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직접 죽이는 NK세포, 상처 빨리 낫게 하는 일도 한다

저산소 피부 상처에 혈관 생성 촉진, 혈관 통한 감염 위험은 커져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자연 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s)라고도 하는 NK세포는 특이한 면역세포다.

 백혈구의 일종으로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NK세포의 주기능은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 같은 비정상 세포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다.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는 표면의 'MHC 클래스 1(주조직성 복합체 1)' 단백질이 줄어드는데 NK세포는 이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한다.

 이런 NK세포가 피부 상처의 치유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UZH) 해부학 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슈토크만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NK세포는 다른 면역세포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들 세포의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이런 일을 할 때 NK세포가 분비하는 게 바로 사이토카인(cytokines)이라는 신호전달 물질이다.

 이번 연구에선 NK세포가 피부의 상처 치유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이 새롭게 밝혀졌다.

 무엇보다 상처의 산소포화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실험 결과 NK세포는 저산소증(hypoxia)이 있는 상처를 뚫고 들어갔다.

 NK세포가 이렇게 산소 결핍에 적응하려면 유전자 발현이 변해야 했다. 여기에 관여하는 게 '산소 결핍 유도 전사 인자(HIF)'였다.

 연구팀은 NK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피부 혈관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상처가 더 빨리 아문다는 걸 확인했다.

 HIF 전사 인자는 사이토카인의 분비와 관련이 있었다.

 실제로 생쥐 모델에 실험해 보니, HIF-1α 전사 인자가 없으면 NK세포가 사이토카인을 잘 분비하지 못했다.

 그러면 피부의 혈관이 더 빨리 자라 상처가 빨리 치유됐다.

 하지만 피부의 세균이 혈관을 통해 감염할 위험은 커졌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슈토크만 교수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어떻게 하면 상처가 빨리 낫게 하면서 감염에 대한 면역 방어도 강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K세포가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면서 상처 치유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예컨대 연결 조직의 구성이나 모낭, 내분비샘(gland) 등 다른 피부 구성 요소의 재생 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세균 감염 위험이 커지는 것과 관련, NK세포를 이용하는 항암 면역 치료제의 용도 변경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NK세포를 자극해 더 공격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이런 유형의 암 치료제는 이미 임상에 쓰이고 있는데 세균 감염 치료에도 효과적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이 늘어나는 현실을 생각하면 확실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문제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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