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이른 독감 유행과 방학이 겹치면서 줄었던 혈액보유량이 봄철에도 적정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3일분 안팎에 머물고 있다.
고령화와 헌혈인구 감소 등으로 혈액 부족 현상이 만성화할 수 있어 정부도 헌혈 규정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26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은 1만5천203유닛으로 1일 소요량(5천52유닛)을 고려하면 약 3.0일분에 해당한다.
3.0일분은 '관심' 단계지만, 혈액 수급이 부분적으로 부족한 '주의' 단계(3일분 미만)로 들어서기 직전이다.
혈액형별 보유량을 살펴보면 B형은 4.3일분, AB형은 3.6일분이다. 이에 비해 A형과 O형은 각 2.4일분으로 이미 '주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방학인 1∼2월은 대학생과 고교생 등의 단체 헌혈이 줄고 독감 환자가 늘어 혈액 수급이 어려운 기간으로 꼽히는데 최근에는 헌혈자 감소로 겨울철 혈액 부족이 봄철까지 해소되지 않으면서 4월 말임에도 1∼2월보다 혈액 수급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고령화와 헌혈자 감소 등이 겹치면서 혈액 부족 현상이 만성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의 혈액사업통계연보를 살펴보면 2015년 308만2천918건이었던 채혈기관별 총헌혈 실적(적십자 외 기관 포함)은 10년 뒤인 2025년 283만9천632건으로 7.9% 감소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15년에는 전체 헌혈자의 77%였던 20대 이하 비율(16∼19세 34.0%, 20대 43.0%)이 2025년 52.3%(16∼19세 18.6%, 20대 33.7%)로 15%포인트(p) 가까이 하락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2022년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한 용역보고서에서도 "인구 고령화 및 암,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자 증가로 혈액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인구 고령화 및 헌혈인구 감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혈액제제의 부족 현상은 만성화·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헌혈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헌혈 간 기능 검사(ALT검사)를 36년 만에 폐지하고 헌혈 가능 연령을 69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이는 식이다.
현행 혈액관리법 시행규칙은 혈액원이 채혈할 때 간 기능 검사, B형·C형간염 검사, 후천성면역결핍증 검사 등을 실시해 혈액 적격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했는데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9년 간 기능 검사 제외를 권고한 점, 민감도가 높은 다른 검사가 이미 도입된 점을 고려할 때 ALT검사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행규칙은 또한 '70세 이상인 자'를 채혈 금지 대상(전혈 헌혈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최근 헌혈 이력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ALT같은 경우 여름쯤 기준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연령은 생애 첫 헌혈을 일흔이나 여든에 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최근 2년 이내 헌혈 경험이 있는 사람' 등 안전하게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조만간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2026∼2030)이 나올 텐데 그 안에 최대한 빨리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