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인 만성질환 평균 1.1개…60% "나 지금도 건강해"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 백세인 94명 연구…"41% 혼자 살지만, 우울감 호소는 적어"

 요즘 100세를 넘겨 장수하는 '백세인'(Centenarian)이 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백세인을 '준-초백세인'(semi-supercentenarians, 105~109세), '초백세인'(Supercentinarian, 110세 이상)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에 다가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하지만 아무리 백세인이 늘고 있다고 해도 100세를 넘겨 장수하는 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백세인의 장수 요인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세인이 많이 사는 대표 장수벨트로 꼽히는 전라남도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에서 이런 연구가 많은 편이다. 이들 지역에 유독 많은 백세인의 식생활 습관, 지리·환경 상태 등이 장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주요 연구 대상이다.

 논문을 보면 조사 대상 백세인 중에는 여성(81.9%, 77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눈길을 끄는 건 백세인의 41.4%(39명)가 현재 동반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는 점이다. 배우자와 사별 후에는 스스로 부양하면서 살아가는 게 요즘 장수인의 추세로 읽힌다.

 연구 참여자들이 태어난 시기는 1911∼1923년 사이였다.

 전쟁과 빈곤으로 영양적, 위생적, 교육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한 만큼 이번 분석을 위해 시행된 건강 평가에서 이들의 인지·신체 건강은 상당히 저하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이 백세인이 되기까지 앓아온 만성병은 분석 대상 11개(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골다공증, 골절, 심혈관질환, 암, 신장질환, 간질환, 천식, 뇌혈관질환) 중 평균 1.1개에 그쳤다.

 허약한 신체를 갖고 태어나 성장했지만, 정작 수명을 단축하는 만성병은 이들에게 거의 없었던 셈이다.

 백세인들은 정신건강 상태도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주관적 우울 점수(GDS) 분석 결과 조사 대상 백세인의 평균 점수는 우울감이 전혀 없다고 평가되는 0점에 가까운 2.3점이었다. 보통 우울 점수는 최고치인 15점에 가까울수록 우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본다.

 연구팀은 우울 점수가 낮게 나온 이유 중 하나로 장수를 매우 특별한 축복으로 여기는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제시했다.

 100세 이상 장수 자체가 이미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백세인의 현재 기분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도 좋게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관적 평가에서 백세인의 76%는 임상적으로 우울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59.6%는 현재 자신이 건강하다고 밝혔다.

 박상철 연구석좌 교수는 "우울감 등에 대한 백세인들의 주관적 평가가 긍정적일수록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며 "건강한 장수를 위해서는 노인들의 우울감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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