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이버폭력, '미디어 이해도' 부족이 부추긴다"

국립암센터, 중학생 3천명 분석…"매체 이해력↑ 청소년, 사이버폭력 위험 46%↓"

  요즘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이버 폭력'은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의 전자적 수단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정의된다.

 사이버 괴롭힘, 스토킹,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SNS를 이용한 가짜 정보 유포 등이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상당수가 성장기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도덕적 이탈은 특정 행동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왜곡된 사고를 의미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청소년들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역량 부족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상황에서 미디어의 메시지를 이해, 분석, 평가하면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흔히 '매체 이해력'으로 표현한다.

 국립암센터 암지식정보센터 이혜선 박사후연구원, 전재관 센터장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사이버폭력 실태조사(2021)에 참여한 중학생 3천2명을 분석한 결과 미디어 리터러시 수준이 높은 청소년일수록 사이버 폭력 행동과 도덕적 이탈이 감소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 학생의 온라인 유해 콘텐츠 노출 빈도, 사이버 폭력 행동 관련 도덕적 이탈, 실제 사이버 폭력 행동 경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 연구 참여 학생의 14.9%가 최근 1년 이내에 8가지 사이버 폭력 행동(언어적 폭력, 명예훼손, 스토킹,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적인 내용 전송, 개인정보 유출, 괴롭힘, 강탈 및 강압) 중 1개 이상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덕적 이탈은 이런 사이버 폭력 행동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언어적 폭력, 스토킹, 개인정보 유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집단 따돌림(bullying) 등을 '문제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사이버 폭력 행동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을 보였다.

 이와 함께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용, 유명인이나 공인에 대한 욕설이나 나쁜 말, 자극적인 성인용 콘텐츠, 사기 또는 절도 등의 불법 행위, 허위 정보 유포 등 온라인 유해 콘텐츠에 자주 노출되는 청소년에게서 사이버 폭력 행동 관련 도덕적 이탈도 더 강하게 나타났다.

가장 윗줄(미디어 리터러시 저집단)에서는 위험한 콘텐츠 노출이도덕적 이탈로 이어지는 경향성이 유의미했지만, 가장 아랫줄(미디어 리터러시 고집단)에서는 이 관계가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주목되는 건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높을수록 도덕적 이탈과 사이버 폭력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높은 청소년은 서로 다른 검색엔진을 활용해 온라인 공간의 정보를 평가하고, SNS 등에서 상대방의 프로필이 진짜인지 확인하거나 개인정보 노출 범위를 관리했다.

 또 낯선 사람으로부터 온 사진이나 전화번호 교환 요청을 거절하고 SNS 혹은 이메일 계정의 비밀번호를 친구들과 공유하지 않는 등의 행동이 관찰되는 것도 이들 청소년의 특징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청소년의 도덕적 이탈이 사이버 폭력 위험을 34% 높이는 요인이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가 높은 경우에는 이런 사이버 폭력 위험이 최대 46% 낮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혜선 연구원은 "미디어 리터러시 수준이 높은 청소년은 온라인 유해 콘텐츠에 자주 노출되더라도 사이버 폭력 행동 관련 도덕적 이탈이 증가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준이 높은 청소년일수록 온라인에서의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어서 온라인 유해 콘텐츠 노출이 도덕적 이탈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부족하면 사이버 폭력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 행동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는 가짜 건강 정보를 아무런 검증 없이 무작정 받아들임으로써 결국 잘못된 건강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재관 센터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높아지면 도덕적 이탈과 실제 사이버 폭력 모두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마찬가지로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고 바람직한 건강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헬스 리터러시'(건강정보 이해력) 수준이 높아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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