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간호사 업무 넓혔지만…"30%는 범위 모호해 불안"

간협 실태조사…"전공의 업무 무분별하게 수행, 임상연구 보조·진료기록 작성 강요"

 정부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간호사의 30%가량은 아직도 모호한 업무 범위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강선우 의원은 최근 대한간호협회(간협)로부터 받은 실태조사 결과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에 따른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공백이 생긴 대부분의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강제로 떠맡고 있다는 호소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시범사업 미참여 기관이 많아 간호사들이 여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간협은 지난달 소속 간호사 650명(전담간호사 336명·일반간호사 289명·전문간호사 25명)을 상대로 업무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대상자 중 40.5%(263명)는 시범사업 참여 기관 소속이었고 21.7%(141명)는 미참여 기관 소속이었다. '참여 여부를 모른다'고 답한 이들은 37.8%(246명)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65.2%(424명)는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절반가량인 206명이 어려움의 이유로 '업무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인한 불안감'을 들었다.

 응답자들은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교육 체계가 없어 환자 안전사고나 의료사고 시의 책임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다.

 66명은 '승진 및 발전에서의 한계'를 역할 수행 어려움 이유로 꼽았다. 이들은 진료 지원 업무 전담 경험을 가진 관리자가 드물고 진료 지원 인력이 간호부 승진 체계에서 암암리에 배제된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부정적 반응'을 꼽은 이들이 33명, '전공의 복귀 시 언제든 부서가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을 꼽은 이들이 31명이었다.

 설문 참여자 중 64.0%(416명)는 무분별한 업무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416명 중 162명은 '직무 기술서 없이 인턴·전공의·간호사 업무를 무분별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105명은 '무분별한 업무와 기타 잡무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20명은 임상연구 보조, 누락된 진료기록 작성 등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고 있다고 했고, 19명은 의사 등과 갈등으로 업무가 어렵다고 답했다.

 간호사들은 "몇몇 교수들은 전담간호사에게 일을 떠넘기고 무분별하게 환자를 입원시켜 제대로 치료도 하지 않는다"거나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아 전임의들이 본인의 업무까지 떠넘기고 있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전체 간호사의 64.5%(419명)는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 등으로 시간외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71.5%(465명)는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범사업이 미비해 간호사들을 상시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간호계 항의에 정부와 국회는 지난 8월 전담간호사를 제도화하는 간호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게 한 것에 대해 "현 정부의 시범사업 업무 범위는 너무 넓고 위험한 일까지 포함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강선우 의원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간호사들의 번아웃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의료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간호사 근무 여건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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