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용 장기가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고령의 사망 기증자 장기는 이식 수술에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 장기는 이식 거부 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브리검 앤드 위민스 호스피털(Brigham and Women's Hospital)' 과학자들이, 고령자 장기에 약물을 투여해 이식 수술에 쓸 수 있을 만큼 다시 젊게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노화 세포가 분비하는 미토콘드리아 DNA(mt-DNA)가 이식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보스턴에 있는 이 병원은 하버드 의대의 주요 수련병원 중 하나다. 이 연구를 수행한 스테판 툴리우스 박사팀은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 링크 )을 발표했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인체의 면역계는 일종의 노폐물 제거 시스템을 상시로 가동한다. 그런데 노화 세포는 이 시스템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 고령자의 장기에 노화 세포가 축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건 노화 세포가 분비하는 mt-DNA였다. 툴리우스 박사팀은 논문에
노인성 치매의 주범인 알츠하이머병은 지금까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된 인식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X염색체에 있는 변이 유전자의 영향으로, 여성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도 남성보다 더 잘 견디고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이 유전자에서 풀린 코드로 생성되는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으로부터 뇌의 기억 영역인 해마를 보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염색체는 여성이 'XX', 남성이 'XY'다. 여성은 이렇게 남성보다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아, 알츠하이머병 방어 단백질도 그만큼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남녀의 이런 성염색체 차이가 알츠하이머병 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처음 밝혀졌다. 이 연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데나 듀발 신경학 부교수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 링크 )은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듀발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여성이 더 취약하다는 오래된 도그마에 반하는 결과가 나왔다"라면서 "발병 위험이 최고조에 달하는 연령까지 오래 살기 때문에 여성 환자가 더 많기는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려도 더 오래 살아남는 건 여
미토콘드리아가 생성하는 ATP(Adenosine triphosphate)는 인체 세포의 에너지 단위다. 특정한 유형의 세포에서 ATP 수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암, 당뇨병, 심장질환, 알츠하이머병 등의 발생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세포가 ATP 수위를 어떻게 조절하고, 질병이 생겼을 때 세포의 에너지 수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다. 이런 세포 에너지 대사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관여하는 유전자 정보를 집대성한 유전체 분석 데이터베이스(DB)를 미국 글래드스턴 연구소 과학자들이 처음 완성했다. 'ATPome'으로 명명된 이 유전자 DB는 장차 세포의 에너지 수위를 조작해 질병을 치료하는 표적 유전자나 단백질을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켄 나카무라 박사팀은 28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글래드스턴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부설 비영리 의학 연구기관이다.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 편집 기술로 유전자를 하나하나 선별해
요즘 쓸데없이 화를 많이 낸다면 밤잠을 잘 자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연구진이 지역 대학생과 주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다. 연구팀은 대학생 지원자 202명으로부터 수면의 질과 양, 일상적인 스트레스 요인, 화를 낸 일 등을 기록한 한 달 분의 일기를 받아 분석했다. 또한 주민 147명을 무작위로 선별해, 규칙적으로 잠을 자거나 이틀간 5시간으로 수면을 줄이게 했다. 그런 다음 거슬리는 소음에 노출됐을 때 어느 정도 화가 나는지 측정했다. 분석 결과, 숙면한 피험자는 전반적으로 화를 적게 냈고 소음에도 잘 적응했다. 반면 수면을 제한한 피험자는 같은 조건에서 더 자주, 더 강하게 분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수면이 부족하면 짜증 나는 환경에 감정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이 약해진다는 걸 시사한다. 수면 부족이 '분노 지수'를 올리는 효과는 대체로 개별 피험자의 졸린 정도(Subjective sleepiness)에 따라 달라졌다. 치열하게 맞붙는 온라인 게임을 하고 나면 '분노 지수'가 올라간다는 비슷한 실험 결과도 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즐라탄 크리잔 심리학과 교수는 "수면 제한이 분노와 좌절을 증폭한다는 인과적 증거를 제시했다"면서 "청
제1형 당뇨병은 면역세포가 췌장의 베타세포를 훼손해 생기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세포가 이렇게 불가역적으로 손상되면 인슐린 분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그래서 고혈당에 시달리는 1형 당뇨병 환자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평생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사실상 불치병인 1형 당뇨병 치료에 돌파구가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췌장으로 가는 신경 신호를 차단하면 면역세포의 베타세포 공격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의 마티아스 폰 헤라트 교수팀은 최근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27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을 유발하는 베타세포 손상은 아주 특이한 패턴으로 나타난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면역세포 공격으로 죽은 베타세포만 마치 누더기를 기운 듯한 '패치 패턴'(patchy pattern)을 남긴다. 1형 당뇨병의 패치 패턴은 관절염, 백반증 등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서도 발견된다. 베타세포가 남긴 이 죽음의 흔적이 이번 연구의 물꼬를 트는 실마리가 됐다. 연구팀은
스팅(STING) 단백질은 뛰어난 항암 면역 작용으로 유명하다. STING은 '인터페론 유전자 자극물질'이라는 의미의 영문 머리글자로 '가시'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와는 무관하다. 어쨌든 바이러스가 침입하거나 암세포가 생겼을 때 면역계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게 스팅 단백질이다. 항암,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업체치고 스팅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스팅 단백질을 약으로 만드는 덴 큰 걸림돌이 있다. 활성화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인체 내에서 DNA와 연계돼 만들어지는 스팅 활성화 물질은 너무 불안정해 혈액 안에서 오래 견디지 못한다. 혈류를 타고 몸 안을 돌 수 없으니 작용 범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마침내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이 획기적인 스팅 활성화 물질을 개발했다. SR-717으로 명명된 이 저분자 물질은 혈액을 타고 돌면서 활성 작용을 하고, 작용 경로도 선천성 활성 물질과 똑같다. 여러 종류의 암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항암제의 개발 전망이 밝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25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신경세포(뉴런)의 축삭돌기(Axon)는 전선의 피복처럼 아교세포가 감싸고 있다. 이렇게 여러 겹으로 축삭돌기를 둘러싼 구조를 미엘린 초(Myelin sheath)라고 한다. 축삭돌기의 둔덕에서 생성된 활동전위가 신경 말단까지 전달될 때 미엘린 초는 일종의 절연체 같은 기능을 한다. 미엘린이 초가 손상되면 연쇄적인 활동전위(신경 신호) 전파에 문제가 생긴다. 팔·다리 부상으로 말초 신경계가 손상돼도 엑손과 미엘린 초는 비교적 잘 복구된다. 하지만 중추 신경계는 한번 손상되면 복구되기 어려워 대개 영구적인 마비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다발성 경화증(MS)이다. 그런데 찻잎에 함유된 테오필린(Theophylline) 성분이 말초신경과 중추신경 모두에서 미엘린 초의 재건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와 스위스 프리부르대 연구진이 공동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24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테오필린은 카페인, 테오브로마인 등과 함께 찻잎에 들어 있는 퓨린 염기의 하나다. 쓴맛을 내는 테오필린은 각성, 이뇨, 흥분 등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한 번 걸렸다가 회복돼도 장기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앓고 나서 항체가 생겨도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능이 떨어진다. 길어야 3개월이면 항체가 풀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이 마침내 그 이유를 밝혀냈다. 질 좋은 항체 형성에 꼭 필요한 '배<胚> 중심(germinal centers)' 구조가 림프절과 지라에 생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작은 림프구가 밀집한 림프소절이 항원을 포착하면 그 중심부에 둥글게 밝은 영역이 생기는데 이를 배중심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감염했을 때 항체를 만드는 B세포는 바로 이 배중심에서 장기 '면역 기억'을 가진 성숙 세포로 자란다. 그런데 배중심의 형성을 방해하는 게 바로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었다. 결국 과도한 사이토카인이 건강한 항체 형성까지 막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 의대의 시브 필라이 교수팀은 21일 저널 '셀(Cell)'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B세포는 배중심에서 성숙해야 침입한 병원체를 평생 기억한다. 나중에 같은 병원체가 다시 감염했을 때 신속하게 최적의
대부분 30세 이전에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은 췌장 베타세포의 파괴로 인슐린 공급이 부족해지는 병이다. 어린이가 많이 걸려 과거엔 소아 당뇨병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쓰지 않는다. 1형 당뇨병은 매우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병이다. 환자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평생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건강한 기증자의 췌장 조직에서 분리한 랑게르한스섬을 이식하는 게 지금으로선 마지막 치료적 대안이다. 랑게르한스섬은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 베타 세포가 모여 섬 모양을 형성한 걸 말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면역 억제제를 지속해서 복용해야 하는 불편과 위험이 따른다. 면역 능력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감염 등 질병 발생의 위험이 커진다. 평생 혈당치와 싸워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소크 연구소 과학자들이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랑게르한스섬 오르가노이드(미니 장기나 조직)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인공 랑게르한스섬은 면역 억제제를 쓰지 않아도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만드는 것으로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소크 연구소의 로널드 에번스 교수팀은 21일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