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은 폐에 상처가 생기면서 폐 조직이 딱딱해지는 병이다. 일단 진단을 받으면 3년 내지 5년 안에 목숨을 잃는 불치병이다. 환경적 요인, 감염, 약물 복용 등의 연관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원인불명이다. 이렇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례를 '특발성 폐섬유증(IPF)'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선 한해 약 5만명이 IPF로 사망한다. 이는 유방암 사망자 수보다 많은 것이다. 폐섬유증은 서서히 진행되다가 급격히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급성 악화(acute exacerbation)' 단계로 진행된 환자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폐 기능 상실로 사망에 이른다. IPF 환자의 50% 이상은 급성 악화로 목숨을 잃는다. 이 단계를 무사히 넘긴 환자도 50%는 4개월 안에 사망한다. 천천히 진행되던 IPF가 왜 갑자기 악화하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마침내 그 이유가 밝혀졌다. 폐에 침투한 호염성(salt-loving) 세균이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해 폐 세포의 급속한 괴사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화학물질을 차단하면 IPF의 급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동물 실험에서 확인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체활동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해 32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 어느 곳이 됐든 10초당 1명꼴로 사망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만 50세부터는 신체활동이 서서히 줄고 뇌의 인지 능력도 감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활동과 인지능력은 서로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신체활동이 뇌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스위스 제네바대(UNIGE)가, 스위스 국립과학재단 산하 'NCCR LIVES'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그 해답을 내놨다. 결론은 지금까지 인식됐던 것과 정반대였다. 뇌의 인지 능력이 신체의 비활동성을 막는 정도가, 신체활동이 인지 능력 저하를 막는 정도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제네바대는 24일(현지시간) 관련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본 논문은 저널 '건강 심리학(Health Psychology)'에 실렸다. 고령자의 신체기능 저하는 심각하다.호주 모내시대 연구진은 작년 8월, 해마다 60세 이상의 4.3%가 '쇠약 상태'로 떨어진다고 보고한 바 있다. 스포츠 심리학자로서 이 연구를 주도한 UNIGE의 보리스 헤발 박사는 "신체활동과 인지능력
만성 염증 질환 치료에 쓰이는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력한 염증 치료제인 스테로이드 제제는 류머티즘 질환, 퇴행성 관절염, 알레르기, 피부염, 비염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으며 먹는 약, 바르는 약, 안약, 주사제 등 여러 형태로 나와 있다. 효과가 좋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단기간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영국 리즈(Leeds) 대학 보건과학연구소(Institute of Health Sciences)의 마르 파후데스-로드리게스 박사 연구팀은 염증성 장 질환(IBD: inflammatory bowl disease),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만성 염증 질환 환자가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를 장기간 고용량 투여하면 고혈압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4일 보도했다. 1998~2017년 사이에 389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만성 염증 질환 환자 7만1천여 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들 중 35%는 염증성 장 질환,
역류성 식도염 등의 치료에 쓰이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계열의 제산제가 아이들에게는 골절 위험을 다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의 약리역학 연구팀이 아이들 23만1천866명(평균 연령 12,6세)을 대상으로 평균 2.2년에 걸쳐 진행한 조사 분석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이들 중 절반은 PPI 처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PPI를 복용한 아이들은 복용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골절 발생률이 1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PI 그룹에서는 5천354명, 대조군에서는 4천568명이 골절을 겪었다. PPI 사용이 누적될수록 골절 위험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PPI 사용 누적 기간이 30일 이상이면 골절 위험은 3~13%, 31일~1년이면 9~20%, 1년 이상이면 13~58%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위별로는 PPI 그룹이 팔 골절이 8%, 다리 골절이 19%, 기타 부위의 작은 골절이 51% 더 많았다. 그러나 두개골과 척추 골절은 PPI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PPI와 관련
국내 연구진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는 뇌 속 생체물질을 찾아냈다. 한국연구재단은 건국대 정지혜 교수·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뇌에서 합성되는 화학물질인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신경 활성 조절 기능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은 과일이나 곡물 등을 통해 섭취한 이노시톨이 체내에서 인산화되면서 생겨나는 물질이다. 이노시톨은 반드시 음식으로만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이다.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비만·당뇨·면역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뇌에서의 기능은 밝혀진 게 없다. 연구팀은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체내에서 합성하는 효소가 제거된 생쥐 모델 실험을 통해 신경전달물질이 비정상적으로 가속화한 것을 확인했다. 뇌 속 신경세포는 시냅스라는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전달하게 되는데,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결여된 생쥐 모델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담는 주머니인 시냅스 소포체가 세포 밖으로 과도하게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물질인 '보톡스'(보툴리눔 톡신)처럼 체내에서 신경 활성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시냅스 소포체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억장애·조현병
원발성 종양에서 떨어져 나간 암세포 가운데 다수는 다른 부위로 전이하기 전에 죽는다. 우리 몸의 면역 공격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 안에서 떠돌아다니던 암세포가 전이에 성공하려면 새로운 환경에 '전이 틈새(metastatic niche)'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암세포가 자리 잡기 편하게 조직의 표면이 움푹 들어간 걸 말한다. 전이성 유방암 세포가 다른 부위로 옮겨갔을 때 어떻게 전이 틈새가 형성되는지를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유방암 세포의 신호를 받아 실제로 틈새를 만드는 건 연결조직을 구성하는 섬유아세포(fibroblast)였다. 이 연구를 진행한 독일 암 연구센터(DKFZ)의 토르두어 오스카르손 박사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2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렸다. 이번 연구엔 하이델베르크 줄기세포 기술 실험 의학 연구소(HI-STEM gGmbH)의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생쥐 모델에 실험한 결과, 공격성이 강한 유방암 세포는 폐에 유사 염증을 일으켜 정착 환경을 조성한 뒤 전이암으로 뿌리를 내렸다. 폐로 이동한 유방
우리 몸의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을 새로 만들어 정상적인 신체 기능 유지에 꼭 필요하다. 그런데 줄기세포가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줄기세포는 암의 진행과 전이에도 관여한다. 줄기세포의 생리 작용과 재생 과정은 기본적으로 신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줄기세포와 신경세포(뉴런) 간의 상호작용이 암과 재생 조직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지는 거의 밝혀진 게 없다. 스위스 취리히대 과학자들이, 암의 진행과 조직의 재생 과정에서 줄기세포가 어떻게 신경의 성장을 촉진하는지 밝혀냈다. 이 발견은 신경세포와 암 줄기세포 사이의 신호를 조작하는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취리히대 구강 생물학 연구소의 티미오스 미치아디스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셀(Cell)'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2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먼저 신경세포가 각각 치수(dental pulp) 줄기세포, 골수(bone marrow) 줄기세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비교했다. 이들 줄기세포는 뼈, 연골, 지방세포 등 다양한 유형의 세포로 분화한다. 이 실험엔 인간 장기와 조직의 기본 기능을 모방해 재현하
바이러스의 기능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건 바이러스 억제제(inhibitor) 등 작용물질(active substance)을 개발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부연하면, 효소 등 기능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어디부터 시작할지 판단할 수 있다. 모든 단백질의 기능은 해당 단백질의 입체 구조(3D architecture)와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미국 등 의학 선진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그 상용화 시점과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해마다 변종이 찾아오는 계절 독감 바이러스에서 보듯이,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 감염자의 항체 형성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에 관여하는 '주요 프로테아제(3CLpro)'의 입체 구조(3D architecture)를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발견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이 아닌 치료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프로테아제(protease)는 단백질 분해 효
건강한 면역체계는 질병과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병, 피부 경화증 등 자가면역 질환은, 면역체계가 과민 반응해 멀쩡한 세포와 조직, 기관 등을 공격하는 것이다. 국내의 한 20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위중한 상태로 몰아넣은 일명 '사이토카인 폭풍'도 일종의 면역 과민반응이다. 이런 자가면역 증상과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건 과학자들의 오래된 숙제였는데, 최근 미국 뉴욕의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 연구진이 자가면역 질환에 관여하는 물질을 림프계에서 발견했다. '림프절 기질 CCL2'라는 이 물질은 면역계의 항체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면역 질환을 완화하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병원 과학자들은 최근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기존의 자가면역 질환 약이 효과를 내는지 시험 중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HSS의 테레사 루 박사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발표했다. HSS는 별도의 논문 개요를 20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