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으로 우리 아이들 병든다"

청소년 포함 '1020' 중독자 급증…본격 '마약중독' 가는 통로 될까 우려
'1020' 실태조사 없고 '방지망' 이용률 저조…압수 마약류 5년 새 8배 급증
한덕수 총리도 10대 마약사범 급증 지적하며 "마약범죄 특단 조치 필요"

 마약성 진통제와 식욕 억제제, 마취제 등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가 점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어린 청소년을 비롯한 10·20대 젊은 층의 마약성 의약품 오남용 사례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런 마약류 의약품을 자주 복용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은 실제 마약 중독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은 만큼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마침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10대 마약 사범이 증가하는 등 마약 범죄가 늘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주목된다.

 ◇ 펜타닐 패치 등 마약류 의약품 10~20대 이용량 급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펜타닐 패치 처방량은 2019년 4만4천105개에서 2021년 6만1천87개로 38.5%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펜타닐 패치 처방량이 348만6천800개에서 339만4천730개로 오히려 줄어든 것과 달리 특히 20대에서만 처방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펜타닐 패치는 아편, 모르핀 등과 같은 계열의 진통·마취제다.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로, 1매당 3일(72시간) 정도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약효가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의 200배 이상으로 효과가 큰 만큼 중독성이 강한데, 이용이 간편하다 보니 10대 이하에서도 꾸준히 처방되고 있다.

 특히 20대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와 환자 수는 같은 기간 비슷한데, 처방량이 늘어난 것은 오남용 사례가 더 많아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펜타닐 패치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 투여 금기를 규정하고 있지만, 치료를 위해 사용이 필요하면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서영석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18세 미만 환자가 총 1천479명, 처방량은 9천781개로 나타났다.

 10대의 1인당 처방 건수도 2019년 4.42건에서 2021년 4.93건으로 늘었고, 1인당 처방량도 같은 기간 6.6개에서 7.15개로 늘어났다.

 인터넷에 우울증과 두통에 좋다고 알려진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도 중독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강기윤 의원실에 제출한 사례에 따르면 한 20대 남성은 두통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 중 알게 된 옥시코돈을 처방받기 시작하면서 4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된 식욕 억제제도 의료기관에서 무분별하게 처방하면서 10~20대 접근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복지위 소속 김미애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충청 지역 A 가정의원과 수도권 B 정신과 의원은 의료용 마약류 식욕 억제제를 한 해 평균 19만4천여 건, 25만6천여 건 처방했다.

 강 의원은 "처방이 쉬운 병원을 찾아다니며, 마약성 진통제를 찾는 중독 사례들도 있는 만큼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때 다른 의료기관에서 받은 마약성 진통제 처방 이력을 필수적으로 검토해서 오남용 가능성을 낮추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약류 접근 쉬워지자 젊은 층 마약 범죄율 늘어…실태조사 없어

 젊은 층의 마약류 접근이 쉬워지면서 불법 마약에 빠지는 범죄도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6년 1만4천214명이 마약류 사범으로 적발됐는데 2020년에는 1만8천50명으로 27% 늘었다.

 압수된 마약량도 급증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이 연 '마약퇴치 입법 토론회'에서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 과장은 지난해 압수 마약류가 2017년 대비 5년 새 8배 늘었다고 공개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3.8배 늘었고, 20대 역시 같은 기간 2천112명에서 5천77명으로 2.4배 늘었다.

 기존 마약 중독으로 단속된 이들은 법망을 피하고자 마약류 의약품을 불법 마약류 대체품으로 악용하기도 하며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마약류 사용으로 생긴 우울증 등을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를 이유로 든다면 제재하기 어렵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필로폰 문제가 있던 사람이 다이어트 약제인 펜터민이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해 대용으로 남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펜타닐 패치 등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은 후 재판매하는 등 불법 유통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강기윤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 충남 아산경찰서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부대 등에서 펜타닐 패치를 매매하거나 사용한 내외국인 49명을 검거했다.

 지난해 5월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경남·부산 일대에서 펜타닐 패치를 허위로 처방받아 판매하거나 투약한 10대 후반 42명을 검거했다.

 10~20대 마약 중독은 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10~20대 환자는 167명으로 2017년 87명에서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중독 환자 수가 32% 증가한 것과 비교해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상황이 이런데도 마약 실태조사가 성인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자 내년에 청소년 대상 마약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약류 오남용 방지제도, 현장 적용 잘안돼…한 총리 "특단 조치"

 식약처에서는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장 이용률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식약처는 마약류를 과다하게 또는 중복해서 처방하는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 처방·투약하지 않도록 의사가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진료·처방 시 확인할 수 있는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도입되던 2020년 6월에는 식욕억제제, 프로포폴, 졸피뎀에 한정해 운영하다가 2021년 3월부터는 전체 마약류 성분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 7월에는 개인용 컴퓨터뿐 아니라 모바일로도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정보망 사용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 등으로 이력 검토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 조회할 때마다 로그인, 환자 정보 입력, 휴대폰 SMS·공동인증서·디지털원패스 등으로 사용자 인증의 세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보망 이용률도 저조한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정보망 이용 횟수는 3만1천여 건이고 조회 의사 수는 2천여 명에 불과하다. 같은 해 전체 마약류 처방 건수가 1억 건이 넘고, 처방 의사 수는 10만3천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용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의사들이 사용하는 처방 소프트웨어와 정보망 사이트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용 시 거치는 단계가 줄어든다"며 "8월 기준으로 마약류 취급하는 의료기관의 78% 이상이 연계해놨고 이 비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마약범죄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한국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지만, 인터넷 발전, 국제택배 증가 등에 편승하며 마약 유통이 확산해 그 지위가 훼손되고 있고 심지어 10대 마약사범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며 마약 근절에 진력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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