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지급이 시작된 27일 찾은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주유소는 한산했다. 정오께부터 10분 동안 기름을 넣으러 온 차량은 두 대뿐이었다.
이 주유소에서는 지원금을 쓸 수 없다.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주유소는 사용처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안재훈씨는 "차량 5부제를 하고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매출이 10∼15%는 줄었다"며 "다 같이 피가 말리고 목이 조이는 상황이니 나만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판매가에서 세금 비중이 높아 수익 대비 매출이 훨씬 크게 나타나는 탓에 정부의 사용처 제한이 현실과는 간극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자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10곳에 지원금 결제 가능 여부를 물어본 결과 6곳은 '잘 모르겠다', 4곳은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남구의 한 주유소 업주는 "매출과 이익은 줄어도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아직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서 지원금 지급이 본격화돼야 알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강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서울에서는 연 매출 30억원이 되지 않는 매장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사람들은 우리가 폭리를 취한다고 말하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 죽겠다"고 전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전국 주유소 1만여곳 중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곳은 36%에 불과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 권역에선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에도 '왜 우리 주유소는 지원금 결제가 안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유류비로는 사용할 수 없으니 '고유가' 지원금이라는 명칭을 아예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주유소에서도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계속 건의 중"이라며 "최소한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주유소만이라도 매출액 제한 없이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