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극단적 선택까지"…갈수록 심각해지는 폐해

피해자가 가해자 되는 경우도…"보이스피싱은 서민들에 대한 '경제적 살인'"
"개인정보 묻는 연락은 무조건 의심…해외처럼 통합 대응기구 세워야"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뒤바꾸기도 한다.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몸캠 피싱' 피해자가 협박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부터 보이스피싱 조직에 조종당한 피해자가 범죄자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해외 선진국처럼 통합 대응 기구를 세워 장기적인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 "한 푼 아쉬운 서민 향한 경제적 살인"…악랄한 범죄 수법

 서 경위는 "지난해 수사한 한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해자는 검사 사칭 수법에 당해 억대의 돈을 뜯기면서도 '검사의 지시'라는 말에 속아 다른 피해자의 돈을 받아 전달하는 수금책 역할까지 했다"며 "공무원이었던 피해자는 결국 다른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입건돼 공직에서 파면당하고 형사 처벌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 경위는 몸캠 피싱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협박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면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단순히 경제적 피해를 주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5월 인천 계양구에서 '몸캠 피싱'으로 협박받던 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 경위는 "몸캠 피싱 조직은 처음에는 200만~300만원을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며 "더 이상 뜯어낼 돈이 없는 것으로 보이면, 범행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유포해버리는 악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범죄의 대표적 유형인 대출 사기는 한 푼이 아쉬운 서민이 타깃"이라며 "빚을 갚으려고 혹은 조금이라도 싼 이자로 갈아타려고 했던 피해자들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히는 것은 경제적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하다 보면 당장 오늘이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 같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닐 정도로 많다. 그만큼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에게는 경찰관으로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를 악물고 수사해 피의자를 붙잡아도 대부분 인출책 등 심부름꾼에 불과해 사실상 피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의 보이스피싱 현황·유형·추이와 대응 관련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한 해 평균 3만8천15명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검거됐는데, 이 중 '총책', '관리책', '텔레마케터' 등 상선 검거율은 2%에 불과했다.

 ◇ 보이스피싱이 줄고 있다?…"착시 현상"

 정부는 지난 2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종 수법 대응책을 마련하고, 휴대전화 원격 제어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무통장 입금 한도를 축소하는 등 통신과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에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보이스피싱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2006년 이후 꾸준히 관련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캠페인도 진행했다.

 2007년 이동통신사 등과 '보이스 피해 예방 10계명' 캠페인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국제전화가 걸려 오면 식별번호를 표시하는 '발신번호 표시제'를 도입했다.

 2012년에는 공인인증서 재발급 요건을 강화했으며, 코로나19 이후 최근까지 여러 차례 범정부 대책 회의를 열고 다양한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였고, 결국 관련 사건은 매년 증가해왔다.

 정부는 이번 TF 대책 발표 과정에서 2019년 3만7천667건으로 정점을 찍었던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가 점차 줄어 지난해 2만1천832건을 기록했다며 "강력한 단속과 수사, 특별대책을 추진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전화 연락 없이 SNS, 메신저 등으로만 범행하는 메신저 이용사기의 경우 2019년 2천756건에서 2020년 1만2천402건으로 3.5배 늘어났고, 2021년에도 1만6천505건을 기록하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발생 건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태이다.

 결국 기존 보이스피싱 방식이 메신저피싱으로 패턴이 바뀌어 간 것일 뿐, 피싱 범죄 자체는 여전히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보이스피싱이 줄었다는 정부의 발표는 통계의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보이스피싱은 초국경 범죄…통합 기구 세워야"

 전문가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보이스피싱 역시 더욱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을 망라하는 통합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정부가 마약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기구를 설치하자는 논의가 나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경찰대 서준배 교수는 "보이스피싱은 국경을 초월해 성행하고 있는 범죄"라며 "그 수법은 날로 고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양상이 다변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여러 국가에서는 사기 관련 통합신고센터 및 정보분석기구 설립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의 통합 기구 설립은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을 뿌리 뽑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피해 예방법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 요구에 일절 대응하지 말고, 모르는 링크는 클릭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예방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금융·수사기관에서 계좌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는 단언컨대 없다"며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묻는 연락에 대해 무조건 의심하고, 알 수 없는 번호로 온 문자메시지의 링크는 절대 누르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출과 관련한 업무는 전화로 하지 말고 관련 기관에 직접 방문해 하는 것이 좋다"며 "수상한 전화인데도 발신 번호가 정상적이라면, 이미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깔려 감염된 상태일 수 있으므로, 다른 전화기를 이용해 해당 기관에 콜백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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