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시인 윤동주(1917~1945), 소설가 황순원(1915~2000)과 숭실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냈다.
세 살 많은 윤동주와는 3학년까지 같은 반에서 공부했고, 황순원은 한두 학년 위였다고 한다.
1920년 4월생인 김 교수의 현재 나이는 104세다. 의학과 삶의 질 개선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장수(長壽)인 셈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뜻밖에도 어린 시절 병약했다고 한다.
그가 쓴 신간 '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열림원)에 따르면 김 교수는 어린 시절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곤 했다.
어머니의 소원은 그가 스무살까지 사는 것이었다고 한다.
"제발 좀 20살까지만 살아라. 너무 일찍 죽지 말라."
"나에게 건강을 주셔서 내가 건강을 회복하게 되면, 알 수는 없지만 어른이 될 때까지 살게 해주신다면, 나를 위해서 일하지 않고,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그게 그의 소원이었고, 이 같은 삶의 태도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처럼, 어린 시절 겪은 건강 문제는 오히려 그의 "삶에 큰 복"이 됐다.
김 교수는 "건강이 약하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건강에 손해가 되는 해로운 것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고 한다. 그가 오랜 세월 건강을 지킨 비결이다.
우선 스트레스받을 정도로 일을 하지 않는 게 제1원칙이었다.
일에 쫓기지 않기 위해선 '미리미리' 해 놓는 게 필요했다.
원고를 쓰고, 강연할 때, 그는 반드시 마감 일주일 전에는 준비를 마친다고 한다.
술, 담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다만 와인은 분위기에 따라 조금 마셨다고 한다.
음주와 흡연만 해로운 건 아니다.
이기주의자도 몸에 해롭긴 마찬가지다.
그는 "이기주의자는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기주의자라는 판단이 확실히 선다면 안 만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 조심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생각보다 긴 여명을 누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건강하게 태어나 무리하는 사람보다는 건강하지 못하게 태어나 해로운 것을 멀리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
단순히 오래만 산다고 좋은 건 아니다. 삶에는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
오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건 사랑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김 교수는 책에서 인생의 본질이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자녀와 손자녀를 사랑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아가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저희를 위해서 좀 더 오래 수고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인사를 들을 때 나는 정말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의 사랑을 빼앗지 않고, 남의 물질을 빼앗지 않고 함께해주는 수고를 통해 공동체적 사랑을 이룩하는 것만큼 삶의 커다란 원동력은 없는 것이다…. 100년이 넘는 내 삶은 사랑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