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혈제인데 최대 228배 가격차…미등재 비급여 관리해야"

경실련 "급여 제품 대신 비급여 사용해 환자에 비용 부담 가중"

 같은 회사에서 나온 같은 성분의 지혈제인데 건강보험 급여 여부에 따라 가격이 최대 228배 벌어져 관리가 시급하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일부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제품을 비급여로 사용해 환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등재 미신청 비급여 의약품'의 가격 실태와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의약품의 경우 의료행위나 치료재료(치료에 사용되는 소모성 의료기기)와 달리 비급여 결정 신청 의무가 없다. 건보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면 아예 등재를 신청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이런 제품은 '등재 미신청 비급여 의약품'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상처부위에 직접 바르거나 대는(외용) 지혈보조제나 국소마취제, 살균용 거즈 등 치료재료의 성격을 가지는 의약품이다. 사실상 치료재료로 쓰지만, 의약품으로 볼 수도 있어 제약사 등 이 건보에 등재조차 하지 않은 채 비급여 의약품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제약사 등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의 등재를 회피하고 의료기관은 급여 대신 고가 비급여로 환자에게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기존에 등재된 품목 대신 비급여 품목 사용을 조장해 환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이면서 치료재료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급여와 비급여가 혼재된 외용 지혈보조제를 사례로 들었다.

 외용 지혈보조제는 산화재생셀룰로오스 및 젤라틴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특수한 거즈나 스펀지 등이다.

 국내 A사가 공급하는 비급여 지혈보조제 제품 B의 평균가는 30만1천946원, 중앙가는 13만원이다. 이 회사는 동일한 성분이면서 규격이 다른 급여 지혈보조제도 공급한다.

 제품 B를 동일한 성분 제품의 '급여 추정가' 1천316원과 비교 시 평균가는 최고 227.9배, 중앙가는 98.1배에 달했다.

 급여 추정가는 급여가 되는 지혈보조제를 단위 면적당 가격으로 환산해 비급여 규격에 맞춰 산출한 수치다.

 치료재료로 등재했던 급여 제품의 품목 허가를 취하하거나, 급여를 삭제한 뒤 동일한 성분의 비급여 제품만 공급한 사례도 있었다.

 건보 급여로 8천원이었던 제품을 등재 취하한 뒤 비급여로 10만원에 공급한 사례도 나타났다고 경실련은 전했다.

 경실련은 "지혈보조제의 경우 동일한 성분이나 거즈의 크기와 재료에 따라 품목이 상이한데, 일부 품목을 등재 신청하지 않고 비급여로 판매하고 있다"며 "사실상 동일한 급여 제품이 아닌 비급여 제품이 사용되도록 조장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급여가 되는 유사한 성분과 효능의 제품이 있다면 환자에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비급여 사용을 지양하게끔 하는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치료재료 성격을 갖고 있지만 등재하지 않고 비급여로 쓰이는 의약품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치료재료 성격을 갖는 비급여 의약품의 등재를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미등재 비급여 의약품이 건보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교수)은 "건보 진료와 함께 이뤄지는 비급여 진료가 적정한지 파악할 수 있도록 병원이 급여를 청구할 때 비급여 진료 전체를 보고하게끔 해야 한다"며 "미등재 비급여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부당 이득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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