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자 중에는 이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항체 반응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생성되는 항체의 중화 능력이 백신을 맞았을 때 생기는 것보다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을 맞든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든 시간이 지나면 항체의 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된 사람만 항체의 중화 능력이 갈수록 강해져 재감염을 더 잘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병원인 셰바 메디컬 센터(Sheba Medical Center)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에 개요만 미리 공개됐다. 연구를 수행한 카밋 코헨 박사팀은 오는 4월 23∼2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유럽 임상 미생물학ㆍ감염병 총회'(ECCMID 2022)에서 전체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텔아비브의 라마트 간(Ramat Gan) 지역에 위치한 이 병원은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널리 알려졌다. 뉴스위크가 2020년 선정한 '세계의 좋은 병원'에서 9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도 중증이나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적으면 10%, 많아야 20%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무증상 감염자가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차이가 왜 생기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지배종으로 부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는 개인별 감염증 편차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델타 등 기존 변이보다 전파력은 훨씬 더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수렴되는 게 있다. 감염 초기에 강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야 중증이나 위중증 진행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폐의 혈관계 기능, 다시 말해 폐 혈관 내벽의 상피 기능에 이상이 생겨도 코로나19가 급격히 심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염 초기의 약한 면역 반응, 심한 염증 등과 함께 폐 혈관 내피 이상이 코로나19 악화에 주요 변수로 관여한다는 뜻이다. 혈류와 주변 조직을 분리하는 혈관 내피가 손상되면 실제로 코로나19 환자의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다는 것도 확인됐다. 독일 감염 연구 센터(DZIF)의 크리스티네 팔크 교수팀이
편두통은 가볍게 볼 수 없는 고질병이다.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줄 만큼 통증이 심하고 잘 낫지도 않는다.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선 편두통 유병률(인구 대비 환자 수 비율)이 15%를 넘나든다. 국내 유병률도 6.5% 정도로 추정된다. 대략 국민 15명 중 1명꼴이니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편두통은 특히 젊은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전체 환자 수를 봐도 여성이 남성의 약 3배다. 게다가 편두통은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을 완화하는 건 가능하나 근원 치료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런 편두통의 통증 신호가 말초신경계의 슈반세포(Schwann cells)에서 발생한다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경교세포의 일종인 슈반세포는 미엘린 초(Myelin sheath)를 형성해 신경세포(뉴런)의 축삭돌기를 감싼다. 일종의 절연체 기능을 하는 미엘린 초의 도움으로 뇌의 활동전위는 축삭돌기의 둔덕부터 말단까지 빠르게 전달되는데 이를 도약전도라고 한다. 연구팀은 슈반세포 내부에서 발생한 통증 신호가 인접 세포로 전달되는 메커니즘과 함께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미국 뉴욕대 치과대의 나이절 버넷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독특한 증상 중 하나는 냄새를 잘 못 맡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의 후각 상실은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코가 막히지 않아도 나타난다. 다행히 대부분의 코로나19 환자는 며칠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지속적인 후각 감퇴(hyposmia)나 이상 후각(parosmia)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전체의 12%가 넘는다. '이상 후각'은 실제로 냄새가 나지 않는데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데 관여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미국 뉴욕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오면 후각 수용체(0R) 작용이 약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각 수용체는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코안 신경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후각 조직의 신경세포(뉴런) 주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면 T세포 같은 면역세포가 몰려왔고, 이들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의 작용으로 후각 뉴런의 유전자 활성도가 변했다. 이런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후각 뉴런에 감염하지 않아도 나타났다. 바이러스가 후각 뉴런에 접근하기만 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몰려들기 때문이다. 보통 면역세포 작용은 뇌에서 오
흔히 뇌출혈이라고 하는 출혈성 뇌졸중(hemorrhagic stroke)은 환자의 약 절반이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이다. 미국에선 뇌졸중 환자의 10∼15%가 출혈성 뇌졸중인데 젊은 사람도 적지 않다. 뇌혈관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뇌혈관 출혈을 유발하는 새로운 유형의 면역세포가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혈관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 유형을 탐색해 각 유형의 유전자 발현 및 위치 정보 등이 담긴 '세포 지도'(atlas)를 만들었다. 뇌혈관 세포 유형의 '주기율표(periodic table)'와 같은 이 지도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40여 개의 세포 유형이 망라됐는데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도 여기에 들어 있었다. 이 발견은 장차 전반적인 뇌혈관 구조와 혈관 질환의 치료법 연구에 중요한 토대가 될 거로 기대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웨일 신경과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출혈성 뇌졸중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뇌 동정맥 기형(AVM) 세포에 초점을 맞췄다. AVM은 뇌 발생 과정에서 뇌동맥과 뇌정맥 사이의 모세혈관이 제대로 생기지 않고 대신 기
인간의 체내에 있는 단백질은 1개당 평균 약 40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이들 아미노산은 길게 한 줄로 연결되면서 복잡한 3차원 구조로 접힌다. 단백질이 접힌 구조를 갖는 이유다. 어떤 단백질은 특별한 기능을 가진, 4개 내지 6개의 아미노산 연결 부위가 존재하는데 이를 '짧은 선형 모티프'(SLiM)라고 한다. SLiM은 작고 단순한 구조지만 핵심적인 세포 과정인 단백질 간의 결합을 촉진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SLiM이 어떻게 결합할 파트너를 식별하는지 잘 몰랐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과학자들이 마침내 SLiM의 단백질 결합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SLiM이 어떻게 결합할 단백질을 선별하는지, 다시 말해 자신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단백질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알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단백질체학 분석에 자체 개발한 검사 도구를 이용했다. 또 분석 과정에서 나온 정보를 활용해, 암의 전이에 관여하는 ENAH라는 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하는 분자를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MIT 생물학과의 에이미 키팅 생물공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두 편의 논문으로 작성돼 작년 12월 2일과 이달 25일(현지 시각) 저널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간경화(학술명 '간경변증')는 간염 등으로 인해 장기간 간세포 손상이 지속할 때 생긴다. 간세포 손상은 간에 흉터가 축적되는 간 섬유증으로 진행되고, 이런 간 섬유증이 전체에 퍼지면 간경화가 된다. 간경화는 그 자체로도 매우 위험한 병이지만, 치명적인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간경화는 의학적 연구가 부족한 질병으로 꼽힌다. 질병의 특성상 실험에 쓸 만한 동물 모델이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CNIO) 과학자들이 간경화가 발생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처음 밝혀냈다. 간경화의 발생엔 MCRS 1이라는 간세포 단백질과 담즙산이 핵심 역할을 했다. 이 발견은 효과적인 간경화 치료법을 개발하고, 어떻게 간경화가 간암으로 진행하는지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관련 논문은 유럽 간(肝) 학회(EASL)가 발행하는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에 최근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간 조직의 섬유화는 섬유모세포(fibroblast)의 활성화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섬유모세포가 어떻게 섬유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 말고도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중 하나가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체를 막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면역 반응의 개시에 관여하고 병원체로부터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빼앗는다. 그런데 병원체가 정상 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노화 생물학 연구소의 레나 페르나스 박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숙주 세포 안에 들어온 병원체가 살아남으려면 세포의 방어 시스템을 뚫고 영양분을 가로채야 한다. 다시 말해 제한된 영양분을 놓고 숙주세포의 대사 시스템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세포의 영양분을 지키는 방어 시스템 중 하나가 미토콘드리아다.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는 지방산 흡수를 늘려 병원체의 지방산 접근을 제한한다. 세포의 에너지 공급원인 미토콘드리아가 감염 상황에선 물질대사를 조절해 세포를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톡소포자충은 미토콘드리아가 이런 일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원래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병원체를 만났을 때 미토콘드리아의 행동이 어떻게 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인간 세포의 표면에 발현하는 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ACE2와 결합한 스파이크 단백질엔 극적인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 돌기 모양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벌어져 접히면서 숙주 세포막과 융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개의 막이 융합해야 비로소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들어가는 길이 열린다. 일종의 효소 단백질인 ACE2 수용체는 신종 코로나의 감염 경로를 여는 열쇠나 마찬가지다. 오미크론 변이 이전에 전염력이 가장 강했던 델타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막 융합 능력이 다른 어떤 변이보다 뛰어났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 개발의 핵심 표적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닌 인체 세포 쪽에서 신종 코로나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치료 표적이 발견됐다. ACE2 수용체의 생성을 제어하는 BRD2라는 단백질이다. 실제로 배양 세포 실험에서 BRD2의 생성을 막자 ACE2의 생성이 억제돼 신종 코로나가 세포에 침투하지 못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