.

 그 결과 보이스 피싱 사건은 꾸준히 늘어 2013년에는 2만건, 2018년에는 3만건을 넘어섰다.

 최근 5년간 발생 건수는 2018년 3만4천132건(피해액 4천40억원), 2019년 3만7천667건(6천398억원), 2020년 3만1천681건(7천억원), 2021년 3만982건(7천744억원), 지난해 2만1천832건(5천438억원) 등 매년 2~3만건을 기록 중이다.

 피해자의 연령대도 과거 노년층이 주를 이룬 것과 달리 지난해의 경우 20대 이하 31.2%, 30대 8.3%, 40대 15.6%, 50대 24.6%, 60대 15.9%, 70대 이상 4.4%로 전 연령층에 고루 분포돼 있다.

 오히려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 조작에 능하고, 인터넷 은행을 이용하거나 코인 계좌를 개설·운용할 줄 아는 젊은 층이 보이스피싱의 진화로 인해 범행의 주 타깃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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