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주말에 몰아서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직장에서 한 소리 들으면 해로운 걸 알면서도 달고 짠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이유 없이 뱃살이 늘어가면 그저 '나잇살'이려니 세월을 탓한다.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큰 건 아니다.
A씨는 그저 감기에 자주 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호르몬, 장, 면역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적신호일 수 있다고 미국의 면역학 전문의 에이미 샤는 말한다.
그는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에서 공부한 면역학·영양학 전문가다.
샤가 쓴 신간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I'm so effing tired)에 따르면 호르몬, 장, 면역계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피곤함, 만성 염증, 잦은 감기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제학술지 '수면'(Sleep)에 실린 연구 논문에 따르면 2주 동안 매일 6시간만 잔 사람들은 이틀 동안 전혀 자지 않고 밤을 새운 사람 못지않게 신체 기능이 떨어졌다.
한마디로 6시간 이하로 자는 건 아예 안 자는 것만큼이나 몸에 해롭다는 뜻이다.
인간 성장호르몬은 밤에 분비돼 피부와 장기, 근육의 회복을 돕는다. 상처 회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밤 11시를 '뷰티 아워'(beauty hour)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게 성장 호르몬을 분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이른 아침에도 다량 분비된다.
저자는 "수면 부족은 인지와 면역계, 에너지, 장 건강을 어지럽힐 뿐 아니라 DNA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웬만하면 밤에 7시간에서 9시간 정도 잘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상적으로 오후 11시 이전에는 잠드는 게 좋다"고 권한다.
잘 먹는 것도 자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정제당은 장을 "침묵의 염증 공장"으로 바꿔놓는다.
당과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포도당과 인슐린이 날뛰고, 그 결과 노화의 원인인 산화 스트레스를 촉발한다. 쉽게 말해 인슐린 저항으로 체내에서 염증 폭발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또한 카페인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높이는 만큼 커피도 하루에 최대 석잔 이상은 마시지 말라고 저자는 권한다.
이 밖에도 과한 운동을 자주 하는 건 만성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그 횟수를 줄이고, 대신 1만보 이하의 가벼운 걷기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유제품 섭취를 지양하고,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며 간헐적 단식을 하라고 덧붙인다.
북플레저. 김잔디 옮김. 4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