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간호사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구조)을 완화하는 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17일 의료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경사노위 산하 보건의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간호사 임금 격차 해소 방안에 관한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의 발표를 듣고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국내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임금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실태조사는 간호사 유효 표본 3천7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간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336만원이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간호사 임금은 330만원이었고 수간호사, 과장, 부서장 등 관리직 간호사는 439만원이었다.
간호사 임금은 성별, 연령, 직위, 지역보다 경력에 따른 격차가 눈에 띄게 컸다. 경력 1년 미만 간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282만원이었지만, 20년 이상 간호사는 523만원에 달했다.
초임 간호사의 저임금은 '태움'으로 알려진 직장 내 괴롭힘 관행과 함께 열악한 노동 조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직을 원하는 초임 간호사가 많은 것도 저임금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경력 외에도 전문성 등급이 임금 결정의 주요 변수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직위에 높은 등급을 부여하고 임금도 많이 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간호사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하기 위해 경력 5년 미만의 하위직 임금을 상향 조정하고 경력에 따른 임금 상승 폭을 완화하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필요할 경우 고액 임금은 동결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보건의료위원회는 아직 8개월의 활동 기간이 남아 있어 간호사 임금 격차 문제에 관한 논의도 어떤 합의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다양한 분야의 임금체계 개편 논의와 맞물려 주목된다.
경사노위 산하 금융산업위원회도 금융업의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직무급 도입 방안도 논의됐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산업위원회는 이달 18일 활동 기간 종료를 앞두고 막판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연공성이 강한 호봉제 중심의 국내 임금체계를 그대로 둬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버틸 수 없다고 우려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3일 임금체계의 연공성 완화를 위한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지만, 임금체계 개편을 원하는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