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서비스 시장에 '새바람'…"엄마아빠 장례, 특별하게 해주고 싶었죠"

  장의사(장례지도사)의 아들이 명문대(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장례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한평생 걸어온 길을 이어가겠다는 것이었지만 아버지는 선뜻 찬성할 수가 없었다.

 "뭣하러 어디서 인정받지도 못하는 일 하려느냐?"

 그러나 아들은 장례지도사 자격증까지 딴 뒤 장례 관련 스타트업을 세웠다.

 못마땅해하던 아버지는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태도를 바꾸었다. 장례지도사로 살아가는 아들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쪽으로….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29) 대표 부자(父子) 얘기다.

 2021년 설립된 고이장례연구소는 종합 장례 서비스 플랫폼 '고이'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연간 4조5천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장례 시장에서 소비자 요구에 맞춘 견적·가격 비교, 장례지도사 매칭(소개)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사망 신고, 보험 해지, 유산 상속 등 장례 이후의 행정절차와 법률 서비스도 원스톱 방식으로 제공한다. 

 고이장례연구소는 대형 상조업체들과 다르게 광고를 앞세운 마케팅에 힘을 쏟지 않는다.

 하지만 창업 3년 차인 올해 들어서는 고이 플랫폼을 찾는 월평균 방문자 수가 1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작년 1월부터 올 1월 사이 이용자들의 서비스 만족도 평가는 5점 만점에 4.9점을 기록했다.

 '고이'는 '정성을 다하여,' '편안하고 순탄하게'라는 뜻을 담은 우리말이다. 

 송 대표는 마지막 길을 떠나는 고인(故人)을 정성껏 편히 모시겠다는 메시지를 회사 이름과 브랜드명에 담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사무실이 있는 서울대 캠퍼스타운에서 송 대표를 만나 창업 경위와 장례 시장 얘기를 들었다.

 ◇ "장례지도사에게 정당한 대가 줘야 서비스 좋아져"

 -- 어떤 사업을 하나.

 ▲ 장례 정보와 매칭 플랫폼을 운영한다. 비용부터 절차까지 소비자가 알아야 할 장례 정보가 굉장히 많은데, 그걸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달해 주는 것이 장례 정보 플랫폼이다. 장례가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장례지도사 등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것이 매칭 서비스다.

 -- 창업 동기는.

 ▲ 스무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처음 장례식을 경험했다. 장례의 본질은 가족들이 고인을 잘 추모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형식에 치우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 장례식은 특별하게 치러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창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 장례 서비스 혁신을 내세우는데.

 ▲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장례 정보의 투명성, 비용 거품, 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다. 장례 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공감할 거다.

 똑같은 물품이라도 어디는 1만원에 팔고 어디는 10만원에 파는, 이런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문제가 많다.

 그래서 모든 장례용품과 시설 비용을 투명화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또 상조회사 서비스 대부분은 사실상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진행돼 가격 거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장례지도사와 소비자를 직접 매칭하는 프로세스로 최소한의 운영 수수료만 받고 대부분 비용을 장례 전문가들에게 돌려드린다.

 장례지도사에게 정당한 대가를 줘야 서비스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례지도사도 만족하고, 고객도 만족하는 선순환을 만들고자 한다.

 ◇ "고객에겐 한 번뿐인 장례…신뢰가 중요"

 -- 장례 서비스에서 중요한 점은 뭐라고 보나.

 ▲ 서비스 관점에선 (고객의) 신뢰, 시장 관점에선 표준화라고 말하고 싶다. 고객 입장에선 한 번뿐인 장례다. 항상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와 일관된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신뢰다.

 그리고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전체 장례 산업과 문화가 바뀌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미래는 소비자가 어떤 상조회사를 선택하든, 어느 장례식장에 가든, 어떤 장례지도사를 만나든 최소한 수준 이상의 품질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 장례 산업 이해 관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창업했는데.

 ▲ 어려운 시기였지만 기회가 된 점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일어났는데, 장례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잘하는 온라인 기반으로 장례 정보를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가파르게 증가했던 장례 검색 수요를 흡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 너무 많다.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판다. 그 서비스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례와 관련한 것이다 보니까 고객들이 서비스받고 나서 정말로 압도적인 감사를 표현해 주신다.

 '성직자는 아니지만 성직자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파트너(장례지도사)들이 있는데, '이 말이 진짜였구나'라고 후기를 남긴 고객이 기억에 남는다.

 -- 다사(多死) 사회로 변하고 있는데 대응 전략은.

 ▲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장례 수요에 맞춰) 얼마큼 탄탄하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가다. 어떻게 하면 장례지도사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장례지도사 인력 운영 노하우를 디지털 기반으로 축적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들이 오프라인으로, 수기로 하던 모든 일을 디지털로 처리하게끔 환경을 만들고 있다.

 -- 대형 상조업체들도 할 수 있는 일일 텐데.

 ▲ 기존의 큰 업체가 이런 흐름에 따라와 준다면 오히려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시장 전체에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큰 기업에 비해 자본이 부족하고 사람도 없지만 이길 수 있는 점이 있다.

 실행력과 시간(속도)이다. 최근 한 달간 우리가 새롭게 만든 서비스가 30종을 넘는다.

 하루에 한 개 이상의 기능을 배포한 셈인데, 대학(서울대) 동문 5명을 포함한 팀원 10명이 정말로 똘똘 뭉쳐서 소비자와 장례지도사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만들고 있다.

 ◇ "죽음의 마무리는 장례…고인이 살아온 것들로 채워야"

 -- 함께 일하는 장례지도사는 몇 명인가.

 ▲ 현재 70여명인데, 전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장례지도사를 파트너로 모시는 게 목표다.

 -- 장례지도사가 갖춰야 할 자질이 뭐라고 보나.

 ▲ 제일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반복되는 일에 익숙해지더라도 마음만큼은 항상 처음 하는 장례로 임하는 태도, 그게 진정성이다.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야 하는 면에선 꼼꼼함, 그리고 유족 마음을 잘 달래면서 장례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 장례지도사에 대한 주위 시선은 어떤가.

 ▲ 내 주변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만, 사회 전반적으론 여전히 편견 어린 시선이 일부 있다고 느낀다. 죽음을 이용해 장사한다는 그런 인식 때문일 거다. 이런 부분은 시장을 투명하게 바꾸어 나가면 해결할 수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극복할 과제다.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고 승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서비스를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다.

 -- 웰다잉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랐는데.

 ▲ 어떤 게 좋은 죽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죽음이든 마무리는 결국 3일 동안으로 압축된 장례다. 우리가 지향하는 장례는 한 사람의 인생을 잘 투영하는 것이다.

 지금의 장례를 떠올려보면 사실 똑같은 게 그려진다. 한 사람 인생의 마지막만큼은 고인이 좋아했던 것이나 살아온 것들로 가득해야 한다. 이런 것이 개인화한 장례식인데, 아직 수요가 많지 않지만 원하는 분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 요즘 장례에서 주목할 만한 트렌드가 있나.

 ▲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무(無)빈소 장례, 사망 직후 화장하는 화장장 같은 새로운 유형의 장례도 일반적인 형태가 돼 가고 있다. 앞으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져 불필요한 의식이나 절차보다는 고인을 위해 실속 있고 본질만 남는 장례로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과거에는 연고 없는 사람들만 무빈소장을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 무빈소장은 어떤 방식인가

 ▲ 사망 후 빈소를 차리지 않은 채 장례 절차의 핵심인 염습과 발인만 진행한다.

 유족들은 통상 2~3일간의 장례 기간에 나머지 시간을 집이나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에서 보낸다. 우리가 서비스하는 기준으로 15% 정도가 무빈소장이다.

 송 대표는 창업 3년 차인 올 2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로 300% 이상 늘었다며 연내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뒤 더 큰 도전을 위해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큰 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고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전체 장례지도사가 참여하는 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상조 서비스 모델을 장지(묘지) 시장 등으로 확장해 장례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티컬 장례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창업 7년 차가 되는 2027년까지 국내 장례 시장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베트남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시아 전체를 관통하는 장례 인프라를 만드는 큰 꿈을 꾸고 있어요. 비슷한 유교적, 문화적 자산이 내재해 우리가 시장을 바꿔 나가는 방식이 워킹할(먹힐) 걸로 봅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전공의, 아직은 집단행동 자제…정부 강경기조에 '신중 모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가 즉각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우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정부에서도 전공의들이 당장 집단행동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데에 한숨을 돌렸다. 다만 전공의들이 언제든 집단휴진과 같은 총파업이나 집단사직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공의들이 수련 재계약 거부 등 법적 테두리 내에서 투쟁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 대전협, '비대위 체제' 전환…집단행동은 표명 안해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진행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했다. 대전협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러한 결과를 보고하면서도, 향후 집단행동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우선 '신중 모드'에 접어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대전협이 여러 차례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체제 전환 외에 구체적인 '액션 플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 기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