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바바리맨'은 처벌 못 하나?

성적 불쾌감 일으킬 글·사진 전송만 해도 성폭력처벌법 대상
검거율 높지만 구속·기소율은 낮아

 최근 한 걸그룹 출신 가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자기 특정 신체 부위를 찍어 보내는 분이 정말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와 일반인들까지도 성별, 나이, 국적을 가리지 않는 음란 메시지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다고 호소한다.

 예전에 주로 여학교 앞에서 트렌치코트만 입은 채 나체 상태로 특정 신체 부위를 강제로 보여줘 혐오감을 일으켰던 일명 '바바리맨'이 이제는 비대면·익명성에 기대 범행 장소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온 셈이다.

 과연 'SNS 바바리맨'은 처벌이 어려울까?

 ◇ 성폭력처벌법상 최대 징역형…스토킹 범죄도 해당 가능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행위는 현행법상 최대 징역형까지도 선고받을 수 있는 엄연한 성범죄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흔히 '통매음'이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자신의 사진이 아니더라도, 사진이 아닌 글을 보내더라도 상대방에게 그 내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다면 모두 처벌 대상으로 본다.

 나아가 대법원은 직접적인 표현이 담긴 글·사진이 아니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인터넷 사이트 링크만 보내더라도 혐의가 성립하는 것으로 조항을 넓게 해석하고 있다.

 표현물의 음란성, 반복성, 죄질에 따라 통매음뿐만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로도 함께 처벌받을 수도 있다.

 법원은 지난달 전혀 알지 못하는 여성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메시지 3회와 동영상 1개를 전송한 남성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약 70회에 걸쳐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전송하고 성적인 문자 메시지를 10회나 보낸 남성에게는 벌금 400만원과 성폭력 및 스토킹 치료프로그램을 각각 40시간씩 받도록 했다.

 ◇ 'SNS 바바리맨처벌 못 하나' 검거율 높지만 재판 가면 대부분 벌금형

 통매음은 세간의 얘기와 달리 검거가 어려운 범죄도 아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통매음의 발생 건수 대비 검거율은 매년 70∼80% 후반대다. 2021년을 제외하면 총 범죄 발생 건수 대비 검거율보다 높았다.

 그런데도 SNS의 대중화로 발생 건수는 매년 폭증하는 추세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1천437건, 2천47건, 5천67건, 1만563건, 8천4건이 발생했다.

 여성가족부가 2022년 12월 발표한 '성폭력 안전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만여명 중 9.8%가 'PC, 휴대전화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피해 경로는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 '인스턴트 메신저'(50%)가 가장 많았고, '문자 및 전화'(39.1%),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20.9%)가 뒤를 이었다.

 특히 가해자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사람'이 40.8%로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폐쇄성에 기대 아이폰의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인 '에어드랍'(Airdrop)과 텔레그램 등을 통한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다. 분별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랜덤채팅,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에서 성적 대화를 나누다가 고소당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음란한 사진이나 글을 전송하는 행위를 단순한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전송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범죄가 완성되기 때문에 대부분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의뢰인들이 찾아오면 '처벌될 줄 몰랐다'며 겁에 질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요즘은 피해자가 채팅창 화면 등을 캡처해 수사기관을 찾아오기 때문에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한다"며 "용의자 특정이 어렵지 않고 과거와 달리 플랫폼 운영 업체들도 신원 확인 요청에 잘 응한다"고 했다.

 '솜방망이' 처벌을 깨고 범행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경찰에 통매음으로 입건된 8천738명 중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인원은 12명에 불과했다.   재작년에는 1만689명 중 4명만이 구속됐다. 검찰 연감에 따르더라도 통매음은 기소된 경우보다 불기소율이 훨씬 높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재판까지 거치면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친다"며 "딥페이크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범죄가 다각화하는 만큼 통매음도 변형돼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어 조기에 법적 테두리를 단단히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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