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천년고도 경주의 법주

 법주(法酒)는 한국식 청주다. 혹자는 일정한 순서와 절차라는 '법도'에 따라 만든 술이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설로는 불법을 따르는 승려가 만들어 법주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역사적으로 법주는 신라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의 술로 고려시대 '고려도경', '고려사' 등의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조선시대에는 고관대작이나 외국의 사신만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숙종 때 궁중음식을 관장하는 사옹원의 참봉을 지낸 최국선(崔國璿·1631∼1682)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고향 경주로 돌아와 빚기 시작했다.

 이후 300년 넘게 가문 대대로 빚어오고 있다. 현 기능보유자 최경(崔梗·1944∼)은 최국선의 10대손이다.

 법주를 만들 때 최씨 집안 마당의 우물물을 쓰는데, 물의 온도가 사계절 내내 거의 일정했다.

 예로부터 물맛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다.

 술을 빚을 때는 이 물을 일단 팔팔 끓인 다음 식혀서 사용한다.

 최씨 집안의 교동법주 빚는 법은 우선 토종 찹쌀과 구기자나무 뿌리를 집안 내 우물물로 죽을 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을 밀로 빚은 전통 누룩과 섞어 밑술을 만들고, 다시 토종 찹쌀로 찹쌀 고두밥을 지어야 한다.

 여기에 덧술을 해 100일 동안 발효, 숙성시켜 만든다.

 술빚기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적기다.

 색은 밝고 투명한 미황색을 띠며, 곡주 특유의 향기와 단맛, 약간의 신맛을 지니고 있다.

 1986년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향토 술 담그기' 부문에 최씨 가문 며느리인 배영신 씨가 교동법주로 기능보유자가 됐다.

 배 명인은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후 제조비법을 전승해 왔다.

 21년째인 2006년 3월 그의 아들 최경이 2대째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아 제조비법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경주법주는 정부가 지난 1972년에 외국에 보여줄 만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술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사실에서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급히 대구 경북지역 주류 제조업체인 금복주에 지시를 내려 그해 9월에 경주에 경주법주양조㈜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두 달만인 1972년 11월에 경주법주를 처음 출시했다.

 경주법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외국 국가원수, 국가 행사 때 만찬용 선물용으로 제공돼 품질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2017년 세계유산도시기구 총회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고, 2012년 세계적인 주류 품평회 몽드셀렉션에서는 금상을 수상했다.

 경주법주는 주정을 사용한 일반 청주와는 다르게 100% 우리 쌀과 우리 밀 누룩을 사용해 장기간 저온 발효 숙성시켜 탁월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재료는 30% 깎은 멥쌀과 찹쌀을 각각 92.2%와 7.8%의 비율로 쓰고 개량한 밀 누룩과 일본식 누룩인 입국을 써서 만든다.

 재료를 섞어 저온에서 장기 발효한 후 100일 숙성을 한다.

 경주법주양조㈜에서는 경주법주, 화랑 등 여러 술을 만드는데 그중 2010년부터 생산된 경주법주 초특선은 쌀알을 79%까지 깎아내는 고도의 정미 과정을 통해 회분, 조 지방, 단백질 등의 성분을 제거하고 남은 21%의 쌀알(속살)만 원료로 쓴다.

경주법주와 경주법주 초특선

 이러한 경주법주 초특선 도정률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데, 일본에서도 사케의 경우 50% 이상 도정한 쌀을 사용하면 최상위 등급인 '대음양주'(다이긴조) 명칭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경주법주 초특선은 누룩 대신 입국을 사용한다는 점과 쌀을 도정을 한다는 점, 그리고 '초특선'이란 술 이름 자체가 일본식이란 점 때문에 우리 주세법상으로는 청주지만 '일본식 청주'라고들 한다.

대몽재 1779

 대몽재 1779는 ㈜하우스 오브 초이(Choi)가 만드는 고급 약주로 2022년에 출시했다.

 이 술은 경주 최씨 집안 직계 자손들의 며느리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가양주였다.

 이것을 현대적 시설과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 그 가치를 재해석한 술이 대몽재 1779다. 경주시 평동의 자체 직영 농지에서 직접 재배한 쌀로 만들며 매월 300병 한정 생산하고 있다.

 대몽재는 최부자 고택의 현판 이름으로 '큰 꿈을 품은 곳'이란 의미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집안 자제들의 공부방 이름이기도 하다.

 숫자 '1779'는 최부잣집이 경주에 자리 잡은 1779년을 의미한다.

 경주 최부자의 후손인 최재용 대표가 최부자 정신을 잇는 기업으로 ㈜하우스 오브 초이를 창업했다.

 천년고도 경주의 술 법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 중 하나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도 법주는 계속 전통을 지키면서 우리와 소통하고 있다. 경주 최씨는 대대로 사회에 기여해왔다.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이후에는 전통을 이어가며 또 다른 형태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 역시 지면을 통해 그저 이 가문의 안녕과 지속 가능함을 기원한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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