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둘러싼 갈등의 가장 깊은 뿌리에는 이른바 '기소 통계'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기소 건수가 연평균 754.8건으로 영국의 수십 배에 달한다"며 사법적 리스크가 필수의료 붕괴의 주범이라고 호소해 왔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분석 결과, 1심 형사재판을 받은 의사 기소 건수는 연평균 34.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가 주장한 754.8건은 실제 기소 건수가 아니라 피해자들이 형사 고소한 '입건 건수'를 합산한 수치로 추정된다. 결국 실제로 기소돼 실형(금고형 이상)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의사는 연간 3∼4명 수준이라는 것이 팩트체크의 결과다.
이런 논란 속에서 김윤 의원의 발의안은 형사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중대한 과실' 범위를 12가지로 구체화했다.
동의 내용과 다른 수술, 수술 중 이물질 잔존, 일회용 의료기구 재사용, 혈액형 불일치 수혈 등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은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환자 단체는 "12가지 유형 이외의 모든 과실을 단순 과실로 간주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한다. 특히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업무상 과실'이 아닌 '중과실' 여부만 판단하는 것은 우리나라 형법 체계와 맞지 않고 다른 직역과의 차별"이라는 것이 이들의 핵심 우려 사항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협의회 대표는 "수사 기관의 피의자 소환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절차인데, 유독 의사에게만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이유로 소환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과 특례 논란을 야기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의료계는 여전히 "범죄인 취급을 당하는 모욕감과 소환 조사로 인한 진료 차질"을 호소하며 강력한 보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통계에 대한 불신과 과실 범위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김윤 의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