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때 항경련제 '발프로산' 주의…기형 출산위험 46% 높아

뇌전증학회, 빅데이터 250만건 분석…"임신 전 항경련제 지속·중단 득실 따져야"

 항경련제(항발작제)는 뇌전증은 물론 조울증, 편두통,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물이다. 뇌에서 과도하게 흥분한 신경 신호를 가라앉혀, 발작이 생기거나 퍼지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임신 중이라면 항경련제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태아의 장기 형성이 시작되는 임신 초기 항경련제에 노출될 경우 선천성 기형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프로산'(발프로에이트)은 여러 해외 연구에서 임신 중 사용을 가장 경계해야 할 항경련제로 지목돼 왔다.

 대한뇌전증학회 역학위원회(위원장 이서영)는 2013∼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모자(母子) 빅데이터(249만4천958건)를 활용해 임신과 출산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항경련제 노출이 아이의 선천성 기형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국가 단위 빅데이터에 기반해 산모와 태아 간 항경련제 사용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지(Neu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위원회는 임신 초기(마지막 월경일 이후 90일 이내)에 항경련제를 처방받은 5천880명(0.24%)을 '노출군'으로 정의하고, 출생 후 1년 이내 선천성 기형 진단 여부를 추적했다.

 이 결과 노출군에서 선천성 기형이 진단된 비율은 10.8%로, 항경련제에 노출되지 않은 임신의 기형 발생률(7.0%)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이런 경향은 산모의 연령, 기저질환, 사회경제적 요인, 동반 약물 사용 등 다양한 교란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위원회는 임신 초기 항경련제 노출이 선천성 기형 발생 위험을 26% 높이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목되는 점은 여러 항경련제 가운데 발프로산에서만 위험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이 병용요법과 단독요법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발프로산이 포함되지 않은 병용요법에서는 선천성 기형 위험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발프로산이 포함된 병용요법에서는 선천성 기형 발생률이 17.7%로 증가했고, 보정 후 위험도는 2.06배에 달했다.

 10개 항경련제를 대상으로 단독요법을 비교한 분석에서도 발프로산만 선천성 기형 위험을 46%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항경련제들은 약간의 위험 증가 경향이 관찰되더라도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발프로산은 하루 복용량이 500mg 이상일 경우 선천성 기형 위험이 57%까지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위험 증가의 원인으로 발프로산이 임신 초기 신경관 형성에 중요한 엽산의 흡수·이용을 방해해 기능적 엽산 결핍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배아 발달 과정에서 유 전자 발현 조절을 교란하는 후성유전학적 영향과 세포 분화 억제 작용 역시 선천성 기형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학회는 이번 연구 결과가 임신부에게 무조건 항경련제를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절되지 않은 발작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이라면 발프로산 사용을 피하고, 대체 약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형아 출산 우려 때문에 항경련제를 임의로 중단했다가 발작이 재발해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에 빠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이서영 대한뇌전증학회 역학위원장(명지병원 신경과)은 "발프로산의 위험성이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도 가임기 여성에게 발프로산이 상당히 많이 처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항경련제를 복용 중이라면 임신 전부터 전문의와 상의해 약물 지속과 중단에 대한 각각의 득실을 따져 안전한 항경련제를 선택하고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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