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자인 리보핵산(RNA)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 규모가 2028년 약 180억 달러(약 26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RNA 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약 137억 달러(약 20조원)에서 연평균 5.6% 성장해 2028년 약 18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약 4억달러(약 6천억원)에서 4억5천만달러(약 6천500억원)로 연평균 2.3%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RNA는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하는 분자다.
RNA 치료제는 이 같은 원리에 기반해 특정 단백질을 생성하거나 발현을 억제한다.
질병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직접 조절하고, 세포 배양 등 없이 화학적 합성을 통해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NA 치료제 시장은 적용 질환에 따라 감염 질환, 희귀유전질환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감염 질환은 2022년 기준 RNA 치료제 시장에서 약 9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마켓앤마켓은 분석했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이 시장 성장 요인으로 지목됐다.
희귀유전질환의 경우 RNA 치료제가 질병의 원인인 유전적 돌연변이를 직접 표적하는 만큼 환자 수요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 외 암,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등에도 RNA 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다.
RNA는 치료제뿐 아니라 백신으로도 활발히 개발된다.
대표 제품으로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이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이 있다.
mRNA는 RNA의 한 종류로, 인체에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 물질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백신은 바이러스 정보를 담은 mRNA를 우리 몸에 주입해 바이러스 단백질을 합성하게 하고 이에 따라 항체가 형성되도록 유도한다.
우리나라 기업도 RNA 기반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에스티팜은 RNA 치료제 원료의약품 '올리고뉴클레오티드'의 전문 위탁개발생산(CDMO) 관련 기업이다.
최근에는 차백신연구소와 RNA 기반 면역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포괄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진원생명과학은 RNA 백신을 포함한 핵산 기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엠큐렉스, 올릭스 등도 mRNA 기술을 이용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글로벌 RNA 의약품 시장은 모더나, 화이자, 앨나일램 파마슈티컬스 등 해외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최대 8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앨나일램 파마슈티컬스는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RNA 간섭(RNAi) 치료제 '파티시란'에 대해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허가를 받는 등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해당 질환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TTR) 가운데 유전적 이유로 비정상적 TTR 단백질이 생성돼 기능장애를 유발한다. RNAi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이도연 선임연구원은 KISTI가 발행하는 'ASTI 마켓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RNA 치료제 시장에서 많은 기업이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지만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신규 진입자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글로벌 임상시험 참여를 장려하는 등 RNA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고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RNA 치료제 분야에서 우리나라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