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전문가' 허대석 교수 "죽음도 삶의 일부"…의미있는 마무리 필요

대부분 가정에서 삶의 마무리하고 싶지만 결국 병원서 죽음 맞아
노인 마지막 순간 주로 머무는 요양병원에 의료기관윤리위 설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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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의 의사를 알지 못한 채 온몸에 수십 개의 줄과 관을 달게 해 버티게 하는 생명은 과연 삶의 연장일까, 고통의 연장일까. 삶을 마무리하는 죽음이야말로 원하는 모습으로 구현돼야 하는 게 아닐까.

 일평생 의사로서 존엄한 죽음을 고민해왔던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66)가 던지는 화두다.

 정년 퇴임을 앞두고 그는 "죽음도 삶의 일부"라며 "각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존엄사 전문가'인 그는 의료 현장에서 누구보다 환자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해온 인물이다. 

 이른바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 2월 국내에 본격 시행되는 데에도 지대한 기여를 했다.

 허 교수는 국내 임종 문화를 돌이켜보며 '병원에서 맞이하는 죽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집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하지만 10명 중 7명은 병원에서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장소의 문제를 떠나 임종기에 처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지속하는 '의료집착'을 지양하고 개인이 각자 원하는 이상적인 삶의 마무리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교수는 "누구나 마지막 순간에는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며 "그저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다가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지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환자 본인의 자기 결정권 존중"이라며 "이상적인 삶의 마무리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른 희망 사항을 가장 반영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국내 존엄사 문화가 우리 사회의 치열한 논의를 통해 더욱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봤다.

 예컨대 환자가 평상시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더라도 임종기에 가족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연명의료 중단을 강제할 방안은 없다. 실제 유사한 사례가 현장에서 보고됐는데,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70대 환자는 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의식을 잃은 채 21일간 연명하다 심정지로 사망했다.

 허교수는 "이렇게 연장된 생명은 삶의 연장인지 고통의 연장인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달이면 시행 3주년을 맞는 연명의료결정법 역시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현장에서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도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에는 윤리위가 설치돼 있으나, 정작 노인들이 마지막 순간 주로 머무는 요양병원 중에는 윤리위가 없는 곳이 대다수다.

 그는 "이미 8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는데 이런 개인의 의사가 시스템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며 "법을 어렵게 통과시킨 만큼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구축하고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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